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가 지난 5월 30일 새로 문을 열었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앞으로 4년간 입법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직전인 21대 국회가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과 정쟁 속에 막을 내리면서 여소야대 구도에서 22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악순환 반복의 우려가 크나, 동물권에 대한 변화하는 시민 인식에 맞춰 일하는 국회가 되기를 한편으로 기대한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 2만 6천여 건 중 처리된 법안은 9,500여 건으로 36.6%의 법안 처리율을 기록했다. 이는 20대 국회의 37.9%보다 낮은 수치로 역대 최저치를 찍으며 지켜보는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동물보호법 개정안 역시 발의된 139건 중 68건이 처리되었으며 절반가량인 67건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었다.
동물의 삶과 관련해 처리된 법안 중 개식용종식법 제정과 사육곰 종식을 위한 야생생물법 개정은 산업적으로 고통받아온 동물의 고통을 마무리 짓는다는 점에서 큰 성과이다. 시민과 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와 함께 2023년 한정애 의원, 이헌승 의원, 윤미향 의원 등에 의해 차례로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이 대표발의되면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마침내 2024년 2월 개식용종식법 제정으로 대한민국이 개식용 종식국가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되던 곰들도 지난해 12월 야생생물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완전한 사육 금지를 앞두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된 후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쳐 2022년 전면 개정되며 미비한 부분이 세부적으로 보완됐다.
그러나 2021년 법무부가 발의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은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5만 명의 시민이 찬성의 뜻을 표하며 동물의 법적 지위 개선을 향한 요구가 높았으나, 끝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반려동물의 무분별한 번식과 판매를 막기 위한 일명 ‘루시법’과 퇴역경주마의 복지 증진을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등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며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동료 동물단체들과 함께 각 정당에 동물복지 관련 정책을 제안 후 답변을 취합해 공개한 바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등 8개 정당이 답변서 및 입장문을 보내오며 동물복지 정책 수용에 긍정적 의사를 표했다. 헌법 및 민법 개정을 통한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 반려동물 생산 및 판매 제한, 말 이용산업에서의 말 착취 및 과잉생산 문제 해소뿐만 아니라 동물학대, 야생동물, 실험동물 영역 등에서 폭넓은 과제가 다뤄졌고 향후 국회에서도 논의가 요구된다.
각 정당에 제안했던 정책이 이행되도록 동물권행동 카라는 22대 국회 임기 동안 입법 촉구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22대 국회는 정쟁으로 치닫기보다 소통과 협치를 통해 민생을 위하는 동시에 사회적 인식에 맞는 법과 제도 개선으로 동물권이 진일보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