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산불 구호] 처절했던 강철이, 살리고 싶었습니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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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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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나자 보호자는 강철이의 줄을 풀어주었다고 했습니다. 그런 강철이가 다시 발견된 건 지난 목요일 오전, 보호자 가족 한 분이 집 옆 수로에서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아이의 처참한 상황을 본 가족들은 아이가 곧 죽을 것 같아 안락사 해줄 병원을 수소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고통에 처한 강철이와 가족을 도와주는 이와 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틀 후인 토요일, 카라는 루시의 친구들과 함께 나선 마을 수색과정에서 충격적인 상태의‘강철이’를 발견했습니다. 놀랄 정신도 없이 전신과 얼굴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강철이를 조심스럽게 케이지에 넣어 병원으로 달렸습니다. 응급대피소에서 1차 주사와 상처 소독 후 바로 2차 병원으로 긴급 후송하는 길, 불안이 몰려왔습니다.

살고싶어 모진 고통과 외로움에도 이틀간이나 숨을 놓지 못한 아이기에 어떠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꼭 살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밀 검사 광범위한 화상으로 예후가 너무도 좋지 않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입부터 코, 두 눈, 잇몸, 이마부위까지 화상이 확인되고 화상의 깊이가 진피층을 넘어 근육층까지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로, 대수술을 받아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불투명하여 치료의미가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모두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수의사 선생님들이 내려주신 소견에 기반해 카라는 강철이의 극한의 고통을 이만 끊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강철이의 매분 매초가 얼마나 힘들지 알기에 녀석에게 더 버티라 할 수 없었습니다.

강철이가 모두의 애도속에 조용히 떠났습니다. 녀석의 마지막은 병원 선생님들과 카라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자그마한 발바리, 강철이의 목에 묶여있던 굵은 철물점 나일론 목걸이를 풀어주었습니다. 목걸이에는 구멍이 안맞아 뚫어 채운 버클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 강철이는 목걸이와 목줄을 풀고 자유의 몸이 되어 떠났습니다. 더 이상의 고통도 없습니다. 부디 강철이가 이번 삶에서의 모든 슬픔과 외로움과 고통을 잊고 행복했던 순간들만 기억하고 떠났기를 바랍니다.

강철이의 생환을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과 이 슬픔을 함께 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지개다리 너머 보호자를 기다릴 개, 우리와 생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했던 시골 개 강철이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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