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어느 날 집 주변에서 중성화가 안된 새로운 고양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해 '벌써 중성화 철이 왔구나' 하는 마음으로 포획틀을 설치하였습니다. 점 찍어 뒀던 두 마리를 잡고 철수할까? 그냥 두고 아침에 확인 해보니 백합이가 잡혀있었습니다. 상태가 조금 꼬질해 보이긴 했지만 그리 상태가 나빠 보이지 않아서, 중성화할 때 선생님께 상태 좀 봐달라고 하자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같은 동네 캣맘 분께 포획한 냥이들 사진을 공유하고, 중성화하러 가니 며칠 안 보여도 걱정하지 마시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전화가 오더니, 본인 급식소 카메라에 찍힌 아이 같다면서, 영상 보내줄 테니 비교해 보라고 하셨습니다. 같은 아이면 아픈 아이라고 사료 먹을 때 괴로워하는 걸 보면 구내염 같다고 하셨습니다. 보내주신 영상을 보니 같은 아이였습니다. 이미 포획을 해버렸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 중성화만 해서 풀어줄 순 없으니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병원에 데려가게 되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백합이는 전발치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치주염과 구내염이 심각한 상태라고 하셨습니다. 바로 전발치 수술을 하고 5일 동안 입원을 한 뒤 퇴원하였습니다.
병원에서는 불린 사료, 습식 등을 조금씩이라도 먹었었지만, 퇴원한 백합이는 다시 새로운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잘 먹지 않았습니다. 츄르 외에는 먹지를 않아 사료도 계속 바꿔보고 습식도 계속 바꿔서 줘보고 했지만, 전부 버려질 뿐이었습니다.
병원에 상담하니 3일 동안 안 먹으면 강급하고, 또 3일을 기다려보고 강급하며 자력으로 먹나 잘 지켜보라고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백합이가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한 번의 터치도 해보지 않았건만, 이렇게 안 먹다간 백합이가 잘못될 것 같아 용기를 내어 강급을 시작했습니다. 백합이는 저를 공격하지도 조금의 반항도 하지 않아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만큼 몸이 안 좋은 건지 너무 걱정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자주 강급을 해야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강급 간격도 길어 졌고, 자력으로 전보다 사료를 먹고 있습니다.
수술 후 입이 부어있어서 걱정했는데, 점점 붓기도 잘 가라앉고 강급 할 때마다 입속을 확인하면 붉은 부분이 줄어들고 발치한 잇몸 부분도 점점 차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가족들의 반대로 아직은 백합이를 쉼터에서 돌보고 있지만, 가족들이 설득되는 대로 집으로 들일 계획입니다. 백합이가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집으로 데려와 케이지에서 탈출시켜주고 싶습니다.
백합이는 치료도 잘 받고 나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입이 짧아서 그런지 체중도 안 늘고 츄르만 먹으려 해서 때때로 강급을 합니다. 백합이가 이젠 요령이 생겨서 먹고 뱉습니다.
제가 자꾸 강급을 해서 그런지 아직 저와 내외하는 사이인지라 제가 있으면 케이지 문을 열어놓아도 나오질 않고 쭈구리 모습만 보여주네요.
* 백합이가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를 바랍니다. 맛있는 사료와 간식을 사랑하는 반려인에게 받아먹으며 행복해지는 날을 고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