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전원주택 마을로 이사 온 이후에도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는데 한 두 달 전부터 길고양이 밥자리에 있는 사료 그릇 가장자리에 침과 고름이 묻어 있었습니다. 사료나 간식을 주러 밥자리에 가면 저 멀리 밭에서 뛰어나오는 여러 마리의 길고양이들은 별 이상 없이 건강한 상태인지라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료를 주러 가는 시간을 변경해 더 일찍 가보기도 하고 늦게도 가봤더니 모습이 엉망인 녀석을 보게 됐습니다.
혀가 입 밖으로 나와 침을 흘리고 있고 털이 군데군데 빠지고 뭉쳐있는 깡마른 상태였습니다. 한쪽 눈에선 눈물이 많이 흘러 자국이 심했습니다. 참치캔을 놔주고 뒤로 한참 물러서서 지켜보니 제대로 먹질 못하고 작은 알갱이 사료도 힘겹게 겨우 몇 알만 삼켰습니다. 몸집이 큰 녀석에게 이리저리 쫓기며 무리에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 워낙 경계가 심해 몇 걸음만 다가가도 도망을 쳐서 사진도 제대로 찍기 힘들었습니다. 이대로 두면 녀석의 상태가 더 심해져 결국 생을 마감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며칠 노력 끝에 드디어 통덫으로 포획하여 다니고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셨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혈액검사 결과, 글로불린 수치가 높고 빈혈이 약하게 있고,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심장이 약간 커보여 복부, 심장 초음파도 검사하기로 했습니다. 심장병 진단 키트를 먼저 했는데 약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와서 걱정이 많습니다. 지금은 염증이 너무 심해서 입원 치료를 받고 다음주에 발치 수술을 받기로 했습니다. 중성화 수술도 안 되어 있어서 입원중에 티엔알도 받고 퇴원할 예정입니다. 사람에 대한 경계가 많아서 병원에서 입원 치료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렵게 포획된 만큼 치료 잘 받고 퇴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구내염의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치아 하나 아파서 밤새 치통에 시달려본 제 경험을 생각해 보면 그동안 녀석의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좀 더 빨리 녀석을 치료해 주지 못한 죄책감마저 듭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입원 치료와 몇 가지 검사를 더 하고 다음주에 발치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받을 예정인데 치료가 잘 되어 퇴원을 하면 집으로 데려와서 처방해 주시는 약과 품질 좋은 고양이 캔을 먹일 계획입니다. 구내염으로 치아가 아파서 오래도록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을 녀석을 위해 제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케어를 해주려고 합니다. 녀석이 사람의 경계가 많아서 치료가 다 되면 제자리 방사를 해서 계속 돌봐줄 것이고 이제 곧 날이 쌀쌀해지기 시작하는데 겨울집을 마련해서 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길고양이들에게 구내염은 무척 고통스러운 질병인데 치료 잘 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최근 소식]
당당이는 구내염 발치 수술받고 퇴원하고 집으로 데려와서 영양가 있는 고양이 캔과 사료 먹이며 조금 더 임보를 했습니다. 당당이는 여자아이인데 덩치 큰 대장냥이보다 공격이 심해서 임보할 때 많이 어려웠습니다. 소심함이 커서 공격을 보이는 거니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에서 따뜻하게 해주고 스트레스 받지 않게 조용한 방에 케이지 넣고 돌봤습니다. 사람이 있을 때는 먹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먹이는 주는대로 다 잘먹었고 며칠 전 햇볕 따뜻한 날 밥자리 있는 곳에 방사를 했습니다.
길아이들 구조해서 치료하고 방사할 때 마음이 항상 아프지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카라가 있어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당당이가 치료도 잘 받고, 치료 후 돌봄까지 잘 받았군요. 건강을 되찾고 잘 지내다가 따뜻한 날 방사되었으니 이제 다른 아이들에게 쫓기지도 말고 이름처럼 당당하게 지내면 좋겠습니다. 길아이들을 세심하게 살펴봐주시고 돌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참 감사합니다. 당당이가 건강하게 길생활을 하며 구조자님의 돌봄을 받으며 잘 지내기를 응원합니다.
*당당이의 치료비는 '삼성카드 열린나눔'에서 지원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