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연아와 애랑이, 먼 입양길에서 생긴 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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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2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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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와 애랑이는 2018년 전남 고흥에서 구조된 모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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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처럼 방치 사육되던 연아의 보호자는 연아를 잡아먹기 위해 덫을 놓았고, 연아는 덫에 걸렸지만 덫을 매단 그대로 도망가 일곱 마리 새끼를 낳았습니다. 연아는 덫에 두 발목을 잘린 후로도 새끼들을 소중히 길러냈고, 카라는 제보자의 도움으로 아홉 가족을 모두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일곱 남매 중 여섯 마리는 좋은 가족을 찾았는데, 남은 한 마리 애랑이와 연아의 입양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구조 후 일 년이 지나고 2019년 8월, 기적처럼 연아와 애랑이를 함께 입양하겠다는 분이 나타났습니다. 영국에 거주하고 있어 물리적인 거리가 있었지만, 입양 심사 결과 연아와 애랑이 모녀의 훌륭한 가족이 되어 줄 것이라는 판단에 입양을 확정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비행기가 계속 취소되면서 이동봉사자를 찾기도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거의 2년동안 열 차례가 넘게 메일로 소통하며 입양 의사를 재확인했고, 두 마리의 개가 가족을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2021년 5월 7일, 감사한 이동봉사자 분들 덕에 연아와 애랑이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영국으로의 먼 여행길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입양자는 말을 바꾸었습니다. '개들이 너무 크다' '개들이 쇼파에 오줌을 쌌다' '기존에 기르던 치와와를 공격했다'... 결론은 개들을 못 키우겠으니 내일 당장 데려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연아와 애랑이의 몸무게를 알았기 때문에 대략적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을텐데 크기를 거론하며 불만을 표시하는 태도도 이해할 수 없었을 뿐더러, 공격성이라곤 전혀 없이 치이기만 하던 연아와 애랑이가 다른 개를 공격했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떠나 중요한 건 신뢰가 깨졌다는 것입니다. 사랑과 이해가 없는 곳에 단 한시도 연아와 애랑이를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개를 먹어도 되는 존재로 학대한 것이나 낯선 먼 길을 자신을 찾아 온 개가 오줌 한번 쌌다고, 덩치가 크다고 바로 파양하는 행위는 무지하고, 냉담하고 잘못된 편견과 같습니다. 게다가 입양자는 학대받은 개들을 입양한다며 2년간이나 연아와 애랑이가 입양 갈 수 있는 기회를 막은 셈이 됐습니다. 전남 고흥의 학대 현장 만큼 영국 입양자의 집도 끔찍했습니다. 2년을 기다려 가족이 되기 위해 하루 종일 비행한 개들이 낯선 곳에서 느꼈을 불안에 비하자면 오줌 묻은 쇼파가 뭐가 중요할까요. 다행히 고마우신 분들 덕분에 연아와 애랑이는 무사히 그 집에서 나왔고, 안전하게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저 연아와 애랑이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할 뿐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연아와 애랑이는 지금 입양센터 아름품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돌아온 며칠간은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이제 안정되어 잘 놀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천진한 연아와 애랑이는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미안함을 전하는 활동가들에게도 그저 사랑으로 달려와줄 뿐입니다.


입양은 나를 과시하기 위해서 하기보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아 보살피며 사랑하면서 부족한 자신을 보완하고 나날의 삶을 나누는 것입니다. 가족은 그 자체로 존재를 인정하고 품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입양, 신중하지 못한 입양과 파양은 동물에게 또 한번의 상처를 주는 일입니다. 카라의 활동가들은 더 노력하고, 더 까다롭게 검증하여 연아와 애랑이에게 꼭 행복한 가족을 찾아주려 합니다. 부당하게 하대받고 차별당하는 이 세상에서 절대 외면하지 않을 가족을 꼭 찾아주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께 연아와 애랑이에게 손 내밀어주실 것을 부탁합니다. 가족이 되어주시는 것으로, 혹은 주변인에게 이들의 존재를 알려주시는 것으로 두 모녀를 도와주세요. 간절한 마음으로 연아와 애랑이의 행복과 사랑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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