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능동적인 케어테이커 한 사람이 길고양이들을 위해 얼마나 큰 일을 해 낼 수 있을까요?
여기 지혜와 능동적 태도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힘든 길고양이 보살핌 자원봉사를 하시는 분들께 많은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800여 세대로 구성된 안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길고양이 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녀석들은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숨어 들었고, 아파트 주민들 일부가 이를 가여이 여겨 참치캔이며 먹다 남은 음식을 주었습니다. 고양이 어미와 아비는 주민들이 내 주는 음식을 먹고, 자신들의 처지도 모른 채 새끼도 낳게 되었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 날, 한 케어테이커의 눈에 주차장 입구에 쪼르르 앉아 있던 녀석들의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케어테이커는 서울에 살던 시절 아파트 길고양이들의 TNR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TNR을 자비를 들여 진행하며 보살펴 오신 분으로 이사한 이후에도 전에 살던 서울 아파트 길고양이들의 보살핌을 계속해 오신 책임감 강한 분입니다.
그 첫 만남 이후 가련한 지하 주차장에서 아이들을 관찰하며 사료와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누군가 고양이에게 준 음식물 잔여분과 빈 캔등도 수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주차장이 더렵혀 지면 녀석들이 혹시나 해꼬지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습니다.
그렇게 겨울 혹한기를 넘기고 올 2월 드디어 TNR을 시작합니다. 안산은 지자체 TNR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아, 이전에 그래왔던 것처럼 동물단체의 연계 동물병원에서 자비를 들여 TNR을 하기로 합니다. 포획부터 방사, 방사후 보살핌까지 거의 전적으로 자원봉사로 한건 물론입니다.
TNR 해야 할 고양이 가족은 어미와 아비고양이, 그리고 이들이 첫배에 낳은 것으로 보이는 약 8~9개월령의 청소년 고양이(큰 딸), 그리고 이번에 새로 낳아 이제 약 4개월령으로 보이는 두마리의 아기 고양이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더이상 새끼를 낳으면, 현재 간신히 살고 있는 녀석들 모두가 위험에 처해질 수 있었기 때문에 TNR은 필수였습니다.
2월의 어느날 밤, 드디어 8~9개월령의 큰 딸이 포획되어 TNR 후 방사되었습니다. 녀석은 이 길고양이 가족의 영역을 넘보며 드나드는 강력한 숫고양이 팬텀에 의해 임신될 가능성이 있어 수술을 서둘러야 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곧 풀어줄께, 큰딸이 올 2월 제일 먼저 포획되어 중성화수술을 받았다. 녀석은 어미가 없을 때는 마치 자기가 어미인 것처럼 살뜰히 동생들을 보살핀다. 자기도 아직 어리면서...정말 기특하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녀석이다.
주차장 가족에게 위협적인 강력한 숫고양이 팬텀이다. 흔치 않은 카리스마 고양이다. 어미가 TNR포획 되었을 때 기특한 큰딸이 이 무섭고 강력한 팬텀으로부터 동생들을 지켜냈다.
쥐약 사건이 벌어지기 한달 전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다. 삼색 어미는 금발에 오른쪽 눈에만 검은 애교머리를 늘어뜨렸다. 치즈태비인 아빠 냥이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으며 신출귀몰한다. 어미고양이는 어찌나 영리한지 케어테이커가 포획틀을 꺼내기만 해도 저만치 물러서 버렸다. 아기 고양이들은 아직 TNR 할 연령에 이르지 못했다. 저만치 물러서 있는 큰딸 아이의 왼쪽 귀가 컷팅되어 있는 게 보인다.
문제는 노련한 어미와 신출귀몰하는 아비묘 그리고 귀신같이 영리하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팬텀의 포획이었습니다.
연속해서 포획에 실패하던 케어테이커에게 '아파트내 쥐약 살포'라는 시련이 닥쳐 옵니다. 아파트 주차장 곳곳, 쥐약을 놓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쥐약이 살포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전처럼 누군가 고양이들에게 닭고기를 준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닭고기와 함께 쥐약이 다량 살포되어 있었습니다. 카라의 케어테이커 워크숍에 참여하기도 한 케어테이커는 쥐약의 모습을 숙지하고 있었고 당시 배포된 [길고양이 보호를 위한 핸드북]의 내용에 따라 즉시 쥐약 살포 대응 메뉴얼에 따라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카라에도 즉시 연락을 취하여 조언을 구하였습니다.
곳곳에 닭고기에 묻혀져 살포된 쥐약 ㅠㅠ
케어테이커는 즉시 관리사무소를 방문하여 불법적인 쥐약 살포의 문제- 쥐약 용기 규정 위배, 사전 공고 부재로 인한 반려동물과 어린이 이차피해등-를 제기하고 길고양이 독살 목적의 쥐약 살포인 경우 동물보호법에 의거 실형까지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임을 관리사무소에 알려 시정을 요청하고 쥐약의 즉시 수거 및 안전을 위한 청소까지 시행해 줄 것을 요구 관철시켰습니다.
케어테이커의 정당한 요구에 따라 관리사무소에는 쥐약을 수거하고 물청소를 하였다. 고양이를 죽이려는 목적으로 쥐약을 살포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정말 쥐를 잡기 위한 쥐약의 살포라면, 규정에 맞는 용기를 사용해야만 한다. 아파트 주민은 관리사무소에 규정 용기 사용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문제는 독약을 치우기 전 맛있는 닭고기 냄새에 홀려 쥐약을 먹은 고양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케어테이커는 지하 1층 2층 주차장 중 최초 닭고기를 발견한 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흔적을 두 개 발견합니다.
피 섞인 점액의 흔적이다. 누군가 쥐약을 먹고 위출혈을 일으킨 게 분명했다. 확인을 위해 닦아 냄새를 맡아보니 피비린내가 났다. 얼마나 먹었을까? 누가 먹은걸까?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쥐약을 살포한 것임은 분명했지만, 관련 규정과 법규를 안내하고, 강력히 항의하자 관리사무소에서는 자신들의 실책을 인정하고 시정을 약속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직원 뿐 아니라 관리사무소장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입니다.
관리소장에게 누군가 쥐약을 먹고 피를 토한 흔적도 보여 주었습니다. 사태가 심각성을 인지한 관리사무소측은 이후 쥐약을 먹은 고양이의 구조는 물론, TNR을 위한 포획활동과 방사후 보호 활동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협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관리사무소의 협조를 구하는데는 그동안 이미 한마리의 TNR을 진행하였고, 다른 녀석들의 포획을 위해 노력해 온 케어테이커이자 주민이신 분의 그간의 활동 내용이 큰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케어테이커는 주차장 외부에 공식적인 급식소 마련은 물론, 주민들에게 관리사무소에서 TNR을 안내하고, 중성화 수술된 고양이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하며, 원활한 TNR을 위한 포획활동을 돕는 것까지 포함되었습니다.
이제 쥐약을 먹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녀석을 찾아내는 일과 아직 중성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