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재개발이 시작돼서 많은 변화가 있는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의 삶도 재개발로 많이 달라졌고 그 때문에 보이지 않는 길고양이들도 여러 마리 있습니다. 또 반대로 세랑이처럼 보지 못했던 길고양이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세랑이는 못 보던 길고양인데 다 죽어가는 처참한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났습니다.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모를 만큼 정말 처참했습니다. 오늘 당장 고별로 떠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처참한 모습을 하고도 굶주림에 배가 고파서 사료를 찾아 여기까지 온 것 같았습니다. 배고픔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는 거 세랑이 보고 다시 느꼈습니다. 가지고 있던 참치 캔을 급하게 따서 먹을 수 있게 주고 차에 있는 철제 덫과 담요를 조심히 꺼내서 세랑이를 바로잡았습니다. 입에서는 피와 침이 흘렀고 혀는 입 밖으로 나와있었습니다. 설사를 해서 몸 여기저기 막 묻어 있고 악취가 너무 심해서 옆에 있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도대체 이런 몸으로 어떻게 살아 있었는지 놀랍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세랑이는 병원에 도착해서 병원 바닥에 물 설사를 줄줄 흘렸고 병원 안에는 세랑이의 악취로 냄새가 진동해서 너무 죄송했습니다. 범백 키트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는데 PCR 검사에서는 범백이 양성 나왔습니다. 그리고 혈액검사에서 좋지 않은 항목도 여러 개 나왔습니다. 우선 설사와 탈수가 너무 심해서 구내염 치료는 나중으로 미루고 급한 치료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구조 후에는 3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설사도 계속해서 애를 태웠습니다. 4일째 되는 날부터 설사가 무른 변으로 호전되었고 처방식캔도 조금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무른 변으로 호전된 이후부터 식욕은 살아났는데 구내염 때문인지 캔 먹을 때 아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렇게 한 달 가까이 치료하고 구내염 치주염 수술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무른 변 증상이 계속 남아 있고 세랑이 털이 땀에 젖은 것처럼 자주 젖어있고 털에서 계속 지저분한 무언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구내염 수술까지 받으면 건강해질 줄 알았는데 세랑이는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IBD(염증성 장 질환)일 가능성도 있어서 추가 검사를 받기로 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세랑이는 아픈 곳을 치료받고 잘 먹어서 힘이 나는지 요즘은 저를 공격하려고 합니다. 길고양이의 야생성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료와 캔을 먹을 때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고 주는 대로 다 잘 먹습니다. 너무 잘 먹어서 먹는 모습이 이쁘고 보람이 느껴지는데 이런 감동 때문에 힘들어도 구조를 하나 봅니다. 세랑이의 치료가 길어지면서 케이지 2개를 연결해서 지내게 해주고 있는데 그래도 많이 답답할 것 같습니다. 지금 복용 중인 약을 다 먹고 나면 추가 검사를 받을 건데 검사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검사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서 만성질병 케어를 해야 된다면 세랑이는 방사를 하지 않고 제가 맡고, 결과가 좋아서 건강을 찾게 된다면 제자리에 방사해서 길에서 살아갈 수 있게 돌봐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세랑이는 아주 심각한 상태로 구조돼서 모든 게 조심스러웠고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두르지 말고 하나씩 치료해 나가자고 마음먹었었고, 처음에는 치료가 될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치료받고 건강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중성화 수술도 받고 추가 검사도 받았습니다.
세랑이의 모든 수치가 좋아져서 제자리 방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랑이가 제자리 방사 후에도 길에서 살아갈 수 있게 잘 돌보겠습니다.
이혜영 2024-05-29 12:32
세랑아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