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피를 흘려 구조되어 종양을 진단받은 '선장님'

  • 카라
  • |
  • 2021-11-19 17:50
  • |
  • 905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털 상태도 좋지 않고 너무 말라 뼈가 보이는 길냥이(선장님)가 비틀비틀 걸어가는 걸 발견하고 뒤따라 가보니 냥이들의 아지트(?)가 있었습니다. 그 후 아이가 눈에 밟혀 아지트에 모여있는 다른 아이들도 챙겨줄 겸 매일 밥을 주게 되었습니다. 처음 선장님의 상태를 봤을 때는 틀림없이 한쪽 눈이 실명했겠구나 싶었습니다. 속살이 빨갛게 밖으로 나와 피를 흘리고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밥만 챙겨주면 스스로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치료와 입양을 결정하기까지 2주 넘게 고민했습니다.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제 삶이 통째로 바뀐다는 것과 같다는 걸 알기에 저 아픈 아이를 앞에 두고도 고민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했고, 저와의 짧지만 긴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위태로워 보여 참 많이 울었던 그 날,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첫 구조는 처참히 실패했습니다. 구청에서 대여한 포획틀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고, 담요와 이동장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길냥이들 밥은 챙겨줘봤지만 건드려 본 적은 없기에 심장이 벌렁벌렁해서 놓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실패한 날 바로 뜰채를 구매했고, 그 이틀 뒤, 드디어 구조에 성공하여 바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처음에는 항생제(링거)치료로 매일 피검사를 하며 상태를 봤습니다. 그런데 전혀 반응이 없어서 배농을 결정했고, 염증이 차있는 줄 알았으나 째고보니 염증은 없고 (비강이 뚫려서) 조직이 부었다고 하더군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건데 겉에만 부은 것이지 눈동자에는 상처가 없었습니다. 시력은 무사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희망적이었습니다. 다만, 치아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다 나은 후 전발치를 진행해야 한다는 비극적인 소식도 있었습니다. 선생님 말로는 1단계 2단계 3단계 항생제가 있는데, 1단계에 반응이 없는 와중에 아이 상태가 위급해 2단계는 건너뛰고 3단계의 더 강한 항생제로 바꿔 투여를 했다 하셨습니다. 다행히 3단계 항생제에 반응이 있어 피검사 결과가 조금씩 좋아졌고, 덕분인지 붓기도 가라앉고 거칠었던 숨소리도 좋아졌습니다.

드디어 퇴원하여 아침 저녁으로 먹일 경구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사람손을 전혀 타지 않았던 '선장님'과 저는 아직 친해지기도 전인지라 약 먹이기는 정말 어려웠고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퇴원 첫날 약먹이기 실패 후 유튜브로 찾아보니 투약기가 있더군요. 츄르를 발라서 먹이니 가능해졌고, 사명감을 갖고 한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먹였습니다. 하지만 숨소리가 다시 거칠어졌고 이상하게 눈 주변이 더 부어올랐습니다. 뒤늦게 배양검사를 통해 어떤 항생제에 반응이 있는지 알아봤는데 공교롭게도 그 동안 처방받았던 경구약들이 모두 내성이 있는 항생제였고, 전혀 소용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동안 효과가 있었던 항생제는 경구약은 없는 터라 1일 1회 피하주사로 치료방법으로 변경했고, 3일째 되는날 WBC 수치가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붓기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보기에만 그럴 수 있다며 더 지켜보자 하셨고, 그 주 주말에 사정이 있던 터라 제가 돌봐줄 수 없어서 빠른 회복 겸 재입원을 시켰습니다. 

일요일 저녁,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아픈 눈은 전보다 더 심하게 부어있었고 활력도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습니다. 덜컥 겁이 나면서 눈물부터 쏟았습니다. 그 동안 언급없던 종양에 대해 말씀을 하시는데,검사 결과 종양으로 의심이 된다면서 종양 치료시 아이 수명 관련 논문을 보여주시고 치료 중단을 권유하셨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ct를 촬영해봐야 알 수 있다 하시면서 본인 병원에는 ct촬영 기기가 없다고 하더군요. 정확하지 않은 진단으로 아이 치료 중단을 권유하는 병원에 더 맡길 수 없어 분통이 터지는 마음을 누르고 자료를 받고 바로 퇴원했습니다. 그동안 치료과정에서 하자는 거 다했고, 믿고 맡겼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날인 월요일, 정성껏 치료를 해준다는 병원의 정보를 접하고 퇴근 후에 찾아갔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 넘어온 환자는 당연히 불편할텐데도 정말 정성스레 차트를 봐주시고 상담해주셨습니다. 원래라면 2차병원으로 보내는 게 맞다 하셨으나 감사하게도 치료를 맡아주셨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조직을 떼어내 기관에 보내는 조직검사를 통해 종양여부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20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만일 종양이 아니라면 치주염이 의심된다고 합니다. 시간 지연이 걱정되어 문의드리니 아이가 밥만 잘 먹는다면 20일 후 치료도 문제없다 하십니다. 다행히 아이가 밥은 잘 먹고 있는터라 그 부분 하나로 위안을 받고 있습니다. 만일 종양이 맞다면... 치료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끔찍하기에 호스피스로 진행하는 게 맞다 하십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퇴근하고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구조하기까지 깊게 고민한 이유는 입양 때문이 컸습니다. 가족의 연을 맺었으니 이제 죽기 전까지 함께 살 예정입니다. 종양이 아닌 치주염이길... 좋은 결과를 몹시 바라고 있으며, 부디 선장님이 잘 버텨주길 바랄 뿐입니다.



[최근 소식]

조직검사 결과 종양 판정을 받았습니다. 선장님은 종양이 점점 커져 지금은 피부가 견디지 못해 종괴 파열이 온 상태입니다. 피가 계속 흐르고 있어서 가루약으로 막아주고 있긴 한데 괴로운지 자꾸 긁어서 방석용 넥카라를 필수로 하고 있어요. 답답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ㅠ 

그래도 다행히 아이가 육수랑 츄르를 먹고 있습니다. 상태 안좋을 때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어서 벌써 때가 된 건가 덜컹했던 적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희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이 먹을 수 있을 때 가리지 말고 뭐든 먹이라고 하시기에 양 조절 없이 무조건 주는 중인데 부드러운 습식사료도 못먹고 액체만 먹는 게 아쉽고 욕심이 나긴 하네요.. 

그리고 얼마 전 놀라운 일이 있었습니다. 저를 피하기만 했던 선장님이 먼저 다가왔고 제가 쓰다듬고 안을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이 날도 참 많이 울었네요. 오늘도 아침 출근 전에 다녀오겠다고 쓰다듬고 나왔는데 선장님 덕분에 제가 위로를 받습니다. 이전보다 더 힘이 없고 빈혈 때문에 비틀거리는 모습이 많이 안쓰럽고 슬프지만 지금은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편안하게 지내다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도움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고맙게도 선장님이 힘든 시간을 잘 버텨주고 있네요. 아픈 아이를 돌볼 때는 그저 잘 먹어주는 게 가장 고맙지요. 선장님이 보호자님께 다가와준다니, 가슴이 찡하네요. 보호자님과 선장님이 서로에게 정말 큰 존재이고 깊이 교감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올해 카라에도 큰 안면종괴로 호스피스를 했던 고양이들이 있었는데요, 치료를 해줄 수 없는 게 미안하고 안쓰러우면서도 만약 그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했더라면 마지막 가는 길이 편치 못했을 것이라 아이의 곁을 지켜줄 수 있었고 외롭지 않았을 거라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가족이 되어주신 보호자님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의 반려묘가 되어 깊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 선장님의 마음도 평온할거에요. 보호자님 힘 내시고, 선장님의 남은 시간 잘 부탁드립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