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지난 여름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혼자 버려져 있는 퓨리오사를 발견했습니다. 친구가 길고양이 밥을 주는 장소였는데 거기서 밥을 먹던 1살도 안 된 아이가 첫 출산에서 낳은 새끼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물자리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는데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쪼그리고 있었습니다. 두 눈이 엉망으로 상처를 입어서 뜨지도 눈을 뜨지도 못하고 콧물이 계속 흘러 냄새도 맡지 못해 미동도 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급하게 수건에 싸서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갔는데 각막 양쪽 모두 너무 심하게 상처를 입어서 시력을 회복할지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발톱을 깎으려 아이를 드는 순간 한 쪽 앞 다리 전체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 같다고 동물 병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동물 보호 단체나 보호소 등에 아이를 맡아줄 곳을 백방으로 찾았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일하게 아이를 받아주겠다는 곳은 시보호소였지만 당시 아이의 상태가 너무 위중하여 보호소로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임시 보호를 하며 아이를 돌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입양을 전제로 보호 중입니다. 아이를 보호하던 초기에는 "애기"라는 이름으로 불렀지만, 입양을 마음먹고 나서 한 팔이 없어도 씩씩하게 잘 이겨내자고 "퓨리오사"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구조 후 안약을 넣으며 돌본 결과 다행히 오른쪽 눈은 서서히 회복이 되어갔지만 왼쪽 눈은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심하게 부풀어 올랐습니다. 부푸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 보여서 일요일에 24시 진료를 하는 동물 의료센터에 가서 눈꺼풀을 스테이플러로 봉합했지만, 아이가 그 부분을 팔로 쳐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처음 진료를 보았던 동물 병원에서 눈꺼풀 봉합을 했지만 밤새 눈을 보호 고깔 쪽에 문질러서 풀어버렸습니다.
병원에서는 왼쪽 눈의 안구를 적출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 같다고 하셨는데 아직 수술을 받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리기도 하고 적출은 너무 큰 문제라 같은 날, 안과 전문병원을 찾아 진료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워낙 어리기도 하고 왼쪽 눈도 빛에는 약한 반응을 하고 있어 잘 봉합한 후 향후 상황을 지켜보자고 하셔서 처치했습니다. 눈 상태가 너무 심하게 부풀어 올라 2일간 입원을 시켰습니다. 입원 이후 눈의 붓기가 빠르게 가라앉기 시작했고, 체력도 회복하기 시작해서 잘 놀고 활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재진을 했을 때 눈 붓기가 많이 가라앉아서 3안검 플랩을 실시하였습니다.
아직 왼쪽 눈의 시력이 회복할지 미지수지만 전반적인 눈의 상태는 천천히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무엇보다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너무나 귀엽고 예쁜 아기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처음 구조 당시 230 그램이었는데 지금은 1kg를 넘겼고, 한 다리가 없지만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점프하는 아깽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퓨리오사에게 가장 큰 문제는 왼쪽 눈이 회복하느냐의 문제인데, 앞으로 꾸준히 원에 내원하여 경과를 확인하고 향후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왼쪽 눈은 각막 천공 부위가 상당히 넓어서 자가 회복이 가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퓨리오사가 성장기이기도 하고 아주 빠르게 성장하며 건강해지고 있어서, 조금이나마 각막이 자가 치유될 부분을 희망해 볼 수 있다고 병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왼쪽 눈을 일부 봉합해 놓은 상황인데 병원에 방문하여 눈 상태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각막이 여전히 너무 벌어져 있으면 각막 봉합도 가능하다고 하여 그렇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왼쪽 눈의 회복 여부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눈 상황에 따라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다 취해볼 생각입니다. 눈 문제 이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보이지 않고 너무나 활발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묘생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 퓨리오사의 다양한 모습의 사진만 봐도 잘 먹고 잘 노는 아깽이로 보여집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구조가 되지 않았다면 이런 깨발랄 퓨리오사를 보지 못했겠지요?
잘 먹고, 잘 놀고 하면서 장애는 불편하지만 행복해지는 것에는 문제가 없음을 퓨리오사가 보여주길 바랍니다.
카라 2024-09-09 11:02
구조자 님이 메일로 보내신 퓨리오사의 최근 소식을 추가로 게시합니다. 우리 퓨리 (줄여서 퓨리라고 부릅니다 ^^)의 사연을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지원금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퓨리오사는 정말 귀엽지요? 매일 매일 더 예뻐지고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어제 병원에서 진료를 보았는데 퓨리오사의 눈도 엄청 좋아지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처음엔 당장 적출을 고민할 만큼 상황이 안좋았는데 퓨리가 성장하고 건강해지면서 회복이 많이 되어서 어쩌면 시력을 좀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처음엔 너무 심각한 상황이어서 계속 보수적으로 전망하셨는데 어제는 엄청 희망적이셨어요. 퓨리의 눈 회복에 한계를 두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얘기도 하셨구요. 사실 올해 2월에 18년간 저와 함께했던 고양이가 오랜 투병 끝에 무지개 다리 너머로 떠나서, 퓨리를 입양하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 너무 많은 고민을 했는데, 퓨리는 매일 기적을 보여주며 너무나 큰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 퓨리의 구조와 치료에 지원해주신 카라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퓨리가 행복하고 건강한 고양이로 성장하여 많은 구조묘들과 장애묘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조심스레 바래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