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2022년 1월 킁킁 북토크 <안 신비한 동물사전>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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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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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09

지난 119, 킁킁도서관에서는 안 신비한 동물사전의 기획편집자 님과 저자 두 분을 모시고 올해의 첫 북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이 책은 평화, 페미니즘,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출판사인 카카포에서 202110월 출간한 책으로, ‘우리가 모르고 싶었던 동물 이야기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서로 다른 경험과 일터를 가진 두 명의 동물권 활동가가 연대해서 썼다는 점에서도 반갑고 의미 있는 책입니다.

카라 교육아카이브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 님, 곰 생츄어리 건립을 위해 힘쓰고 있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의 긴수염 님이 함께 집필했습니다. 

평화 님은 반려묘 세 마리와 함께 사는 집사이자 비건 실천에 관심이 많은 활동가로 1가족을 삽니다, 반려동물, 2보통날의 대학살, 농장동물, 5오늘부터 하나씩, 비거니즘, 긴수염 님은 평소 동물 관찰 및 기록을 즐겨하고 사육곰 해방에 관심을 가진 활동가로 3날 보러 오지 마세요, 전시동물4동물권이라는 생각을 담당했습니다.

 

동물권에 연결된 순간

활동가들이 집필한 책인 만큼, 간략한 본인 및 소속 단체 소개에 이어 동물권에 연결된 순간에 관한 이야기로 북토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책을 함께 집필했지만 두 저자의 경험이 무척 달라서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먼저 긴수염 님은 동물과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동물권과 연결된 경우였습니다.

군 복무 시절 자연 환경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자연 속을 쏘다니던 어린 시절의 야성이 깨어났고, 늘 동경해 왔던 늑대를 만나기 위해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납니다. 그리고 록키산맥을 하이킹 하던 중 키가 2미터 넘는 블랙베어를 아주 가까이에서 마주치는 위험천만한 일을 겪게 됩니다. 자연 속에서 만난 곰은 동물원에 갇힌 곰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곰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야생에서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던, 자신의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던 곰의 모습을 통해 동물이라는 존재를 재발견하고 이후 야생동물과 전시동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화 님은 카라에서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동물과 환경 문제보다는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수년 간 여성과 성소수자 관련 단체들에서 자원 활동을 하다가 관심이 심화되어 대학원에 가게 되었고, 여성학을 공부하면서 기존에 세상을 보던 관점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성학을 통해 지금의 사회 구조가 누구에게 이익이 되고 누구를 배제하는지 알아차리는 훈련을 하게 되면서 성차별을 넘어 종차별로까지 관심이 확장되었다고 하며, 동물과의 사유적 만남을 통해 동물권과 연결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동물을 일방적으로 이용해 왔던 삶에 대해 돌아보면서, 인간과 동물의 기존 관계를 비판하고 공존의 관계를 모색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책 속 이야기

동물권과 연결된 이래로, 각자 속한 곳에서 활동을 펼치며 어떤 일들을 경험하셨는지 에피소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저자의 활동과 경험이 책의 목차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기에 자연스럽게 책 내용 소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책의 기획편집자인 용주 님과 두 저자들은 몽골 오지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몽골을 여행하면서 유목민들이 사육하는 수많은 동물을 만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한국과 몽골에서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용주 님은 현재 한국에서 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해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기에 함께 여행했던 긴수염/평화 님에게 집필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책의 기획 및 집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두 저자 분들은 특히 신경 써서 집필한 부분이나 독자들이 잘 읽어 주었으면 하는 부분으로, 평화 님은 2보통날의 대학살, 농장동물에서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량이 최근 50년간 급격히 증가해 왔다는 내용에 주목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교육 활동가로서 강연을 하다 보면 인간은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항상 고기를 먹어 왔는데, 갑자기 채식을 하는 게 가능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종종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인류가 지금처럼 많은 양의 축산물을 소비하게 된 것은 아주 가까운 과거의 일로, 현재 우리는 50년 전에 비해서 3배 많은 달걀, 10배 많은 고기, 50배 많은 우유를 섭취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축산물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해 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금처럼 축산물을 대량 소비하지 않고도 다른 형태의 식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고 전했습니다.

 

긴수염 님은 3날 보러 오지 마세요, 전시동물에 담긴 내용을 탐독해 주실 것을 권했습니다.

3부에서는 한국의 전시동물 체험시설 현황, 코로나19로 인한 전시동물 산업의 변화, 동물원 개폐원 역사 및 사건사고, 동물원 존폐 논쟁, 대안으로서의 생츄어리 등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동물 보호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동물원은 존폐를 두고 여러 입장이 맞서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긴수염 님은 동물원 존폐 논쟁을 다룬 부분을 읽으며 다양한 이슈와 입장을 알아보고, 동물원이라는 장소에 대해 동물의 입장에서 대안을 모색해 보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여행이나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외국 생츄어리에 실제로 방문해 본 긴수염 님의 경험이 책에 잘 녹아있기도 하고 생츄어리의 개념이나 실제 사례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3부 일독을 추천 드립니다.

 

참가자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

 킁킁북토크의 마지막 순서로 질의응답이 진행되었습니다. 저자 분들께서는 사전 접수된 질문 뿐 아니라 현장에서 제기된 여러 질문에 대해서도 정성껏 응답해 주셨습니다. 이 중 일부를 정리해 아래와 같이 공유해 드립니다.

 

질문1. 비건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평화: 죄책감은 일면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동시에 긍정적인 힘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죄책감을 갖지 않았던 일에 대해서 어느 순간부터 죄책감을 느낀다는 건 윤리적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죄책감을 줄여 나가려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좋은 사람이 될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다만,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도록 비건 맛집 탐방이나 비건 친구 사귀기 등 비건 실천을 재밌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일상에 배치해 보면 어떨까요?

수염: 저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비건을 하지 못할 때 죄책감을 느껴요. 한때는 너무 힘들었지만, 이 시대에 죄책감은 줄여나갈 수 있는 감정이지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애초에 비건으로 살아가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기도 해요. 비건 운동이 개인의 의지와 실천에만 기대면 안 되겠지만, 개인의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과제가 있을 때 게임처럼 생각해 보기도 해요. 비건 실천도 레벨1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단계별로 해나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질문2.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수염: 동물권은 차치하고라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앞으로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채식을 하는 방법은 단계별로 다양하니, 모든 사람이 채식주의자가 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육류 소비와 동물 이용을 줄여야 인간도 동물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조화롭게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 저희 책의 4부에 등장하는 동물복지와 동물권 개념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해요. 동물복지론의 일각에서는 동물을 인도적으로 키우고 죽인다면 동물을 이용해도 괜찮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사육을 위해서는 동물을 가둬야 할 텐데, 어디까지가 인도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인도적도축은 양립 가능한 말들일까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재의 식품 산업 구조에서 인도적 사육과 도축을 어느 범위까지 법제화할 수 있을까요? 인간에게 동물을 반드시 이용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대해 각자의 탐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질문3. 장기적으로 동물과 연대하고 공존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평화: 인류세, 여섯 번째 대멸종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을 거예요. 이런 시대에 우리가 가장 노력해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의 상당 부분을 내려놓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최대한 소비를 줄여서 동물과 지구에 덜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요. 개인적으로는 같은 용도를 가진 물건을 여러 개 소유하지 않고, 한 번 구매한 물건을 오래 사용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수염: 인간의 동물 이용을 최소화하고, 서식지 보존과 재자연화를 통해 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토크가 예정보다 늦게 끝나게 되었음에도, /오프라인에 계시는 북토크 참여자의 대부분이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귀한 질문들을 함께 이어갔습니다. 덕분에 올해의 첫 킁킁북토크에서는 동물을 위하는 마음과 대안적 실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인간동물들이 모여 서로의 지혜를 나누는 유익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서 북토크에 참여해주신 용주 님, 평화 님, 긴수염 님, 그리고 모든 독자님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킁킁북토크 참여자 의견

책이 읽어보고 싶어져 바로 주문했습니다.

집필자 분들께서 각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을 준비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전달하고 싶으신 내용 정확하고 사려 깊게 말씀해주셔서 인상적이고 정말 유익했어요.

활동가들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관심 있는 분야여서 스스로 사전지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부터 설명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작가님들의 다양한 동물권 활동,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도 재밌는 북토크 부탁 드려요!

 

◎ 《안 신비한 동물사전책 소개, 보러 가기

안 신비한 동물사전은 두 명의 동물권 활동가가 연대하여 썼다. 각자의 일상과 활동 가운데 만나게 된 농장/반려/전시동물의 현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동물권 및 비거니즘 담론을 책에 담았다. ‘동물권비거니즘은 우리가 지금까지 동물 이용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온 삶의 방식에 대한 도전적인 생각들이다. 동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거기에서 만난 문제들에 제대로 대면하다 보면 결국 우리 삶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동물들이 지금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고민과 문제 제기가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동물로 인해 만나게 되는 가장 신비한 일일지도 모른다.

알라딘: aladin.co.kr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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