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산 위에 홀로 있던 개
비극적인 화재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자라고 있습니다. 이전 고성·울진 산불 때와 비교하면 마당개들의 수가 줄었고, 보호자들이 개들의 줄을 풀어주거나, 피난처에 동반 대피를 요구하는 경우, 개와 함께 차에 타고 피신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산불의 잔해 속에서 홀로 남겨진 생명들이 있습니다.
3월 29일, 카라 활동가들은 잿더미가 된 산꼭대기에서 홀로 버려진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뜨겁게 타버린 땅, 쓰러진 나무들 사이. 짧은 쇠줄에 얽혀 있었고, 밥도, 물도 없이 오도 가도 못한 채 버티고 있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이 개를 ‘오스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지치고 목마르고 두려웠을 오스카에게 물을 건넸습니다. 그리고 오스카가 있던 자리에 ‘위험해 대피시키니 보호자는 연락 달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혹시라도 가족이 찾아오길 바라며, 한 줄의 희망을 남긴 채 오스카를 구조했습니다.
그런데,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
오스카는 어쩌다 이곳에 홀로 남겨진 걸까요? 보호자가 급히 줄을 풀어주려다, 쇠목줄이 달린 채 도망치게 된 걸까요? 아니면, 스스로 줄을 풀고 살기 위해 헤매다 다시 얽혀버린 걸까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오스카는 여전히 보호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불 속에서 홀로 살아남아야 했든, 혹은 방치되었든, 오스카는 사람을 따르는 개(Canis lupus familiaris)이니까요. 🙏
오스카는 처음에는 경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다정한 눈빛을 보이며 조용히 도움을 청했습니다.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의 불꽃. 구조자들의 눈을 마주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던 영특한 개.
카라는 바랍니다. 오스카도 진솔이처럼 누군가가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이 있기를. 결코 버려진 것이 아니기를. 누군가에게 잊혀진 존재가 아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