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던 ‘흰냥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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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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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흰냥이는 저와 아버지가 처음으로 밥을 주기 시작한 고양이입니다. 어느 날 한 하양 고양이가 겁도 없이 애교를 부리며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2019년도부터 밥을 줬지만 그전에도 동네에서 마주쳤던 기억이 있어 최소 6살은 된 것 같습니다.

흰냥이는 저희를 만나기 전에도 이미 여러 번 출산을 했다고 합니다. 2019년에도 흰냥이가 출산한 아기 고양이들을 보고 안쓰러워 밥을 챙겨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 다시 출산을 하게 되었고, 이때 태어난 4마리 중 3마리는 좋은 가족을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새끼 1마리는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이후 흰냥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아 자유부인이 되었습니다.

흰냥이는 아주 야무진 어미 고양이었습니다. 깡마른 몸으로 어렵게 동냥해 온 음식을 아기들에게 모두 내어주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성스레 보살폈습니다. 또 고운 외모와 달리 성격이 아주 매서워 다른 대장 고양이도 흰냥이에게는 못 당합니다.

고양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함께 해와서 못해준 것이 많아 미안하기도 하고, 오랜 세월 함께해준 것이 기특하기도 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조금 더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흰냥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작년부터 구내염 증상이 보이더니, 점점 심해져 최근에는 먹을 때마다 비명소리를 내며 입을 털었습니다. 많이 아플 때는 만들어준 보금자리 마저 피해 아무도 모르는 폐가 구석에 숨어 있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얼굴을 비추곤 했습니다. 그루밍을 하지 못해 하얗던 털은 점점 더러워지고, 살도 쏙 빠져버렸습니다. 바쁘고 여유가 없다는 핑계로 치료를 미뤄왔지만 더 이상 아파하는 모습을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카라의 도움으로 흰냥이가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첫 진료는 사정상 제가 가지 못하고 아버지가 흰냥이를 데리고 가셨습니다. 병원에서는 구내염이 심각한 상태이며, 혀 옆에는 종양인지 염증인지 모르는 종괴가 보여 조직검사도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 번에 전발치는 흰냥이에게 무리가 될 수 있어 우선 1차 발치 후 예후를 보고 2차 발치를 하는 것을 추천하셨습니다. 

다행히 흰냥이가 사람에게 친화적이고 진료도 잘 받아서 치료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흰냥이는 현재 저희 집 근처에 저희가 소유 중인 빈집에서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문이 항상 열려 있어 동네와 집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환경입니다. 치료 기간 중에는 나가지 못하게 문을 닫아 여기서 돌볼 예정입니다.

현재 저희 집에는 고양이에게 공격성이 있는 강아지가 살고 있어 입양은 어렵고, 저희가 구조해 임보처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고양이도 3마리가 있어 임보처 구할 여력은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흰냥이는 외동으로 입양을 가지 않는 이상, 현재 생활이 더 자유롭고 만족스럽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흰냥이는 발치 수술 후 살도 많이 붙고 털도 깨끗해졌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비명만 지를 모습을 보고 ‘치료하지 않으면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증상이 너무 심했습니다. 카라의 도움이 없다면 용기 내어 병원을 데려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발치는 성공적으로 마쳤고, 송곳니는 아직 괜찮다는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남겨두었습니다. 또 종양으로 의심되었던 덩어리는 구내염 치아로 생긴 것일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지금은 부기가 가라앉아 정상입니다.

이제 흰냥이는 밥을 먹을 때 아파하지 않고 잘 먹습니다. 또 더 이상 폐가에 숨어 있지도 않고, 만들어준 보금자리에서 지내면서 낮에는 햇빛도 쬐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흰냥이가 건강만 해주길 바라봅니다.

동물권을 위해 힘써주시는 카라도 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파서 먹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야 했던 흰냥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치료를 잘 받아서 이제 밥도 잘 먹고 살도 붙었다니 너무 다행이네요. 앞으로 오래오래 흰냥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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