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상처에 피와 침이 쉴 새 없이 흐르던 '테리'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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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1-0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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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삶’이 아닌 치열한 ‘생존’입니다.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위기의 동물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분들의 구조 사연을 공유합니다.


구조 사연


테리는 2020년 1월 처음 저희 집 밥 자리에 왔던 아이였습니다. 매일같이 밥을 먹고, 밥 자리에서 쉬다 가던 아이였는데, 약 2년 전부터 침을 많이 흘리고 먹는 걸 많이 불편해하더라구요. 구내염의 시작이었죠. 병원에서 약을 지어다가 먹였지만, 증상은 점점 심해지고, 구조하기 서너 달 전부터는 아이가 있던 자리에 피와 침 범벅이었습니다. 집에 아픈 노묘들이 많이 있어 선뜻 구조의 손길을 내밀지 못하고, 매일같이 활기 없고 피범벅이던 테리 얼굴 보면서 가슴에 돌덩이를 얹은 듯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테리의 마지막이 될 것만 같은 날이었어요. 더 이상 고민도 망설임도 할 수 없었던 아이의 처참한 그 모습에 밥 자리에 통 덫을 놓았습니다. 부디 포획이 잘 되기를.. 간절한 그 마음이 테리에게도 닿았는지, 이 녀석도 살고 싶었는지, 통 덫 놓고 20여 분 만에 들어가서 포획했습니다. 포획 후 밝은 곳에서 본 테리의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처참했습니다. 온몸이 상처에, 피와 침은 입에서 수돗물 틀어 놓은 것처럼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서 마취 한 뒤 검사 후, 송곳니 제외 모두 발치 하였고, 중성화도 함께 진행하였습니다. 온몸의 털 안쪽 피부가 딱지와 각질로 가득 찼고요. 수술은 다행히 잘 마쳤고, 마취 깬 뒤 바로 집으로 데려와, 케이지에서 격리하며 케어를 하였습니다. 영양 상태가 양호하고 약을 먹으면서 케어 받아 그런지 피부 부분은 많이 좋아졌지만, 입안 상태는 워낙 심각했었던 상황이어서 병원에서 지어온 약을 아직까지도 약을 먹이면서 케어하고 있습니다. 아직 얼굴만 보면 하악질 하는데, 천천히 손을 내밀면 물지는 않아서 케어하는 동안, 천천히 가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마 평생을 보조제 등을 먹여가면서 케어해야겠지만, 테리의 남은 묘생 끝까지 가족으로서 함께하겠습니다.


치료 및 진료 과정


구조한 다음날 병원에 데려가서 아이 상태 말씀드리고, 손 타지 않은 아이라서 바로 마취부터 하고 검사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혈액 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결과 다행히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었지만, 염증으로 입안 쪽까지 다 녹아 있어서 구내염과 LPGS, 그리고 FORL 진단을 받았습니다. 빠르게 발치 수술과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고, 수술은 잘 마쳤습니다. 퇴원은 바로 해도 된다고 하여, 퇴원 후 현재까지도 계속 약 먹이면서 케어하고 있습니다. 염증으로 목구멍 안쪽까지 다 녹아있어서 이 부분은 오랜 시간 치료와 케어가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병원 약과 보조제를 계속 먹여야 할 거 같습니다. 피부 부분은 현재는 딱지와 각질이 많이 떨어져 나가서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진료 및 치료 후 보호 계획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앞으로도 더 먹여야 할 거 같아서, 병원 약 먹이면서 집에서 보조제를 먹여가면서 계속 케어할 예정입니다. 테리가 아직도 많이 경계하고 있는 상황 인데다가, 집에 아픈 노묘들이 많아서 천천히 시간 가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 중입니다. 천천히 다가가면 손길을 허락해 줘서 턱이나 얼굴 만져주면서 친해지고 있는 중이랍니다. 입에서 흐르는 침도 줄고, 어느 정도 친해지면 조만간 격리장 문 열고, 조금씩 활동 반경을 넓혀가려고 합니다.


테리는 아직도 항생제를 계속 먹고 있으며 여전히 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아직 아파서 그런지, 하악질도 계속 하고, 경계도 많이 하지만 조심스러운 손길을 받아들일 때도 있고, 제가 앞에 있어도 밥을 먹기도 하고..(이젠 사료도 잘 먹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테리와 저입니다.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을 병원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테리의 묘생 끝까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제가 늘 함께 함께하겠습니다. 아이들 위해, 또 그 아이들을 위한 수많은 저에게 힘이 되어 주시는 카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테리가 먹는 고통에서 이제 먹는 기쁨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남은 여생 구조자 님과 새로 생긴 형제 자매 고양이들과 잘 적응하며 구조자 님의 따뜻한 손길 아래 골골 노래는 부르는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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