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일터 주변에서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고 있습니다. 일터 근방에는 중성화 안 된 고양이가 많아서 가을이 되면서 중성화 포획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포획틀을 설치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젖소 무늬 고양이가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고양이였습니다. 중성화도 안되어있고, 턱 옆이 불룩하게 혹이 나 있었습니다. 속으로 다음 타깃은 너구나 하면서, 고양이 눈을 보고 여기 들어가 주면 더는 턱 안 아프게 해줄게 말하고, 서둘러 포획틀 설치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많이 배가 고팠는지 고양이는 금방 포획 틀에 들어가 주었습니다. 잡고 보니 침도 살짝 흘리고 입가도 지저분한 게 구내염도 있어 보였습니다.
엄지는 순순히 잡혀줄 때와는 다르게 TNR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많이 불안했는지, 포획틀 안에서 난리를 쳤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병원에 도착해서 보니 난리를 치다가 혹이 터졌는지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습니다. 엄지를 병원에 인계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릅니다. 다행히도 혹은 악성종양이 아니라 농이 찬 것이라, 남은 농 제거하고 소독 후 봉합하였고, 구내염이 있어 발치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선 엄지가 구내염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아 예후가 좋을 것이라며, 굳이 오래 입원할 필요 없이 하루 정도 지켜보고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그렇게 엄지는 이틀을 입원 후 퇴원, 현재 제가 봉사하는 쉼터에서 극진히 대접 받으며 케이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쉼터에 가는 것이 쉽진 않지만, 하루하루 회복해가는 엄지의 모습을 보는 것이 요즘 제 삶의 낙 중 하나입니다.
엄지는 약을 타준 습식도 뚝딱 밥도 뚝딱 잘 먹으며 순조롭게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제 약도 다 먹었으니, 약을 끊고도 구내염이 재발 하지 않고 지금의 컨디션을 유지하는지 지켜보려 합니다.
엄지는 포획 틀에서 난리를 쳐서 혹을 터뜨릴 때부터 눈치챘었지만, 성격이 보통이 아니라서 항상 케어를 해줄 때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 하악질을 하고 공격하는데, 엄지는 뚱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기습 공격을 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함께하다 보면 저도 요령이 생기고 서로에게 적응할 거라 믿습니다.
엄지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ㅎㅎ 아직 마음을 열진 않았지만 잘 먹고 잘 내고 있습니다!!
* 엄지의 표정이 아직 까지는 조심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생이면서도 약도 밥도 뚝딱 잘 먹는 엄지의 표정이 반려인을 보기만 하면 눈에 하트가 생기는 눈인사와 그루밍을 해주는 그날을 기대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