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제가 4-5년 밥을 주는 밥 자리에서 이탈한 경계가 심한 암컷 둘 삼색이와 치즈 고양이가 항상 도로를 건너 가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그 아이들이 지내는 곳에 새로 밥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치즈 고양이는 새끼 고양이를 봄 가을 두 차례 데려다 놓고 그 이후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밥만 주다가 밥 자리에 새끼 고양이들이 늘어나서 군에서 시행하는 TNR을 재작년부터 시작하고 유독 경계가 심한 삐삐는 작년 가을에 드디어 TNR을 했습니다. 매일 밥 주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서 빠짐없이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간식 먹으러 오는 삐삐가 며칠 보이지 않더니 어느 날 얼굴을 내밀었는데 앞발이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상처도 꽤 깊었고 어깨에 달려 있듯이 다리를 끌고 다녔습니다. 바로 포획 틀을 가져와서 포획을 시도했는데 평상시에도 경계가 심한 편이라서 병원 문이 닫는 시간까지 잡지 못해서 급한 대로 항생제 3일 정도 캔에 넣어 숨어있는 겨울 집 앞에 놓고 다음날 아침에 오기로 했습니다.
다음날도 하루 종일 포획을 시도했으나 은신처에서 제가 자꾸 얼쩡거리니 있던 곳이 아니라 더 깊은 곳으로 숨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다가 도망가면 큰일이다 싶어 시간을 길게 잡고 밤에 포획을 하자 싶어서 밤늦게 있는 애들은 캔과 닭 가슴 살 파티를 하고 (혹시 포획 틀에 들어가면 안 되니까 최대한 배불리 먹이고) 시간을 두고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배가 고픈 삐삐가 드디어 포획 틀에 들어갔고 밤사이 항생제 몇 알을 더 먹이고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습니다. 삐삐는 병원에서 왼쪽 앞 다리의 골절과 신경이 손상되어 절단 수술을 받고 퇴원하여 집에서 돌봄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현재로는 상처가 잘 아물고 있고 안정된 밥 자리에서 (사람이 다니지는 않고 땅 주인에게도 허락 받았어요)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으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야생성이 강하고 경계가 너무 심해서 입양은 엄두도 못 내고 스스로도 너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아서 1-2 주 정도 돌봄 후 방사 예정입니다.
삐삐는 현재 밥 자리는 사람 왕래가 없는 곳이라 나무 사이 겨울 집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삐삐는 유독 경계가 심하고 성깔이 있어 팔이 없다고 해코지 하거나 하지는 못합니다. 새로 유입된 고양이들 말고는 모두 TNR을 했고, 순합니다. 방사 후 일주일 동안은 안 보였고, 지금은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와서 자기 몫을 챙겨 먹습니다. 개방형 골절이라 패혈증으로 죽을 수 있다고 했는데 그나마 빨리 발견하고 구조해서 잘 회복하고 한 팔로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다행입니다.
카라가 구조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리가 없는데 제자리 방사가 괜챦을까, 아무리 경계가 심하고 독립적이라도 임시 보호 하면서 입양을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았는데 보내주신 사진 속 삐삐는 당당하게 잘 지내고 있어 안심했습니다. 밥도 잘 먹으러 온다니 불편하지만 삐삐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하루하루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