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4일) 청도군 상설 소싸움경기장 앞에서 소싸움 반대를 위해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은 기자회견과 피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소싸움은 동물에게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며 상해를 입히는 동물학대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도 ‘도박ㆍ광고ㆍ오락ㆍ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고, 투견도 투계도 불법입니다. 그러나 소싸움만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동물보호법상 예외 조항으로 허용해 비판받아 왔습니다.
소싸움을 주관하는 11개 지자체 중에서도 경북 청도군은 2011년부터 소싸움 전용 경기장까지 개장해 주기적으로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소싸움 대회를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의 홈페이지에는 광복, 꾀돌이, 보스, 희망과 같은 이름을 가진 859개체 소들의 정보와 한때 싸움소로 이용되다 은퇴한 1,013개체의 수 많은 소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현재도 소들은 싸움 준비를 위해 무거운 타이어를 끌거나 언덕 오르기 훈련을 받습니다.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낯선 장소로 이동해 제대로 몸조차 돌릴 수 없는 상태로 대기하다 경기장에 끌려들어가 다른 소와의 싸움을 부추김당합니다. 서로의 뿔에 찔러 피 흘리는 일도 예사로 일어납니다.
이러한 소싸움 유지에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편성하는 일은 더욱 문제입니다. 청도군은 ‘청도상설소싸움장조성 특별회계’로 2023년에만 약 65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습니다. 소싸움 대회를 진행해오던 정읍시도 올해 2억 8천여만 원의 관련 예산을 세웠으나, 시민사회의 요구로 지난 3월 이학수 정읍시장은 내년도 예산 편성 전까지 소싸움 대회에 대한 대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은 소싸움이 발생했던 농경시대가 아니며, 사람의 유희를 위한 소싸움은 동물학대이자 도박에 불과합니다. 스포츠와 전통이란 미명으로 진행하는 소싸움은 즉각 중단되어야 하고 동물보호법에서 예외 조항 일몰제 적용으로 폐지해야 합니다. 청도군이 동물학대의 장인 소싸움경기장을 폐쇄하고 동물보호를 위해 힘쓰는 도시로 거듭나길 촉구합니다.
[기자회견문]
청도 소싸움 반대 집회
도박과 폭력의 소싸움, 스포츠도 전통도 아니다.
오늘 우리는 청도 소싸움을 반대하기 위해 모였다. 전국 11개 지자체에서는 소싸움 특별법에 의해 매년 소싸움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소싸움이 동물학대라는 비판에 2021년부터 ‘소싸움’을 ‘소힘겨루기’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 이름이 싸움이 되었든, 힘겨루기가 되었든, 소를 제한된 공간에 밀어 넣고 공격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 방식이다.
청도는 매년 3월 청도 소싸움축제를 열어왔다. 1990년부터 영남 소싸움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3·1절 기념행사로 개최되었다. 이후 해마다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 최대 규모의 소싸움축제가 되었다. 이에 더해 2009년부터는 청도소싸움경기장을 만들어 겨울을 제외한 상설 소싸움 경기가 치러지고 있다. 이제 청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소싸움으로, 그야말로 소싸움을 자랑하는 청도군이 되었다.
그러나 2023년, 소에게 싸움을 시키는 행위는 자랑할 일도 축제도 아니다. 민속경기라는 이유로, 전통을 계승한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시대가 아니다. 서양에서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어 왔던 투우를 금지하는 도시와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는 기질이 온순한 초식동물이다. 그런데 싸움소로 육성하기 위해 미꾸라지, 뱀 등이 들어간 보양식을 먹이고, 비탈길 달리기, 폐타이어 끌기로 훈련을 시킨다. 소싸움 경기장에서는 자극적인 소음으로 소를 흥분시켜서 뿔을 들이받도록 유도하고 몸에 생채기를 낸다. 승부를 정하여 거기에 환호하고 또 다른 소싸움을 기대한다. 그것이 인간이 소들에게 가하는 동물학대이다.
청도는 더욱 학대의 강도가 심하다. 우권을 팔아서 승부에 돈을 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소가 상해를 입든, 죽든 상관을 할까. 오직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승부를 원한다. 다음 경기, 또 다음 경기를 원한다. 우권을 구매하고 돈을 베팅하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아침 첫 경기에 들어가면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경기장을 나선다. 얼마 전에 온라인 우권 발매를 위한 법개정이 추진되었는데, 이 또한 손 쉽게 더 많은 승부에 베팅을 걸 수 있는 방법이다. 이것이 어떻게 레저이고 스포츠이고 전통이 될 수 있나.
소싸움 경기를 관장하는 청도공영공사는 지난 11년간 경영적자를 냈고 지난해는 77억이 넘는 적자가 발생했다. 이런 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기수를 더 늘리는 방법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양상으로 볼 때 청도의 소싸움은 절대 전통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수익창출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정읍시에서는 2017년 상설 소싸움장 건립을 위한 축산테마파크 사업이 추진되자, 정읍시민들은 1년 동안 끈질긴 반대활동으로 상설 소싸움장 건립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소싸움 관련 예산이 절반 넘게 삭감되었다. 시민들의 반대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정읍시에서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소싸움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완주군은 2019년 동물학대가 문제로 적극 제기된 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으며 올해 관련 예산도 편성하지 않고 있다.
청도는 이제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이제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레저스포츠도 다양해졌다. 청도 소싸움도 달라져야 할 때이다.
오늘 우리는 청도 소싸움 반대를 위해 모였다. 우리는 반드시 변화시킬 것이다. 소싸움은 이제 그만! 도박과 폭력의 소싸움, 스포츠도 전통도 아니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을 즉각 폐쇄하고 청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평화로운 축제를 요구한다. 그것이 진정 청도의 자랑이 될 것이다.
2023년 6월 4일
청도 소싸움을 반대하는 집회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