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사람·반려동물 모두에 큰 피해를 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재조명하는 KBVP 심포지엄에 다녀왔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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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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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로 연계되어 있다는 인식 하에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전략을 의미하는 원헬스(One Health)’. 21세기 들어 기후변화와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는 의사, 수의사, 환경보건전문가 등 각 분야 전문가의 협력과 대화를 더욱 필요하게 만들며 원헬스의 중요성 역시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람과 반려동물의 가습기살균제 폐 손상을 주제로 원헬스 심포지엄이 지난 324, 건국대 산학협동관에서 KBVP(한국수의임상포럼) 주최로 열렸습니다.



김현욱 KBVP 회장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되고 원헬스적 협력 시스템 적용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심포지엄을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실태

이날 발표는 4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되었는데요, 첫 순서는 김영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무관의 <가습기살균제 사건 개요> 설명으로 시작됐습니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유공(SK 디스커버리)이 최초 개발한 후 30여 가지 이상의 종류가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며 1천만 개 가량 유통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 2016년에야 가습기살균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며 피해 신고를 접수 받기 시작했으나, 피해신고율은 매우 낮아 현재에도 6,336(사망 1,393)으로 전체의 1~2% 수준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피해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온라인 카페에 종종 올라오는 제보가 있었지만 지금도 제대로 된 집계조차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 예로, 2010년경 1년간 가습기메이트를 24시간 사용한 한 가정에서는 12마리의 고양이 중 7마리가 호흡곤란 및 구토 등의 증상을 겪다가 사망하고, 살아남은 5마리의 고양이도 만성적인 재채기, 기침, 콧물 증상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동물들의 반려인 역시 환경부 3차 피해신고자로 천식 치료 중입니다.


<반려동물의 피해에도 주목해야 함을 설명하는 김영환 사회적참사 특조위 사무관>

 

심포지엄에서는 가습기살균제의 동물피해 사례를 찾게 되면, 반려동물의 치료비를 보상할 수 있을 것이며 기 발생한 반려동물의 상황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만성질환 연구에 기여해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동물 중 누가 우선이냐의 문제가 아닌, 동물의 피해도 가습기살균제의 진상규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사람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사례>가 발표됐습니다. 사람의 피해사례 비교를 통해 사용량과 방식, 시간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다름을 설명하고, 증세가 없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폐 기능에 이상이 있을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하셨습니다. 고양이 사망사례에서도 폐 손상을 확인한 바, 결국 사람과 동물 사례를 비교해 볼 때 피해가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동물의 피해

두 번째 세션에서는 동물의 피해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고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황철용 서울대 교수는 <개와 고양이 가습기살균제 사례>로서 2011년 내원한 4살 수컷고양이의 예를 들었습니다. 당시 고양이는 폐질환으로 폐렴 치료를 시작했으나 오히려 악화되었고 추가 진단 검사를 하고자 하였으나 반려인의 결정으로 실시하지 못합니다. 결국 내원 25일째 심호흡 정지로 사망에 이릅니다. 이후 회의에서 진료진은 유사 동물환자 간 동일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다는 특이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질병과 가습기살균제의 연관성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제반여건의 녹록지 않음으로 원인 규명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해마루 동물병원의 발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소개되었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기 않기 위해서라도 인의와 수의 의료간 소통 향상과 사람과 동물 질병 유병률에 대한 통계 일원화를 주장했습니다.


<동물 질환과 가습기살균제 연관관계를 파악하고자 시도했던 황철용 서울대 교수>

 

다음으로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이종현 박사의 <가습기살균제 독성실험> 주제 발표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반과 가습기살균제 주요 성분인 PHMG, PHG 등이 설명되었습니다. PHMG 성분은 흡입독성이 있으며 특히 눈에 대해서 심각한 자극성을 보인다는 자료가 있었음에도, 사전안전점검을 통해 출시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해 가습기살균제라는 잘못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는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원헬스로 바라본 가습기살균제 참사

세 번째 세션에서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천명선 교수 발제로 <원헬스 시점에서 본 가습기살균제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사람의 건강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인식은 고대에도 있었으나, 원헬스 개념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 무렵입니다. 원헬스 용어가 등장하며 원헬스 시스템을 통해 인수공통전염병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동물에게서 발견된 질병에 초기 집중할 시 가축, 야생동물, 사람의 질병까지 미리 예방이 가능해 피해 및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있어서도 사람의 피해가 커지기 전에 반려동물에게서 먼저 피해사례가 나타났습니다. 반려동물을 위해서도, 사람을 위해서도 초기에 연구가 진행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더 큰 피해는 예방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원헬스 개념은 공중보건, 주에이아(zooeyia, 동물 Zoion + 건강 Hygeia , 동물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등을 아우르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큰 범주 안에서 이뤄져야 할 원헬스 시스템이 현실적 한계로 아주 작게만 적용되고 있는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이러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보고서를 내거나 정보 교류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 등의 노력이 시도되어야 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원헬스 스웨덴(One Health Sweden) 네트워크에 의해 발전된 원헬스 엄브렐러(One Health Umbrella)’>

 

이어서 안종주 사회적참사 특조위 위원은 <살균제와 환경, 그리고 생명>이라는 주제로 동물보호법과 환경오염으로 인한 미나마타병 등 동물과 사람, 환경 간 전반적인 관계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회적 재난 재발 방지를 위하여

마지막 세션에서는 더파워브레인 정태성 대표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본 예방 시스템 제안>이란 주제로 표준화된 수의료 관리시스템과 수의사 및 반려동물 보호자에 적절한 정보제공이 필요함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현재 수의진료 현황에 따르면, 국내 각각의 동물병원에서는 정형화된 질병코드를 사용하지 않아 통계를 통합할 수 없는 데이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만 해도, 전 국민의 건강보험 자료가 있었기에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련 질병을 조사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수의학계에서도 정형화된 데이터를 위한 관리시스템이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조사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그러나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사례들만 보아도 피해 동물의 수는 적지 않았습니다. 한 가정에서 여러 마리의 피해 동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 동물 사례를 찾기 위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가족의 반려동물 피해를 일차적으로 살펴보고 진료기록이 남아있는 반려동물의 피해를 먼저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과 더불어 일상을 공유하는 반려동물 역시 사회적 재난의 피해자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반려인 분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결코 되풀이 되어선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각계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카라 역시 사람과 동물, 환경이 원헬스로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에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동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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