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물학대자 소유권 제한과 재발 방지 의무교육 시행이 시급하다
정부는 이천 수간사건 처벌 청원에
실질적인 행동과 제도 마련으로 화답해야
지난 5월 17일 이천에서 발생한 수간 사건 엄벌 국민청원에 대하여 지난 3일 청와대가 공식 답변했다. 해당 사건은 길 가던 행인이 3개월 된 강아지를 폭행하고 수간한 범죄로 피의자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돼 공연음란 및 동물학대 혐의가 인정되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피해 동물은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후유증 등 예후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달 만에 21만여 명이 동의한 본 국민청원은 이번 사건이 피해 동물에게 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야기한 바, 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한편 빈번하게 지속되고 있는 동물학대에 대하여 범국가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청와대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실제 대부분의 학대사건이 낮은 수준의 벌금형에 그치고 있는 만큼 처벌의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대 유형에 따라 처벌을 달리해야 하며 재발 방지와 예방 차원에서라도 학대를 저지른 일반 개인에 대하여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적극 검토할 때라고 밝혔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기소현황은 해마다 늘어, 2014년 262건에서 2018년 592건으로 거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동물학대에 대한 법적 처벌의 기준을 높이고 학대사건이 실형 등 응당의 처벌을 받도록 처벌 수위를 높게 적용해야 하며 수사를 치밀하게 보강함으로써 피의자를 찾지 못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처벌에 이르지 못하는 사례들을 대폭 줄여 나가야 한다고 본다. 또한 너무나 당연한데도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은 학대자 소유권 제한에 대해서도 피학대동물은 물론 학대자가 추후 동물을 또다시 소유하고 기르는 일을 막아야 마땅하다.
한편 학대의 유형이 다양한 만큼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하여 처벌과는 별개로 심리치료 내지 교육의 제공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일반 개인에 대해서도 아무나 쉽게 동물을 소유하고 기를 수 있게 한 것은 국가이므로 국가가 책임지고 올바른 동물 돌봄이 가능하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청와대가 말에 그치지 말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앞장설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우선 이천 수간 사건은 동물에 대한 학대이자 성범죄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으며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 모두를 야기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법적으로 명시된 동물학대의 범주는 ‘죽이는 행위’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로,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서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넓혀져 왔다.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동물의 죽음을 야기한 경우를 포함하며,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는 상해 여부를 떠나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동물학대로 인정되는 범위가 조금씩 진전되어 온 셈이다.
하지만 동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동물보호법 제3조 동물보호의 기본원칙 제5호에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이 전부로, 아직 수간 등을 동물학대로 따로 다루거나 동물의 고통을 정신적 고통까지 포괄하여 경감시켜 주거나 하는 조치 등으로 이어지고 있지 못하다. 해외에서는 수간 등을 엄벌로 다스리고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2005년 수간금지법을 제정하여 징역 10년형에 처하도록 했고, 덴마크는 2015년에 관련 법률을 통과시켰다고 밝혀 국내에서도 동물학대로서 수간과 동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신체적 고통의 경우에도 2018년 국내에서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가 동물학대로 규정되긴 했으나 실제 이 때문에 처벌된 경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동물학대 처벌의 법적 실효성이 낮은 것은 법적 처벌 기준 강화와는 또 다른 문제다. 청와대는 한국법제연구원 조사를 인용하여 미국 일부 주에서는 동물학대에 대해 누범일 경우 최대 51년 형이 가능하며 뉴질랜드, 캐나다는 5년, 핀란드는 4년, 우리나라는 일본, 덴마크, 그리스, 스웨덴과 같은 2년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동물보호법상 동물을 학대하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대 사건은 실제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고 있으며 징역이 선고되더라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가 압도적인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청와대 답변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 5월까지 입건된 동물학대 사건 1546건 중 구속은 단 1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강제추행죄 등 다른 범죄를 함께 저지른 사안이었다. 즉, 동물학대 사건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현행법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이 적용되고 있는 만큼 사법부는 동물학대 처벌의 수위를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소유권 제한은 동물의 생명 처분과 직결되는 부분으로 수차례 법안 발의까지 되었지만 현재까지 실질적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특히 시급한 것은 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제한으로 현행법상으로는 이러한 제한도 없이 피학대동물에 대해서조차 3일 이상의 기간 동안만 소유자로부터 격리하는 내용뿐이어서 소유자가 3일 뒤 반환을 요구하면 피학대동물을 동물을 학대한 소유자에게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학대자는 피학대동물에 대한 소유권 박탈 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에 대한 소유권도 제한해야 한다는 게 동물권측의 오랜 주장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에 청와대가 ‘동물학대를 저지른 일반 개인에 대해서도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라고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며 발 빠른 제도 개선을 기대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어야 마땅하지만, 학대사건의 경우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 경우도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반사회적 범죄에서부터 무지가 야기한 학대에 이르기까지 동물학대의 유형은 실로 다양하며 그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접근이 다를 수 있다. 학대자에 대한 심리치료와 교육 등의 병행이 처벌과 별개로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회에도 관련법이 발의되어 있는 만큼 정부가 이 같은 제도의 도입을 동물학대 재발방지 및 예방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아무나 쉽게 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방치와 학대까지 조장하고 있는 만큼 소유권 제한을 전제로 근본적으로는 아무나 쉽게 동물을 기를 수 없는 사회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국가가 나서서 모든 보호자에 대하여 올바른 돌봄 교육이라도 제공해야 마땅하다.
동물학대는 동물의 생명권에 위배된다는 점과 사람을 포함하여 또 다른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엄중하고 다각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토록 빈번하게 지속되고 있는 동물학대를 이 사회의 심각하고 중차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맞는가. 왜 동물학대는 제어되지 못하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피학대동물의 생명권마저도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 이번 청와대의 답변이 동물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직결되길 기대한다.
2019년 7월 18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