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부어오를 정도로 잇몸이 부어 있던 예민하고 사나워 구조가 어려웠던 '장수'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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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1-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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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장수는 몇 년 전 이사 온 아파트 밥 자리에 가끔씩 보이는 고양이였습니다. 동네 대장 고양이처럼 보였고 아파트에 자주 있지는 않고 가끔 들려서 밥을 먹고 갔습니다. 아파트 고양이들 TNR을 위해 밥자리에 CCTV를 설치해서 아이들 확인을 하는데 장수가 구내염이 있는 모습으로 촬영이 되었습니다. 포획을 해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치료를 해주고 싶었으나 철제 덫과 노랑 통 덫 두 가지 전부 실패해서 잡지 못했습니다. 

이후 2~3달에 한 번 정도씩 마주쳤는데 다행히 구내염이 더 심해진 것으로는 보이지 않아 만날 때 만이라도 병원에서 지어둔 구내염 약을 간식에 타줬습니다. 더 자주 보이는 아픈 고양이에게 손을 먼저 내밀게 되다 보니 장수는 괜찮겠지.. 오늘도 안 보이니 확인이 안되는구나.. 하는 안일한 마음을 먹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장수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었습니다. 

올해 초 장수가 구내염이 더 악화된 모습으로 아파트에 나타났고 구내염 약 밥을 준 그릇에 피가 흘러 있는 것을 보고 이번에는 꼭 잡아서 치료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덫을 놓으면 그냥 조용히 가 버리는지라 구내염 약과 영양제만 타주면서 지켜보았습니다.  다시 만난 장수는 다리와 턱밑이 까맣게 물들어 있고 먹을 때도 한번씩 고개를 흔들며 아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진짜 이제는 장수를 꼭 잡아 치료를 해줘야겠다 결심하고 며칠 동안 잠복해서 장수를 찾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유인하다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포획 후부터 병원 원장님과 장수 상태에 대해 의논하고 입원을 하였습니다. 

장수는 구내염이 목구멍과 볼 쪽까지 심하게 진행되어 있고 송곳니들은 이미 끝이 다 깨져 있는 상태라 전발치 수술을 결정하였고 수술 전 알부민 수혈을 한 후 전발치를 진행하셨습니다. 장수는 수술 후 잇몸이 많이 부어 통증이 심할 가능성이 있어 일단 입원해서 수액치료를 하면서 항생제와 진통제 주사 치료를 하였습니다. 면회를 가보면 입원장 안에서도 잔뜩 긴장하고 겁먹은 모습을 보여 스스로 먹기 시작하면 퇴원시켜 집에서 케어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입원해서도 진료시간 내 병원에 사람이 있으면 잔뜩 겁을 먹고 있지만 사람들이 없어지고 나면 조금씩 먹기 시작했고 주말동안 장수가 스스로 먹기 시작한것을 확인하고 퇴원해서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퇴원한 장수는 대형 케이지 2개를 연결시켜 최대한 덜 불편하도록 하고 방에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주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방에 들어가면 제 동작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라 가급적 멀리서 화장실을 치워주고 밥, 물, 간식을 주는 게 스트레스를 최소화 해 줄 수 있을거라 믿으면서 케어했습니다. CCTV를 보면 제가 없을 때는 편하게 누워서 잠도 자고 밥, 간식도 편하게 먹으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방에 들어가면 잔뜩 긴장합니다.


야생성이 강한 장수가 너무 오랜 기간 케이지 생활을 하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으로 판단, CCTV를 통해 장수가 통증 없이 잘 먹는 걸 확인하고 제자리 방사를 하였습니다. 방사를 하기 전 가장 걱정이었던 것은 장수가 밥 자리에서 가끔씩만 마주치던 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만나는 게 힘드니 혹시나 방사하고 나서 상태가 안 좋아지는데 발견을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다시 포획이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매일매일 고민했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3주가 지나도 제가 방에 들어가면 경계를 풀지 않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과 상태가 좋아져서 침 흘림 없이 밥을 잘 먹는 모습을 보고 제자리 방사를 결심했습니다. 근처 캣맘님도 아주 가끔 보는 아이라고 해서 혹시나 방사 후 장수를 보게 되면 연락을 부탁 드렸고 다행히 방사 후 캣맘님이 장수를 봤다며 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밥 자리에는 CCTV를 설치해서 혹시나 장수가 밥 먹으러 오는 모습이 촬영되는지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장수가 보이거나 CCTV로 확인되면 상태를 지켜보며 만약 다시 안 좋아진다면 재 포획해서 다시 치료를 해줄 생각입니다. 장수 치료를 위해 카라의 시민구조치료지원을 신청하게 되었는데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장수는 방사하고 제 밥 자리에서는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CCTV를 설치해서 확인은 하고 있고 있는데 잘 안보이네요. 원래 제 밥 자리 고정은 아니엿어서요, 이후에 장수를 발견하면 기쁜 소식을 전하도록 할게요~ 

항상 길고양이들을 위해 애써주시는 카라에 감사드리고, 힘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침이 질질 흐르고, 꼬질꼬질 하던 장수가 치료를 받고 미모를 되찾았습니다. 목구멍 안쪽이 부어오르고 헤진 혓바닥으로 먹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이제 치료 잘 받고 살던 곳으로 갔으니 밥 자리에 일등으로 나타나 밥 잘 먹고 따뜻한 햇빛 아래 털을 고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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