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장된 상태로 사람을 경계하던 '용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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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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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언젠가부터 저희 동네에서 눈에 띄어 밥을 챙겨주기 시작하면서 정이 든 길냥이가 있습니다. 얼굴과 눈빛이 너무 예쁜 ‘용이’ 에요. 제가 용이를 본지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그 동안 아픈 기색 없이 항상 깔끔하게 돌아다니던 냥이가 어느 날 항문 쪽에 빨간 무언가가 보이더라구요. 동네에 용이를 같이 챙겨주시는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탈장’이 온 것 같다고 하셔서 걱정이 되는 마음에 다시한번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워낙 경계심이 많아 사람 손을 따르지 않는 아이라 그런지 아프니까 오히려 눈에 더 띄지 않고 낮 동안에는 숨어서만 지내는 것 같더라구요. 

그러다 처음 탈장을 발견한 지 3일째 되던날 밥자리에 와서 밥을 먹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얼마나 아플까.. 어쩌다 저렇게 되었을까 마음이 너무 아파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탈장수술 비용이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사는 동네에 문의했지만 길고양이 치료비 지원 같은 건 없다고 하고, 다른 단체에 연락해봐도 1년 이상의 후원자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고... 너무 심란했죠. 쉽게 병원을 데려가서 수술을 시켜줄 결정을 내리지 못했지만, 저 상태로 두었다가는 별것 아닌 걸로 저 아이는 고양이 별로 가게 될 것 같았어요. 상태를 자세히 보게 된 저 3일째 날만해도 다행히 아직 괴사같은건 오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한시라도 빨리 조치를 취해줘야겠다 싶어, 돈이 문제라면 우선 아이부터 살리고 생각해보자 라는 심정으로 치료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또 이 아이를 잡는 것부터가 큰 난관이었습니다. 길고양이 중에서도 유독 경계심이 많은 아이라 오랫동안 밥을 챙겨주고 이름도 불러주고 간식도 주고 하는데도 여전히 1m 이내에 오지 않는 새침한 냥이에요. 그래서 시에서 대여해주는 포획틀을 빌려다 밥자리 근처에 놓아두었습니다. 경계가 많아 안잡힐거라고 내심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일! 비 오는 5일째(처음 탈장 발견한 지) 저녁, 용이가 배가 고팠는지 비오는데도 불구하고 밥 먹으러 왔다가 포획틀에 잡힌 것이었습니다.

그때 시간이 저녁 7시 정도였는데, 근처 병원을 수소문해보니 지역 커뮤니티에서 추천한 동물병원이 길고양이 치료를 마다하지 않고 잘해주신다고 해서 8시까지 진료마감인 원장님께 사정을 얘기하고 바로 데리고 갔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원장님께서 보시더니 직장 탈장이 맞고 손으로 밀어 넣어 임시 처치는 할 수 있지만, 이 경우 다시 탈장될 확률이 매우 높을 거라며 개복 후 안쪽에서 다시 탈장되지 않도록 수술을 해야 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개복 탈장 수술을 결정했고, 하는 김에 중성화 수술도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탈장수술 과 중성화 수술 이후 용이를 가정으로 들일 지를 고민했습니다. 너무 예쁘고 정이 많이 들어 이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 용이는 너무나 사람에 대한 경계가 컸습니다. 2년 가까이 챙겨주다보니 저를 ‘좋은 사람‘으로 인식은 하는 것 같지만 손으로 살짝 만져줄라고 뻗으면 하악하며 극심한 경계태세를 보이고 1m 밖으로 도망가 자리 잡곤 했죠. 이미 길생활에 익숙해져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고, 동네에 용이를 챙겨주는 집주인분들이 저 말고도 2군데 정도 더 있어 마당냥이처럼 항상 깔끔한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용이가 가정집에 들어간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치료 후 예후가 좋으면 다시 살던 곳으로 방사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약 6일간의 회복기간동안 밥도 잘 먹고 예후가 좋다는 병원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용이를 다시 일상의 공간으로 돌려보내주고, 그동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고생했던 생활을 청산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남은 묘생을 살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가지고 케어해주는 역할을 해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