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카라 동물권 학습지도안,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카라는 초·중·고등학교 교사 등 교육자를 위한 동물권 학습지도안 47종을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올해 4~7월에 걸쳐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해 주신 시범수업 교사진 13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은 시범수업 참관 후기와 교사 인터뷰로 구성됩니다. |
아홉 번째 이야기. 중고등학생 〈개식용 문제〉 학습지도안 시범수업 후기
- 날짜 : 2021년 7월 5일(월)
- 참여 : 마곡중학교 3학년 O반 학생들 24명
- 교사 : 마곡중학교 박OO 선생님
- 방식 : 구글미트, 구글폼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회장단 학생들의 또래 대상 강의)
- 학습지도안 요약 : 중고등학생 대상의 〈개식용 문제〉 학습지도안은 총 2차시이며, ①개식용, 그 현실 속으로!, ②개식용, 그 논란 속으로!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시범수업 참관 후기
■ 회장단 학생들의 또래 대상 강의
마곡중학교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1년에 주제 창체 수업을 8회 진행하는데, 각 학급에서 회장 역할을 하는 두 명의 학생이 매번 다른 주제로 수업을 준비해서 직접 강의합니다. 이번 동물권 시범수업에는 3학년 총 8개반, 189명의 학생이 참여했습니다. |
■ '개에 대한 인식' 사전 설문 조사
마곡중 박OO 선생님께서는 수업 중 질문하면 학생들이 바로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침 조회 시간에 미리 설문지를 돌려 '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셨다고 합니다. 조사를 통해 입수된 데이터는 수업을 이끈 회장단 학생들이 사전 정리하여 수업 시 발표했습니다. |
Q. ‘개’ 하면 떠오르는 것은?
A. 귀엽다, 애완동물, 충성스러움, 사랑스러움, 진돗개, 늑대, 반려동물, 동물 중에서 가장 친근한 느낌, 귀여우면서 무섭기도 하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다 등
Q. 개식용에 대한 나의 생각은?
A. 극혐이다, 미개하다, 돼지와 소를 떠올리면 같은 동물이지만 반대하는 편이다, 다른 사람의 반려견을 잡아가지 않고 사육 환경이 좋다면 상관없다, 개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을 주고 반려동물로 키우는 사람도 많아서 먹으면 안 된다, 개도 한 동물일 뿐이라 잡아 먹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만 방송에서 비춰지는 모습을 보면 비위생적이다, 소나 돼지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고기 말고 몸보신을 한다며 개식용 하는 것은 반대한다, 소 돼지 닭에게 동물복지가 시작된 건 소비자가 변화를 원했기 때문인데 변화를 원하는 소비자가 없는 개고기 시장은 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 문화인데 잘못된 게 있나, 각자의 취향이지만 좀 불쌍하다, 인간의 반려동물이라는 이유로 식용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이다, 개고기 맛 괜찮고 영양가도 많은데 단지 개를 학대하는 일부 도축장이 문제다 등
■ 수업 후 '인식 변화' 조사
PDF로 제공된 카라 활동지를 캡처하여 구글 폼에 삽입한 뒤, 학생들이 수업 중 온라인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업을 통해 느낀 것과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하여 사후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구글 폼을 활용하면 자료를 따로 정리하고 통계 낼 필요가 없어 편리합니다. |
Q. 수업을 통해 알게 된 개식용 현실의 문제점은?
A. 개들을 생명이 아니라 돈으로 생각한다, 불법적인 개농장이 많다, 개를 도축하는 과정이 전혀 위생적이지 않고 잔인하다, 인간들의 잔반을 갈아서 개에게 먹이로 준다, 비좁은 사육장과 뜬장을 이용한 사육, 개농장의 수가 전국에 매우 많다, 개가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다, 무자비한 강제 번식, 식용개가 어떤 경로로 식탁에 놓이는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소비를 반복한다, 애완견과 식용견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등
Q. EBS 영상 〈당신이 몰랐던 식용개 이야기〉 시청 소감은?
A. 동물보호법을 더 강화하지 않는 나라에 실망했다, 진짜 저런 사람들은 똑같이 당해봐야 한다, 개를 먹는 사람들에게 이걸 보여줘서 더 이상 안 먹게 만들고 싶다, 한 생명체를 돈으로만 보는 것이 충격적이다, 평생을 그런 곳에서 두려움에 갇혀 언제 죽을지 몰라하며 2년 동안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불쌍했고 화가 났다, 반려견을 식용견으로 만드는 건 잔인하지만 개를 식용으로 키워서 먹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 개 말고 다른 동물들도 불쌍히 여겨서 인간들의 육류 섭취가 실질적으로 줄면 좋겠다, 학대 받는 개를 보고 미안함을 느꼈다, 자신의 의지 없이 번식되는 게 너무 잔인하고 징그럽다,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개에게도 이런 짓을 저지르는데 그 외 동물에게는 얼마나 가혹할지 안 봐도 뻔하다 등
◎ 시범수업 교사진 인터뷰
- 참여 교사 : 마곡중학교 박OO 선생님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거야?' 했더니 '닭도 조그마한 장에 갇혀 있는데 왜 개만 불쌍하다는 거예요?' 이러더라구요.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상황이 열악하고 그들에게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들도 좀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같이 다뤄졌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Q1. 동물권에 대한 관심
어떤 계기로 동물권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한 4년 전쯤 방송을 통해서 우연히 카라라는 단체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이번에 학습지도안을 만들어서 배포하신다는 소식을 보고, 보신탕 문화가 자리잡은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하겠다 싶어서 개식용 문제 지도안으로 교육하게 됐구요.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는 주제도 개식용 철폐인가요?
저는 동물복지 법제화에 관심이 있어요. 되도록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있는 식품을 사려고 하고, 육식도 좀 줄여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2. 주제 창체 수업과 또래 교육
오늘 수업은 선생님이 아닌 학생들이 진행해서 특별했는데요. 어떻게 기획된 거예요?
저희 학교에는 주제 창체 수업이라는 게 있어요. 1년에 8번 정도 있고 매달 한 번씩인데, 각 학급 회장 두 명이 수업을 준비해서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하는 거예요. 1학년은 계절과 관련지어 하고 2학년은 민주시민교육, 3학년은 세계시민교육을 해요. 올해 3학년에서는 4월에 제주 4.3 사건을 다뤘고 5월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랑 미얀마 사태 연달아서 했어요. 6월에는 성소수자에 대해서 수업 했고, 마지막으로 7월에 개식용 문제를 하게 됐어요.
다양한 주제가 있네요. 개식용 문제는 어떻게 선택하게 된 걸까요?
복날도 코앞으로 다가왔으니 한 번 다뤄보면 어떻겠냐고 제가 제안했는데 학생들이 다 좋다고 해서 하게 됐어요. 3학년이 8개반인데 전 학급 189명이 참여했구요.
다른 학급 선생님들과 합의가 이루어진 건가요? 아님 학생들과 직접 조율하신 건지?
학생들하고 직접 결정했어요. 다른 학급 담임 선생님들께는 우리 이런 주제로 수업할 건데 혹시 이의 있는지만 여쭤봤어요.
이견 없이 잘 통과가 되었나봐요.
네, 근데 되게 의외라고 하셨어요. “어? 아직도 개를 먹는 사람이 있어?” 이러시고, 아직도 개농장이 전국에 수천 군데 있다는 자료를 보고 많이 놀라시더라구요.
이번 시범수업을 선생님께서 직접 하지 않으시고, 주제 창체 수업에서 학생들이 직접 강의해 보도록 기획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기존에는 저희가 직접 조사하느라 어려움이 좀 있었어요. 여러 가지 자료가 필요하고 가짜 뉴스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카라 활동지를 보니까 그런 걸 다 걸러 주셨더라구요. 저희가 찾기는 좀 어려운 자료일 수 있는데 이렇게 제공해 주시고, 특히 개식용에 대한 시민 인식이 어떻게 개선되고 있는지 이런 부분을 학생들이 찾으려면 약간 부담스러울 수 있거든요. 자료가 잘 제시되어 있어서 활용하기 좋았어요.
카라 학습지도안이 있으면 학생들이 직접 또래 대상 강의를 해도 괜찮겠다고 판단하신 거죠?
네. 예전에 5.18이나 미얀마 문제를 다룰 때는 학생들이 자료를 찾기 힘들어 해서 제가 많이 개입해야 됐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카라에서 제공해 주신 자료 덕분에 제가 개입을 조금만 해도 회장단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어요.
Q3. 학생들의 반응
학생들이 수업을 잘 이해한 것 같나요?
네, 대부분 이해하기 수월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학생이 사전 설문에 “소, 닭, 돼지 다 먹는데 왜 개만 안 돼요?” 이런 질문을 남겼더라구요. 나중에 학교에 왔길래 직접 물어 봤어요. “개고기를 먹어도 된다는 거야?” 했더니 “닭도 조그마한 장에 갇혀 있는데 왜 개만 불쌍하다는 거예요?” 이러더라구요.
네, 맞는 말이죠.
개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도 상황이 열악하고 그들에게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들도 좀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같이 다뤄졌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수업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런 쪽으로는 인식 개선이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이번 시범수업은 1차시만 이루어졌는데, 2차시 지도안에는 ‘개식용 10가지 논란 토론하기’ 활동이 있어요. 거기에 다른 동물은 먹으면서 개는 왜 안 되냐는 물음에 반박해 보는 내용이 있거든요. 이런 게 1차시에도 좀 더 녹아 있으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었겠네요.
네, 1차시 도입 부분에 들어가도 좋았을 것 같아요. 개가 아닌 다른 동물의 고기는 마트 같은 데서 흔하게 접할 수 있잖아요. 다른 동물이 유사한 환경에서 길러지는데도 불구하고 개식용에 반대하는 점에 대해서, 학생들이 알아듣기 쉽게 언급돼 있으면 좋을 듯해요.
이외에 학습지도안에서 보완 필요한 점이 있었을까요?
EBS 영상을 볼 때 학생들이 잘 집중했어요. 제가 학생들 표정 변화가 있는지 계속 보고 있었거든요. 살짝 아쉬운 건 영상이 조금 길어서 어디를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됐다는 것, 중고등학생용이라 그런지 수위가 조금 높았다는 점이에요.
조금 잔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왔죠. 혹시 보기 너무 힘들었다는 학생들이 있었나요?
189명 설문을 받았는데 3명 정도였어요. 저렇게까지 할 줄 몰랐는데 보기가 좀 힘들었다, 개 사체를 던지거나 불 태우는 장면이 힘들었다는 의견이 있었네요.
이번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요?
처음에는 그냥 개식용에 대한 단순한 반대였는데 교육 마치고 나서는 왜 반대하는지 구체적인 이유가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수업 후 설문 결과를 보니까 개들이 그렇게 처참하게 죽는지 몰랐다, 현실을 더 자세히 알게 됐다, 내가 조금 더 지각 있게 행동하고 인식이 개선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이런 소감이 있어서 되게 뿌듯했어요. (웃음) 그리고 동물학대 관련 법을 소개해 주셨잖아요. 법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학생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채팅창에서 수업 소감을 나누는 학생들.
회장단 학생들이 진행한 또래 교육을 다른 학생들이 잘 따라왔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네, 처음에는 1차시만 해서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학생들 소감을 보니 수업을 효과적으로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를 물건 취급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는 의견도 있었고, 어떤 학생들은 유기견 부분에서 충격을 좀 받은 것 같아요. 만약 내가 개를 잃어버리면 개농장에서 잡아갈 수도 있다는 거. 우리는 식용견으로 이만큼 큰 개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영상에 작은 개들, 발바리, 말라뮤트까지 나왔잖아요. 개농장주가 “작은 게 맛이 좋다” 이런 말을 하기도 했구요.
학생들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가혹한 현실이네요.
그래도 다가오는 복날에는 고기를 좀 덜 소비하지 않을까요? 학생들 소감 중에서 ‘과거에는 잘 못 먹어서 복날에 개를 잡아 먹는 게 필요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다들 잘 먹고 있으니까 복날의 개념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말도 있더라구요. 보면서 “그래! 맞아!” 이랬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카라 학습지도안으로 수업할 계획이 있는 다른 선생님들께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 주세요!
저는 1차시밖에 수업을 못했지만, 수업 이후에 학생들이 각자 동물 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고 인증샷 찍어서 후기 올리는 활동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물복지 달걀을 샀다든지, 복날에 고기를 안 먹었다든지. 이런 모습을 양육자 분들이 보시면 그 분들께도 교육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카라 동물권 학습지도안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 바로 활용하실 수 있도록 PPT와 학생용 활동지도 묶음으로 제공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