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차로 이동하던 중, 차도와 맞닿은 수풀 옆에 작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다만 고양 이치고는 움직임이 둔했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피부가 벗겨진 것 같았다는 동승자 (남자 친구)의 말에 차를 돌렸고 고양이를 관찰했습니다. 왼쪽 앞다리 윗부분이 크게 찢어진 것을 확인했고, 새끼임을 고려해도 움직임이 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이동하고자 했으나, 수풀로 숨어버리는 바람에 신발을 갈아 신고 골프채로 수풀을 걷어내면서 고양이를 찾아냈고 양복 커버에 고양이를 담아 집 근처 동물병원(진주)으로 이동했으며, X ray 촬영 결과 봉합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다만 해당 동물병원은 입원이 불가하고, 진주 내에는 입원이 가능한 병원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에, 창원의 2차 동물병원으로 이동해 치료와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초기 며칠은 고양이가 기력이 없고 폐렴 증상이 심했던지라 마취를 견딜 수 없었고, 수술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이후에는 환부가 썩어가고 있는지라 살점이 떨어진 이후 수술하신다는 설명을 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왼쪽 뒷다리 골절이 발견되었습니다. 초기 예후가 좋지 않았을 때는 두 다리 모두 절단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쪽 두 다리를 모두 절단할 경우, 전혀 움직일 수 없어 안락사를 권유한다는 말씀에 불안한 며칠을 보냈으나 며칠 후 앞다리 환부가 회복되면서 큰 수술 없이 아물 수 있겠다는 소견에 크게 안도하였습니다. 다만 예상 밖에 뒷다리 인대가 손상되어 핀을 박는 수술을 진행해야 하고, 수술을 진행한다 해도 다리를 절게 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입원 이후 열흘 정도 지났을 때 왼쪽 뒷다리에 핀을 박는 수술을 진행했고, 앞다리 환부는 크게 호전되어 수술 당시 스테이플러(라고 들음)로 집어주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핀 박은 다리에 벗겨짐이 있어 입원을 유예하고 있으며, 다리가 완전히 호전될 수 있을지 경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기연이(이름을 기연으로 지었습니다. 나를 만난게 기연이다, 해서 기연으로 지었습니다.)가 완치되지 않았고, 다리의 경과 또한 완전히 알 수 없어 퇴원 이후 한 달 정도 통원치료를 진행하며 추이를 지켜볼 예정입니다. 원래 계획은 퇴원 후 바로 입양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뒷다리를 절단하거나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있어 당장 보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전에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어 커뮤니티나 플랫폼에 대한 정보 역시 부족하기에, 집에 데려와 경과를 지켜본 후 좋은 입양처를 찾아줄 계획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에게 장애가 남는다면 제가 입양해 기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처음 마주하는 데다가 동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이런 구조상황에서 모금이나 후원은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여겼고,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금액을 할애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지만 예상보다 큰 지출에 부담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가 지난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같은 상황을 마주한대도 스스럼없이 행동할 수 있게끔,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근 소식]
기연이는 퇴원 하루 전에 파보 진단을 받았고, 그렇게 이틀을 앓다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정이 많이 들었는지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한 생명을 위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마음을 기울이고 함께 뜻을 모아준다는 데에는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 기회를 말미암아 기연이를 살펴주시고 마음 써주신 담당 선생님께, 기연이가 제게 부담이 아닌 기쁨이고 행복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카라에,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해주신 카라 회원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저도 앞으로 작게나마 후원을 하면서, 저와 같은 상황에 계신 구조자분들에게 작은 힘이나 보탤 생각입니다. 이 세상 모든 선한 마음과 선한 아이들이 행복 안에서 살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연이가 구조자님의 정성으로 수술도 이겨내었는데 파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니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기이한 인연으로 만난 기연이가 구조자님의 따뜻한 손에서 좋은 기억으로 무지개다리를 가볍게 통통통 건넜을 겁니다. 기연이가 무지개 너머에서는 아프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