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사례] 인천영종초 양OO 선생님, “동물권은 다른 주제에 비해 변화가 빨라요”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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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5-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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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카라 동물권 학습지도안, 어떻게 활용하셨나요?

카라는 초··고등학교 교사 등 교육자를 위한 동물권 학습지도안 47종을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올해 4~6월에 걸쳐 이를 교육 현장에 적용해 주신 시범수업 교사진 13인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글은 시범수업 참관 후기와 교사 인터뷰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초등 4~6학년 윤리적 소비학습지도안 시범수업 후기

  • 날짜 : 2021428()
  • 참여 : 인천영종초등학교 금산분교장 5학년 O반 학생들
  • 교사 : 인천영종초등학교 양OO 선생님
  • 방식 : 오프라인 대면 수업
  • 학습지도안 요약 : 초등 4~6학년 대상의 윤리적 소비학습지도안은 총 3차시이며, 동물을 살리는 착한 옷, 동물을 살리는 착한 화장품, 동물은 실험용이 아니에요 수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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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범수업 참관 후기(1~3차시 중 3차시 참관)


  • 기존 학습지도안의 흐름에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 나는 실험 비글입니다' 영상이 추가되었습니다. 양OO 선생님께서는 비글이 어떻게 실험에 사용되며 어떤 대우를 받는지 보다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합니다.
  • 애피소드 영상을 시청하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발표하게 하자, 학생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 “물고기나 침팬지도 동물실험에 쓰여요” / “실험동물을 만들어서 공급하는 가게가 있어요” / “실험이 끝나면 안락사해요” / “동물실험이 끔찍해요” / “동물의 고통에 등급이 있어요”
  • 동물실험 3R 원칙을 다루면서 어떤 원칙이 있어야 실험동물의 처지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학생들은 육각패드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 “그냥 동물실험을 안 해요” / “동물들에게 밥을 줘요” / “좁은 곳에 가두지 않아요” /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안 받게 해요” / “죽일 때는 안락사를 해요” / “동물이 아닌 로봇으로 실험해요”


◎ 시범수업 교사진 인터뷰

  • 참여 교사 : OO 선생님(인천영종초등학교 금산분교장 5학년 O반 담임교사)
필요하다는 건 다 알지만 뭐 그렇겠지 하고 넘기는 도덕적인 말 있잖아요. 나무를 심자, 쓰레기 버리지 말자, 이런 것처럼. 동물을 존중하자는 제 이야기도 선생님들이 되풀이하는 그냥 그저 그런 말로 생각되고 넘겨질까봐 걱정했어요. 그런데 어린이들이 잘 이해해 주더라구요. 사람들이 돈이나 욕심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걸.”


Q1. 동물권에 대한 관심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동물권에 관심이 생겼나요?

3년 전쯤에 『아무튼, 비건』이랑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어요. 이걸 읽으니까 그냥 고기를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당시 제가 영종초등학교에 처음 오게 됐는데, 그때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제게는 책이 계기인 것 같아요.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하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였어요. 동물이 먹을 것이 아니라 그냥 동물이라는 걸 알게 됐고, 다른 동물로도 관심이 확장됐어요. 학교에서 ‘산이’라는 유기견도 돌보게 됐구요.


최근에 관심이 특별히 확장된 부분이 있다면?

제가 원래 물고기는 좀 먹었었어요.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씨스피라시》 다큐를 보고 바다 동물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구 환경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채식을 하시니 학교 급식을 먹기가 어렵겠어요.

처음에는 급식에서 이거 저거 빼고 먹었는데 그럼 진짜 밥이랑 김치밖에 안 남더라구요. 근데 급식비는 계속 나가잖아요. 그것도 아깝고 해서, 작년부터 도시락을 싸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매번 도시락 싸기가 힘들지는 않나요?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요즘에는 그냥 재밌어요. 또 좋은 것이, 어린이들이 저한테 관심이 많잖아요. 교실에서는 어쨌든 선생님이니까. 선생님이 뭐 먹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엄청 많아요. 제가 도시락을 싸오면 학생들이 항상 선생님이 뭐 먹는지를 보고, 어떤 음식은 맛있겠다 뭐 이렇게 평가도 하고. 저도 “이건 유튜브 보고 만들었어” 하면서 이렇게 보여주고 조금씩 나눠주고 하면 되게 좋아하거든요. 콩고기에서 고기 맛이 난다고도 했어요. 저는 이렇게 채식도 맛있다, 선생님이 풀만 먹는 건 아니다 라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시범수업 기념품으로 제공된 네임택을 도시락통에 달아주신 모습. 양선아 선생님은 비건을 지향하기 시작하면서 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Q2. 기존 교육 경험


이번 시범수업 전에도 동물권 수업을 해봤나요?

저 같은 경우는 오늘 동물권 수업 해야지, 이렇게 마음 먹고 수업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어요. 그냥 어린이들이랑 무슨 책을 읽다가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음, 되게 생활 속에서 이뤄진 수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어린이가 강아지를 산다고 하면 강아지 공장을 얘기해 주고 이런 식으로요. 학생이 먼저 동물에 대한 말을 꺼내면 그거랑 연관지어서 수업을 하거나, 수학 교과서에 동물원 동물 숫자 세기나 달걀을 쌓는 문제 같은 게 나오면 “동물원이나 농장은 어떤 곳일까?” 이렇게 얘기를 하고. 이런 식으로 조금씩 겨우 이야기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았어요.


그럼 이미 알고 있던 지식으로 설명하는 것인지?

동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때 ‘이런 건 나중에 보여줘야겠다’ 생각은 하지만, 그걸 막 문서화하고 이러지는 않아요. 일단 알고 있는 지식으로 얘기를 해보고, 좀 더 궁금하다고 하면 그림책을 읽어주거나 유튜브도 같이 보고요. 카라 학습지도안이 도움이 된 게, 다른 훌륭하신 교사 분들이 만드신 거니까 지도안에서 보라는 영상만 딱 볼 수 있었거든요. 따로 제가 자료를 찾는 수고를 안 해도 되니까 편했어요.


Q3. 시범수업 후기


학습지도안과 얼마나 동일하게 수업했나요?

1~2차시는 거의 90% 동일하게 했고, 3차시는 70~80% 정도예요.


3차시는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궁금해요.

실험동물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자세히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을 하나 추가했어요. 연관 동영상 뜨길래 제가 궁금해서 보다가 발견했거든요. 그리고 지도안을 쭉 봤을 때 영상 보고 설명하고 영상 보고 설명하는 패턴이 반복돼서... 어린이들 입장에서 스스로 생각해 볼 시간을 주고 싶어서 육각패드 활동을 넣었어요. “어떤 조건이 있다면 실험동물이 그나마 살 만해질까?” 물어보고 추측하게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포스터 만들기 활동은 안 했어요. 저희가 다른 수업에서도 홍보물 만들기를 계속 했거든요. 대신 『울지 마, 동물들아!』라는 그림책을 같이 읽으면서 수업을 정리했어요.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실험동물 파트에 나오는 3R 원칙. 어린이들이 영어를 어려워 해서 영단어 안 보고 한글로 했어요. 화장품 동물실험 얘기할 때는, 우리 반에 화장을 하는 어린이가 한 명도 없거든요. 그래서 마스카라 같은 화장품의 이름부터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수업하면서 선생님도 어려운 점이 있었겠어요.

음, 제가 어려웠던 점은 현실적으로 동물실험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근데 실험을 아예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내가 너무 극단에서 수업을 하고 있나? (아, 약간 현실과 괴리된?) 네네. 만약 어떤 사람이 희귀병에 걸렸는데 동물실험을 해서 이걸 고칠 수 있다면 저는 반대를 못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니까 동물실험을 완전히 0으로 만들 수 있나? 제가 이걸 잘 모르겠는 거예요.


동물실험에 대한 확실한 입장 없이 수업하면 혼란이 느껴질 수 있겠네요.

네, 맞아요. 제 주변에 과학자 친구가 있는데 “동물실험 못 없앨 걸?” 이렇게 계속 얘기를 하니까 더 고민이 되고 어렵더라구요. 그리고 동물 대체 실험에 쓰는 거 뭐였죠? 오가노이드? 그게 정확성이 아직 부족하다고 자꾸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 얘기를 들으니까 정말 그런가 싶고 혼란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업할 때는 동물실험을 줄여야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할 수 있다... 또 채식에 대해서도 저는 완전히 안 먹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린이들에게는 “완전히 안 먹을 수는 없고!” 이렇게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이유인지? 제일 걱정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제가 영양학에 대한 지식이 없고, 성장기 어린이들은 왠지 다 먹어야 할 것 같잖아요. 어른은 괜찮지만 어린이들에게 “아예 안 먹어도 돼” 이렇게 말하기에는 제가 반박할 수 있는 지식도 없고, 또 영양사 선생님이라든지 싸워야 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지는데 자신도 없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고기든 실험이든 “조금은 되지만 가능하면 줄이자”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과학자나 영양사 등 전문가가 아니니까 단언하기 어렵다는 말씀인 것 같네요.

그래도 요즘에는 분위기가 엄청 달라졌다고 느껴요. 2019년, 2020년에는 제가 채식하는 것도 비밀로 했어요. 근데 올해부터는 교육청에서 채식 급식을 권하고, 저희도 월마다 2회 채식 급식이 나오거든요. 유튜브 보면 인천, 울산 교육청 같은 데서 채식 홍보 영상도 많이 올려놨고요. 제가 어린이들한테 “가끔은 고기 안 먹어도 돼” 이렇게 말할 근거가 생긴 거잖아요. 이런 게 되게 좋아요. 그 전에는 제 수업을 듣고 어린이들이 채식한다고 할까봐 좀 무서웠거든요. 학부모님 중에는 고기를 꼭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테니까요.


실제로 민원이 접수된 적도 있었나요?

고기 안 먹겠다는 어린이는 종종 있었는데 민원은 없었어요. 사실 제가 받은 피드백은 다 좋은 것밖에 없어요. 이제부터 채식할 거라면서 채식하는 날을 정해서 온 어린이도 있었고. 근데 종종 예민하신 분들이 있으니까 그걸 걱정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년에는 저희반에 치킨집을 하는 어린이가 있었어요. 그때도 채식 얘기를 하기가 되게 그런 거예요. 학생들은 치킨이랑 그 학생을 바로 연결해서 생각하니까. 그리고 올해는 가족이 소 농장을 하는 학생이 있어요. 공장식 축산 수업할 때 일부러 소 얘기는 안 하려고 노력했죠. 동물권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수업에서 상처 받는 학생이 나오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Q4. 학생들의 반응


다른 수업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의 집중도는 어땠나요?

집중도가 더 높았어요. 어린이들이 전반적으로 교과 수업은 좀 어려워 하고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어쨌든 동물 얘기는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무슨 말인지 알잖아요. 이런 비교과 수업을 할 때 더 집중하기도 하고, 동물 얘기하는 걸 되게 좋아했어요.


수업 이후 학생들의 태도나 행동이 달라졌는지 궁금해요.

사실 제가 〈윤리적 소비〉 수업을 하기 전에 〈농장동물〉 수업도 했고, 그 전에 강아지 공장, 펫숍, 시골개들, 로드킬도 다뤘거든요. 1학기 내내 동물권 수업을 엄청 오래 한 거예요. 근데 동물은 얘기했을 때 다른 주제에 비해서 변화가 가장 빠른 것 같아요. 다른 수업에서도 변화가 있겠지만 이렇게 바로 드러나지는 않거든요. 일단 학생들이 학교에서 돌보는 유기견 산책을 매일 해주게 됐고, 달걀에 써있는 사육환경 번호 얘기해줬더니 “마트 갔는데 다 4번이었어요” 이렇게 얘기도 해주고요.


- 어느 날 갑자기 교정에 나타난 유기견 산이. 선생님이 주도하여 학생들과 함께 돌보고 있지만 학교 차원에서 관리되는 게 아니므로 힘에 부치는 순간도 있다. 사람을 아주 좋아하며 누구에게나 활짝 웃어주는 산이는 현재 입양해 줄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수업이 거듭될수록 학생들이 이해를 더 잘 했나요?

네네. 처음에 강아지 공장 얘기할 때는 어린이들이 진짜 이해를 못 했어요. 왜 굳이 저렇게까지 학대해야 하는 거야? 학생들 입장에서는 개든 소든 풀어놓고 키우면 동물도 좋고 사람도 좋으니까요. 아직 경제적인 것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근데 동물권 수업을 계속 하다보면, 주제는 달라져도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게 똑같잖아요. 나중에는 돼지가 있는 공장식 농장을 보여주면 “저기 강아지 공장이랑 비슷하다!”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실험동물 보여줄 때는 “저거 돼지 기르는 거랑 비슷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구요. 그러니까 돈 때문에 동물을 함부로 대한다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하나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동물을 왜 학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돈 때문에, 사람들 욕심 때문에 이렇게 한다는 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현실의 단면을 알게 되었나봐요.

네, 맞아요. 그리고 어린이들이 진짜 이해를 못하는 건 저렇게 하는데 왜 처벌을 받지 않는지예요. 그럴 때 항상 동물보호법 얘기를 해주면, 동물보호법이 실제로 적용되는지를 학생들이 되게 궁금해 했어요. 이거는 벌금이 얼마고 어떻게 처벌이 됐는지를요. 동물학대에 대해서 어른들보다 훨씬 더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거를 왜 우리만 알고 있냐 그러더라구요. 이런 문제가 있고 해결해야 되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알려줘야 한다... 대통령에게 알려줘야 한다. (웃음) 대통령이 뭐하는지도 궁금해 해요. 왜 대통령이 동물학대에 가만히 있냐고. 대통령도 채식하냐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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