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곳에서 쫓겨나 밥자리를 찾아 헤매던 '왕발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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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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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왕발이는 구조 한 달 전쯤 처음 만났습니다. 제가 관리하는 급식소에 갑자기 나타났어요. 저를 보자마자 손에 얼굴을 비빌 정도로 사람 친화적이었습니다. 먹을 걸 줬더니 한 번에 캔 2개를 다 먹어버리고 떠났습니다. 건사료를 잘 먹지 못하고 코가 심하게 막혀 있어서 어딘가 아파 보였습니다. 심하게 마르거나 침을 많이 흘리지는 않아서 병세가 심하진 않구나 싶었습니다. 며칠 뒤 왕발이를 본 주민이 고양이가 코피를 흘린다고 했고 놀라서 내려갔지만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에 왕발이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여전히 코가 막히고 눈을 잘 뜨지 못했어요. 입가 주변도 지저분했습니다. 거의 구내염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날부터는 며칠 동안 집 근처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습식 캔을 줄 때마다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아침에 나설 때도, 밤에 돌아올 때는 주변에 있다가 밥을 얻어먹으러 다가왔습니다. 치료를 해주겠다는 결심을 빠르게 하기는 쉽지 않은데 왕발이는 바로 마음을 먹었어요. 동네 고양이들의 병세가 계속 나빠지는 걸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요. 그래서 용기를 냈고 감사하게도 왕발이는 빠르게 포획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왕발이의 위에는 음식물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입이 아파 잘 먹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의사가 입을 벌리니 순해 보이던 왕발이가 격렬히 저항했어요. 그만큼 입이 많이 아팠나 봅니다. 혈액검사를 하고 구내염 외 질병은 다행히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입원하고 이틀 뒤 왕발이는 전발치를 했습니다. 목구멍에 염증이 조금 있으나 호전될 거라고 했습니다. 구내염 외에 왕발이의 귀는 말 그대로 새카맸습니다. 진드기 치료도 3일간 진행했습니다. 수술하고 일주일 뒤 지금은 코막힘도 거의 사라졌고 식욕도 왕성해서 잘 먹고 쉬고 있습니다. 다만 케이지에 있는 게 갑갑한지 자주 탈출을 시도합니다 . :)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왕발이는 앞으로 2주 정도 더 입원을 하며 전발 치한 입안이 잘 아물도록 돌볼 예정입니다. 진드기 치료를 마쳤지만 입원하는 동안 좀 더 살피려고 합니다. 왕발이는 짧은 시간 안에 같은 빌라에 사는 주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며칠 사이 왕발이, 왕치, 와라이, 심바, 빠삐용 등의 이름을 얻었습니다. 아픈 왕발이를 몇 번 보고 마음 쓰여했던 한 주민이 왕발이의 입양을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현재 알레르기 검사를 받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최종적으로 왕발이를 입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입양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사이 왕발이가 갑갑하거나 심심해하지 않게 거의 매일 면회를 가고 있습니다. 입양이 거의 확실할 거라 믿지만 만일의 경우에 입양이 되지 못한다면 집 앞 급식소에서 방사하고 매일 습식 캔을 먹이며 평생 돌볼 것입니다.






[최근 소식]

왕발이는 현재 심바로 개명하여 제 아랫집 주민에게 입양되었습니다. 너무 기쁜 일입니다. 왕발이 복이겠지요. 세상에 이렇게 느긋하고 적응력 좋은 동네 고양이는 처음 봤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적응해버렸습니다... 원래 살던 영역에서 쫓겨나 저희 집까지 밥을 먹으러 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도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구 왕발이 현 심바가 집사의 손길을 받는 것이 일상인 날들, 그 행복함과 여유로움이 집안 곳곳에서 보입니다. 느긋한 성격으로 오래오래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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