비비탄을 맞은 눈이 위축되고 구내염을 앓던 '빈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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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2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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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빈이를 처음 본 것은 6월 말쯤 출근할 때였습니다. 골목에 주차된 차 아래 고양이가 보였는데, 어떤 아이인지 궁금해서 보니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은 고양이가 경계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내염으로 인해 침과 섞인 고름을 심하게 흘리고 있었고 그것 때문에 잘 먹지도 못했는지 작고 말라 있었습니다. 또 털 고르기도 중단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출근 중이여서 뭔가를 해줄 상황이 되지 않았고, 아이 바로 옆에 음식(캔) 그릇과 물그릇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밥을 주시는 분이 있고 고양이가 그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고양이가 너무 아파 보여 계속 걱정이 되어 퇴근 후 밥 주시는 분을 한번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 골목에 있는 가게들에 고양이를 설명하고 밥 주시는 분을 혹시 아느냐고 여쭤봤을 때 대부분 알고 계셨고 그렇게 된지는 오래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구조가 필요할 것 같아 혹시 밥 주시는 분이 오시면 제 연락처를 전달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금방 연락이 왔고, 빈이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습니다. 주변 분들이 밥을 주고 계시고 구내염이 오래전부터 심해서 그렇게 침과 고름을 흘리고 다닌지 몇 년 째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구조를 여쭤봤으나 빈이의 상태 등으로 병원 치료가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하셨고 저 역시 이미 두 마리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고 길고양이 포획 및 치료를 진행을 해본 적이 없어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단 구내염 약을 처방받아 밥에 섞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

하지만 빈이가 구내염을 너무 오랫동안 앓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였고 7월 장마 및 더위로 밥을 먹으러 오는 날이 불규칙하여 약을 제대로 먹일 수 없습니다. 아픈 빈이가 비오는 날이나 무더위에 힘들게 몸을 이끌고 와서 밥을 기다리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가끔 오지 않는 날은 혹시 잘못되었나 하며 걱정하며 지내는 기간 동안 구조하여 치료받는 것만이 빈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해 그동안 밥 주셨던 분들 등의 도움을 받아 포획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캣맘분께 포획틀을 빌려 포획을 진행하였고 배가 많이 굶주렸던 빈이는 포회틀을 설치한지 5분도 안되서 그동안 포획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바로 잡혔고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그동안 포획 준비하며 검색해 놓았던 동네 24시 병원에 데려갔고 빈이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다행히 전염병 검사는 음성으로 나왔고 피검사 결과도 탈수 및 염증(구내염) 때문에 비정상으로 보이는 수치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크게 나빠보이는 것은 없다고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일단 구내염이 너무 심했고 혀 양쪽으로 종양으로 보이는(사진첨부) 커다란 염증이 있어 해당부분은 조직검사를 진행해 종양 및 악성 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빈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우측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었는데 구조당시 도움주셨던 주민께서 2년 전쯤 누가 비비탄으로 눈을 쏴서 피를 흘리고 다녔었다고 알려 주셨습니다. 아마 그때 상처를 크게 입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선생님께서도 컨디션이 많이 회복되면 해당 눈 적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입원 후 처치를 진행하며 빈이의 컨디션을 끌어 올린 후 수술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고단한 몸 상태와 갑작스러운 환경변화 때문인지 빈이가 밥도 먹지 않고 소변도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콧줄 및 소변줄을 연결하게 되었고 선생님께서 구내염 부분을 빨리 수술하여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이 최선이라 하셔서 7월 28일(수)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송곳니 제외 전발치, 혀 아래 및 양쪽에 있던 염증 제거, 중성화 수술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혀 주변의 염증은 너무 심해서 모두 제거했을 때 혀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셔서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수술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수술은 잘되었고 담당 선생님께서 너무 잘 케어해 주셔서 수술 후 빈이가 매우 힘들어 보여 너무 안쓰러웠지만 점점 나아지는 빈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수술 후에는 그동안 많이 아팠던 입속의 염증과 이빨을 제거해 식욕이 도는지 스스로 밥도 잘 먹고 묽었지만 대변도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밥에 약을 섞어도 편식없이 항상 싹싹 비운다고 말씀하셨고 면회를 갔을 때 밥그릇에 코를 파묻고 잘먹고 있는 빈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처음 계획은 구내염 치료 후 방사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컨디션이 좀 더 좋아지면 눈 적출도 해야 하고 혀 쪽 염증을 모두 제거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내염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관찰이 필요하고 필요시에는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담당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제가 입양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빈이는 수술 후 퇴원하여 저희 집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집에 와서도 캔 1개씩 뚝딱 해치우며 잘 먹어주고 소변 대변도 잘 가려줘서 집에서 생활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아직까지는 환경이 낯선지 저에게 가까이 오지 않고 하악질도 많이 하지만 빈이에게 시간을 주고 싶습니다. 빈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적응할 시간을 많이 주면서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두 마리 고양이와 합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종양으로 추측되는 부분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정말 다행히 구내염으로 인한 염증이고 종양은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정말 심한 구내염을 앓아 그렇게 심한 염증을 오랜시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을 때 수의사 선생님과 계획을 잡아 오른쪽 눈 적출 수술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눈 적출 수술이 남았지만 커다란 산을 모두 넘었기 때문에 이제 맛있는 것 많이 먹이고 시원한 집에서 재미난 장난감 가지고 놀며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습니다.

구조하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하였지만 만약 지금 이 무더위에 구내염으로 계속 힘들게 생활하는 빈이를 상상하면 구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빈이는 제가 입양하며 그동안 힘들었던 길생활을 청산하고 츄르 길만 걷는 복 많은 새 삶을 살으라고 '만복이'라고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만복이 잘 돌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