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례] 매헌초 홍OO 선생님, "저는 영양 균형에 대한 신화를 다뤄보고 싶어요"

  • 카라
  • |
  • 2021-06-30 15:00
  • |
  • 1891




[기획 연재] 카라 동물권 학습지도안,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카라는 초··고등학교 교사 등 교육자를 위한 동물권 학습지도안 47종을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올해 4~7월에 걸쳐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해 주신 시범수업 교사진 13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글은 시범수업 참관 후기와 교사 인터뷰로 구성됩니다.


네 번째 이야기. 초등 4~6학년 〈농장동물〉 학습지도안 시범수업 후기

  • 날짜 : 2021년 5월 25()
  • 참여 : 매헌초등학교 6학년 O반 학생들
  • 교사 : 매헌초등학교 홍OO 선생님
  • 방식 : 줌, 패들렛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 학습지도안 요약 초등 4~6학년 대상의 〈농장동물〉 학습지도안은 총 3차시이며농장 동물이 뭐예요? (우리가 먹는 동물에 대하여), ②농장 동물은 어디에 살고 있나요? (공장식 축산과 동물복지 축산), ③나와 동물과 지구를 위한 식습관 (채식을 실천해요)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장동물 학습지도안 바로 가기

▶ 전체 학습지도안 모음 바로 가기


◎ 시범수업 참관 후기


■ 학습지도안을 재구성한 시범수업의 흐름

-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물음 던지기

-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 소개

- 주 1회 고기를 안 먹으면 생기는 일

- 채식을 하는 이유, 채식의 장점

- 국내/세계 채식 인구

- vegetable, vegetarian, vegan 영단어 소개

- 비건의 의미

- 다양한 비건 음식 사진 보여주기

- 모둠활동: 고기 없는 목요일 식단 제안 (줌 소회의실, 패들렛 활용)




■ 선생님과 학생들의 대화

Q. 많은 사람이 개는 귀여워 하는데 돼지는 왜 먹을까요?

A. 못 생겨서요 / 더 맛있어서요 / 개가 더 사랑스럽게 생겨서요

Q. 외모에 따라서 동물을 대하는 건 어떤가요?

A. 너무해요!

Q. 채식 문화를 접한 적 있나요?

A. 채식주의자...?

Q. 오늘 채식을 해본다면 어떨 것 같아요?

A. 처음에는 괜찮은데 나중에는 고기 먹고 싶을 것 같아요

Q. ‘Meat Free Monday’ 무슨 뜻일까요?

A. 고기 무료...?

Q.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해 본다면 어떨까요?

A. 화요일에 고기가 많이 먹고 싶어질 것 같아요.


■ 모둠별 식단 발표와 학생들의 말

  • [1모둠] 비건 햄버거, 비건 토마토 파스타, 비건 후라이드 치킨, 김치, 블루베리주스

“1모둠은 너무 사심을 채운 것 같아요!” / “비건 후라이드 치킨은 뭘로 만들어요?”

  • [2모둠] 현미밥, 콩나물국, 비건김치, 두부전, 사과

“저희 모둠은 최대한 일상에서 자주 먹는 음식으로 했습니다. 평소에 먹는 거랑 비슷해서 적응하기가 쉬워요.” / “2모둠은 완전 현실적이에요.”

  • [3모둠] 야채비빔밥, 떡국, 자장떡볶이, 백김치, 아이스크림

“백김치는 액젓이 없을 것 같아서 골랐습니다. 비건 자장떡볶이 제품이 있어서 매운 걸 못 먹는 친구들을 위해 골랐고요. 비건 아이스크림이 있었습니다.”

  • [4모둠] 비건 버거, 두유 요거트

“패티는 콩고기이고 요거트는 두유로 만든 거예요.”



■ 모둠 활동에 대한 활동가 참관 소감

- 직접 요리를 해본 학생이 드물어서 그런지 식재료와 식단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처음에 조금 혼란스러워 했어요.

- 아무 음식이나 막 던져보고 우왕좌왕하다가 비건 음식을 검색해 보기 시작했어요.

- 검색 과정에서 다양한 비건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알게 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 [총평] 균형이 완벽한 식단을 짜지는 못해도 "어! 비건 빙수가 있대!", "비건 아이스크림도 있다!", "비건 햄버거도 있는데?" 하면서 스스로 하나씩 알아 나가는 좋은 활동!


■ 학생들의 소감 발표

“비건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동물에 관련된 걸 아예 안 먹는 거란 걸 알았어요.”

“동물들한테 미안함을 느꼈고 이제 고기 먹는 걸 줄이고 싶어졌어요”

“비건 음식의 종류가 여러 가지이고, 다 초록색일 것 같았는데 여러 색이어서 신기했어요.”

“저도 비건 음식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 시범수업 교사진 인터뷰

  • 참여 교사 : 홍OO 선생님(매헌초등학교 6학년 O반 담임 교사)
농장동물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보면 어린이들에게 불편하고 폭력적인 진실을 알리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 얘기해도 될지 조절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어린이들에게 너무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진실을 알리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이 돼요.


Q1. 동물권에 대한 관심


언제, 무엇을 계기로 동물권에 관심이 생기셨어요?

3년 전, 교실에서 학생들이랑 영화 ‘옥자’를 같이 봤어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 시간이 됐는데 돼지고기가 섞인 자장밥이 나온 거예요. 그 순간 뭔가 이상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불편했던 감정이 계속 남아 있었고요. 제가 성평등 교육을 하면서 비건을 하는 교사 분들을 좀 만나게 됐는데, 그때 이후로 저도 비건을 지향하기 시작해서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네요.


성평등 교육 활동을 하셨군요. 혹시 성평등, 인권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동물권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게 되셨을까요?

네, 저는 좀 유사하다고 생각해요. 반폭력, 반차별, 해방운동이라는 점에서 맥락이 같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저희가 성평등 교육을 하면서도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에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인권, 차별, 폭력에 되게 예민한 사람들에게도 어떤 문제는 아직 보이지 않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은 것 같아요.



Q2. 이전 교육 경험

 

이번 시범수업 전에도 동물권 교육을 해본 적 있으세요?

네, 영화 ‘옥자’를 몇 번 같이 봤구요. 특정 주제로 수업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많이 이야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저는 영양 균형에 대한 신화를 좀 다뤄보고 싶어요. 반드시 육류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까? 성장기에 육식이 유리할까? 이런 질문들이요. 작년에는 국어 교과서에 편식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는데, 저는 어떻게 보면 채식도 일종의 편식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뭐든지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걸 어린이들은 당연하게 생각하니까요.


채식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가끔 이렇게 말하는 어린이들이 있었어요. “제가 잘 먹어주면 소도 기뻐할 거예요.” 정말로 소가 기뻐할까? 정말 소가 그렇게 생각할까? 이런 것들을 건들여 보려고 하죠.


어린이들과 채식에 대해 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최근에는 서울시 교육청이 생태전환교육이라는 걸 만들어서, 저희가 테두리 삼을 수 있는 지침이 생겼어요. 채식 급식 논의도 있고, 기후 위기나 동물과 새로운 관계 맺기, 이런 얘기를 다루고 있거든요. 학교에서 동물권 수업을 할 때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 2~3년간 교육청에서도 좀 많이 지원해주는 주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럼 예전에 교육하셨을 때는 선생님이 직접 지도안을 만드셨나요?

네. 그런데 PPT나 자료를 많이 만들지는 않았구요. 수업에서 쓸 수 있는 활동지를 만드는 정도였어요. 저는 글 자료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학생 수준에 맞게 글을 다듬어서 같이 읽는 활동을 했어요.


수업 계획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어요?

농장동물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보면 어린이들에게 불편하고 폭력적인 진실을 알리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 얘기해도 될지 조절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요. 혹여나 진실을 알려줬을 때 어린이들이 좀 무섭다거나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다행히 아직 그런 반응은 없었지만, 어린이들에게 너무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진실을 알리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고민이 돼요.



Q3. 학습지도안 피드백

 

지도안을 처음 보셨을 때 이해하기 괜찮던가요?

네네.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저도 처음 접한 정보가 많았어요. 가령 닭의 습성 같은 건 저도 사실 잘 몰랐거든요. 제가 카라 자료를 보여주면 어린이들이 온라인 수업 들으면서 검색해서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걸 조사 수업으로 해도 괜찮겠다, 어차피 나도 모르니까. (웃음) 어린이들도 스스로 찾은 자료가 다뤄지는 걸 더 좋아하구요.


특히 도움이 된 부분이 있다면요?

각 차시마다 주제나 깊이를 조금씩 달리 하면서 수업의 흐름을 잡아 주셔서 좋았어요. 교사들이 맨땅에 헤딩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1차시에는 농장동물의 습성, 2차시에는 실태, 3차시에는 식문화와 실천, 이런 식으로 흐름을 안내해 주신 게 도움이 됐어요.


PPT 활용도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PPT도 괜찮았어요. 어린이들이랑 말이나 토론만으로 수업하면 꽤 어려울 때가 있어서, 농장동물의 습성 부분에는 동영상이 추가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구요. 동물들이 실제로 자유롭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면 어린이들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4. 학생들의 반응

 

다른 수업과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어땠어요?

평소보다 좀 더 활발했어요. 제가 가끔 글 자료를 주면 학생들이 너무 먼 이야기라고 느끼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중심이 돼서 비건 식단 만드는 활동을 했잖아요. 재밌었던 게, 학생들이 “이건 없겠지?” 하는 게 다 있는 거예요. 예를 들면 비건 치킨, 비건 햄버거, 비건 소시지 이런 게 다 있잖아요. 어린이들이 약간 황당해 하면서 다 있네? (웃음) 우리가 몰랐지만 되게 많은 비건 식품이 있구나! 이러면서 몰랐던 문화를 배우는 것 같았어요.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수업을 잘 이해한 것 같나요?

네네. 그런데 제가 가끔 걱정되는 것은 기후위기, 환경, 동물 수업은 ‘지금 사는 대로 살아선 안 된다’ 이런 메시지를 주잖아요. 그러니까 어린이들이 피로감을 좀 느끼지는 않을까? 제가 평소에 하는 교육이 뭔가를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게 많으니까요. “이런 문제는 생각해 봤어?” 하면서 문제를 계속 드러내구요. 가끔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 무력감을 줄 수도 있고. 식문화는 사실 어린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요,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이런 점들 때문에 좀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그럼 실제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학생이 있었어요?

제 기억에 남는 학생들 반응 중 하나가 이거였어요. “고기를 안 먹으면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린이가 이런 수업 후기를 남겼더라구요. 이해가 되면서도 좀 두려운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수업 끝나고 어린이들에게 비건 간식을 나중에 같이 먹어 보자고 했는데, 맛없을까봐 계속 두려워 하는 거예요. (웃음)


어떻게 두려워 한다는 거죠...?

비건 라면, 과자, 덮밥류 같은 걸 먹어 보자고 했더니 “저는 편식이 심해서 그런 거 못 먹습니다” 이런 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거예요. 먹어 보지도 않았는데... 풀로 된 무언가를 먹게 될 거라는 편견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고기를 먹는 삶이라는 게 모두에게 너무 자연스럽잖아요. 그래서 그것과 상충되는 질문을 던지는 게 참 어렵다는 걸 느꼈어요.



Q5. 비건 식단 구성 활동


비건 식단을 짜보는 모둠 활동이 진행되었는데 학생들 반응이 어땠나요?

최근에 꽤 많은 비건 음식이 개발되고 있어서 이 수업을 하기에 괜찮은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채식주의자가 채소랑 과일만 먹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런 후기가 있었고 (웃음) 비건 식탁에는 풀이 가득할 것이라는 오해가 좀 풀리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채팅방을 보다가 다 같이 웃었던 게, “그냥 지가 먹고 싶은 음식 앞에 비건만 붙인 것 같은데?” 이런 말이 있는 거예요. (웃음) 비건 햄버거, 비건 핫도그, 비건 아이스크림 이런 식으로 자기가 먹고 싶은 거에 비건만 붙여 놨는데, 이게 실제로 가능하기도 하니까요.


수업 끝나고 학생들과 비건 음식을 실제로 먹어 보기도 하셨나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 식재료로 뭘 할 수가 없어요. 어린이들이 라면을 좋아하니까, 비건 라면 온라인 시식회를 해보려고 해요. 먹어 보니까 먹을 만하네? 맛있네? 이런 느낌도 주고 재밌게 해볼 수 있는 활동일 것 같아요. “채식이 극도의 희생이나 고난은 아니다, 다른 종류의 미식이 가능하다”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수업을 듣고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사례가 있을까요? 아주 작은 변화도 좋은데요!

본인이 갖고 있던 편견, 고정관념이 좀 깨졌다는 걸 알려줄 때 저는 기뻤어요. 예전에 수업에서 돼지 이야기를 했는데 어떤 학생이 “돼지고기 먹기가 조금 그래졌다” 이렇게 쓴 거예요. 또 다른 학생은 “개나 고양이는 예뻐하는데 소나 돼지는 왜 먹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이런 후기를 남겼어요. 작은 변화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마음에서 시작해 비건 지향인이 되니까요. 우리가 다른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조금이라도 알린 것 같아서 이런 말들이 인상 깊게 남았어요.



카라 동물권 학습지도안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업에 바로 활용하실 수 있도록 PPT와 학생용 활동지도 묶음으로 제공됩니다.

▶ 전체 학습지도안 모음 바로 가기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