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사연]
2~3년 전부터 동네 길고양이들과 인연이 닿아 밥도 챙겨주고, 작년에는 카라 도움을 받아 탈장이 된 아이도 도와주고 하며 캣맘으로 지내던 어느날, 저희 집 주변으로 ‘살구‘라 이름 붙여준 어미 고양이가 새끼 3마리를 낳아 데리고 왔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활발하게 지내더니 조금 지나자 심한 허피스에 걸린 것 같더라구요. 머무는 장소를 수시로 바꾸는 고양이들 특성 때문에 지속적으로 약과 영양가 있는 사료를 못먹이는 와중에 병이 심해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했던 어미와 새끼 무리들이 어느 날, 새끼 한 마리는 끝내 안보이고 양 눈이 많이 아픈 한 마리와(구조묘) 꽤 건강해보이는 한 마리만을 데리고 다시 저희 집 옆 공간에서 머물더라구요. 눈이 많이 아픈 아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병원에 데려가고 싶어 구조하려했으나 어미의 공격반응과 새끼고양이의 재빠른 도망으로 번번이 포획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어미인 ‘살구’가 눈이 많이 아픈 그 아이를 데리고 저희 집 1층 현관 옆 작은 박스에 들어가 있더라구요.. 날씨도 꽤 쌀쌀하고 해도 없고 바람이 많이 불던 날이었는데, 새끼고양이는 이제 기력이 다했는지 웅크리고 미동도 없고 어미고양이는 그 곁에서 그냥 묵묵히 쳐다만 보고 있더라구요. 사람이 새끼고양이한테 다가가도 별로 공격하지 않고 마치 ‘우리 아이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제 가망이 없는 것 같아요..’ 하는 표정으로 새끼를 이동시켜도 한발짝 물러나서 쳐다만 보고 있더라구요.
추위를 피해 새끼를 살짝 건물 안으로 들여다 놓고 눈을 살펴보니 한쪽 눈이 새빨갛게 위아래가 부어있고 고름인지 진물이 잔뜩있으며 눈동자가 안보이더라구요. ‘아... 살구야.. 조금만 더 일찍 우리에게 너의 아가를 맡겨주지 왜 이제야 데려온거니...ㅠㅠ’ 하는 마음으로 황급히 동네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육안으로 보시더니 단번에 이 눈은 거의 못 살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러면서 일단은 허피스와 눈 감염을 잡아야 하니 1주일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를 먹이고, 혹시라도 자기가 잘못 판단한 것이길 바라며 1주일 후에 다시 보자고 하셨습니다.
[치료 및 진료과정]
병원을 다녀온 그날부터 이 아이의 눈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하루에 몇 번씩 안약을 넣어주고, 기력이 없는 아이를 따뜻한 곳에서 잘 먹이려고 억지로라도 맛있는 캔과 분유, 불린 사료, 츄르 등 온갖 입맛 도는 음식을 동원해 최대한 먹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그 다음다음날이 되어도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튀어나오고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잘 먹인 덕에 기력은 점차 좋아지는데 말이에요. 뭔가 안 좋은 느낌을 직감하고 혹시 안쪽에서 더욱 잘못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이번에는 더 큰 2차 병원으로 가보았습니다. 이곳 수의사 선생님께서 보시더니 아이의 눈은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하시네요.. 안타깝게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은 ‘제로’ 라고 하시면서 앞으로 이대로 놔두면 오히려 염증이라던가 다른 질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니 안구 적출수술을 해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2차병원이기에 다른 곳보다 수술비가 2~3배 비싸다 하시며 그다지 난이도가 어려운 수술은 아니니 다른 병원으로 갈 것을 추천해 주시더라구요. 그래서 그 다음날, 작년에도 길고양이 치료에 정성을 다해 잘 해주신 동물병원 원장님께 데리고 갔습니다.
아이의 상태를 보시더니 원장님께서도 눈은 적출수술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만, 아직 아이가 너무 어리고 연약한 탓에 (몸무게가 700g이 조금 넘어 뼈만 만져지는 상태였습니다) 2주 정도 구조환경에 적응도 하며 체력을 비축할 때까지 수술을 미루는 것이 혹시 모를 불의의 사태도 대비하는 이 아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집으로 데리고 와서 현재 케어중에 있습니다. 아이의 너무 예쁘고 똘망똘망한 한쪽 눈과 대비해 아픈 눈은 점점 더 부풀고 굳고 있어 너무 아플 것 같아 마음이 계속 무겁습니다ㅠㅠ 하루빨리 살을 찌우고 건강을 회복해서 눈 수술을 해주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열심히 치료중에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구조 당시 아이가 여아인줄 알고 ‘안나’ 라고 이름을 지어줬었어요. 하지만 세 번째 병원에서 여쭤보니 남아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왕자’라고 다시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
원장님의 말씀대로 2주 후에 적출수술을 예약해 두었고, 치료가 마무리되면 저희 집으로 입양할 계획입니다. 케어해주는 며칠 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만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될 아이에게 앞으로는 더욱 큰 시련을 주면 안될 것 같아 식구들과 입양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은 저희 집 1호 터줏대감(코숏 여아)과 격리시켜 치료하느라 아직은 층을 분리해서 데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왕자님이 건강을 되찾으면 친하게 서로 의지하며 지낼 수 있겠죠? 항상 윙크하는 깜찍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도합니다!
[최근 소식]
왕자, 수술 후 집에 잘 적응해서 건강히 지내고 있습니다!
*구조자님의 바람처럼 수술 후 왕자가 깜찍하게 윙크하고 있네요^^ 사진으로도 왕자의 사랑스러움이 전해집니다. 왕자의 구조자님께 맡기는 살구의 마음이 얼마나 절절했을까요. 왕자는 한 쪽 눈을 잃기는 했지만 고양이 엄마와 사람 집사님의 사랑으로 다행히 더 늦기 전에 치료를 받아 새로운 묘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구조와 치료를 위해 한참을 애태우셨던만큼 앞으로는 아프지 말고 왕자가 꽃길만 걷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