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물복지 위장한 평창 브리딩 센터 건립은 철회되어야 한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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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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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08



1.

2010년 부산 기장군은 반려동물 번식센터건립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밀어붙이려 했었다. 농촌진흥청과 기장군의 합작품이었다. 당시 기장군은 고품질의 반려동물을 번식시켜 지역 농가에 보급, 이를 선진국형 농가소득 창출로 연결하자는 취지라며 요크셔테리어, 몰티즈 등 소형 고급 애완견 번식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확히 10년 뒤인 2020, 좌절된 바 있던 기장군 반려동물 번식센터의 재현이 대자본에 의해 확장·심화 되고 있다. 평창군은 강원도 남부 지역 관광상품 집중 개발의 일환으로 민자를 통해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를 짓고, 1단계 사업으로서 반려동물 브리딩 센터를 우선 시공하겠다고 한다. 이는 첨단 브리딩 센터를 운영하며 프리미엄 우량견을 등록·보급하는 한편 브리더를 양성하겠다는 내용이다.

 

건강하고 명랑한 반려견을 탄생시키겠다는 발상은 연간 10만 마리 이상 발생하고 있는 유기동물 문제의 원인 조차도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돌리려 하는 비겁한 처사다. 테마파크 사업자측은 좋은 품종의 반려동물을 번식하는 것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내년 8월 브리딩 센터 준공을 목표로 지난 911일 기공식을 가졌다.

 

2.

국가의 신산업 육성이라는 미명 하에 동물을 수익창출용 도구로 삼는 한편 생명 상품화를 가속화 하려는 시도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정부는 201677일 대통령 주재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 후 확정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반려동물 생산업 및 유통업을 이른바 '신산업'으로 육성하고 별도의 반려동물 산업 육성법을 제정하겠다고 하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강아지 공장의 열악한 환경과 복지 개념의 부재, 동물학대 실상이 비로소 세간에 알려지며 사육두수 제한이나 생산업 허가제 등이 도입되어도 시원찮을 판에 한참을 거꾸로 가는 발표였다.

 

당시 잘못된 정책 방향을 돌려놓기 위하여 동물권행동 카라는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다. 반려동물 산업과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구분 되어야 하고, 동물의 생명 자체를 수단으로 삼는 반려동물 산업은 기본적으로 육성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동물 보호·복지를 위해서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 육성법을 제정할 일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산업 육성에 뜻을 둔 별도의 법 제정은 다행히 철회되었다. 그러나 브리딩 센터를 짓겠다는 평창 등 최근 지자체 동향을 보건대 동물을 새로운 시장 개척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보는 후진적 관점은 사라지지 않은듯 하다.

 

반려동물 인구는 15백만 명이며, 농촌경제연구원은 현재 3조원을 상회하는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가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가 반려동물 생명 상품화의 수치는 아니며 그래서도 안된다.

 

이른바 펫코노미(Pet+Economy)’는 반려동물의 생산, 유통·판매, 교육·훈련, 사료, 용품, 미용, 치료, 보험, 장묘에 이르기까지 관련 분야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여 한 데 아울러서 통칭하고 있는데 이는 논의의 흐름과 방향에 대한 철학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반려동물 연관 산업은 반려동물 산업과는 구분 되어야 하며,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평생 반려 문화 등이 근간이 되어야지 동물의 생명 상품화를 가속화 시키는 방향이어서는 절대 안된다. 특히 반려동물의 생산, 유통, 판매는 제일 민감하게 동물 보호·복지와 상충하는 분야다.

 

지난해 지자체 시보호소에 입소한 유기동물만 135천여 마리였으며, 건강해도 입양 갈 곳이 없어 안락사/살처분 되는 등 시보호소 입소 동물 절반 가량이 사망으로 귀결되고 있다. 사지 말고 입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옳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끊임없이 동물을 번식·교배하여 유통시키고 판매한다. 게다가 작고 예쁘고 어린 개들을 선호하도록 조장한다.

 

번식장에 적용되는 생산업 허가제가 2018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동물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낙관하기 어렵다. 공장을 방불케 하는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번식장 동물들 하나하나의 복지에 개입해 들어가기가 어려운 환경이고 관리·감독과 단속의 손길 또한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3.

평창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는 도그쇼 개최 등 평창을 반려동물 메카로 만든다는 기치 아래 평창읍 종부리 일대에 22넒이로 조성되며 2024년까지 민자 사업비 300~500억원이 투입된다. 축구장 30개가 넘는 규모다. 테마파크는 관광인프라 확충은 물론 브리딩 센터, 애견호텔, 반려동물 놀이터와 수영장, 사료와 용품, 메디컬 센터 등 각종 반려동물 산업을 육성할 예정이라 한다.

 

2019722일 평창군은 ()삼양꼼빠농과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사업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동물복지 전문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삼양꼼빠농은 ()삼양건설산업의 자회사로서 20191월 설립되었으며 반려동물 생산단지 운영, 유통 및 관리 등을 주요 사업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평창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에 1단계 사업으로서 첫번째 들어서는 시설이 바로 브리딩 센터다. 반려동물 사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브리딩 센터는 실험동과 체험학습관으로 이뤄지며 20218월 준공을 목표로 최근 공사가 시작되었다. 시공사는 ()삼양건설산업이다.

 

()삼양꼼빠농은 첨단 브리딩 센터를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브리딩 센터에는 번식장이 순차적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삼양꼼빠농은 20194월 번식장 농가를 대상으로 1차 입주설명회를 개최했으며 같은 시기에 반려동물협회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반려동물협회는 스스로를 애견종사자 101개 단체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반려동물협회의 전신은 한국반려동물총연합회로서 이들은 2016년 강아지 공장 사태가 터졌을 때 '개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정부 압박 시위를 벌인 바 있으며 동물보호법 개정 반대, 생산업 허가제 도입 반대,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자가진료 철폐 반대 등을 주장했다.

 

브리딩 센터가 동물복지에 위배된다는 지적에 대해 좋은 품종의 반려동물 번식이 유기동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평창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에서 브리딩 센터를 포기하고 있지 않은 ()삼양꼼빠농은 실제 관련 경험이 전무한 기업으로 업무협약 방식으로 기존의 번식장 등 생산업계와 관계 맺고 있다. 건물을 지어 놓고 번식장 농가가 입주하는 것을 두고 과연 첨단 브리딩 센터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4.

평창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평창군의 위법한 조례 개정으로 인해 공무원 2인이 공문서 위조 혐의로 형사 입건 되기도 했다. 본 사업을 추진한 현직 간부였다.

 

테마파크 사업 예정지는 축구장 12개가 넘는 규모의 군유지가 포함된 상황이었다. 평창군은 사업자인 ()삼양꼼빠농에 군유지를 수의매각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했으나 행정 절차를 어긴 무리한 시도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강원도는 해당 조례 개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평창군 의회도 심의 끝에 20204월 조례안을 부결 처리, 평창군은 군유지를 비로소 공개입찰 한다. 낙찰자는 단독 응찰한 ()삼양꼼빠농이었다.

 

이렇게 하여 ()삼양꼼빠농은 지난 8월 입찰을 통해 87000규모의 군유지를 매입할 수 있었고, 지난 911일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절차를 어겨가며 특정 민간 기업을 밀어주는 문제적 행태는 동물을 이용하여 부수적 경제 효과를 누리려는 퇴행적 사업을 시도하는 몇몇 지자체에서 공통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일례로 오산시는 민간 사업자인 오산버드파크를 앞세워 시 청사에 앵무새 등 400~500여 종의 소형 야생동물을 전시·관람하는 체험 시설을 건립중이고, 이 시설을 오산 자연생태체험관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 인위적으로 동물들을 가둬두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반자연생태적이다. 또한 공공청사에 동물원을 건립케 해주는데다 감사에서도 지적된 위법한 조건부 기부채납, 10억 시비가 투입되는 사업에 공모 과정을 거치지 않는 등 여러 측면에서 특혜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오산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지자체가 나서서 동물을 이용한 시대착오적 시설을 건립중이라는 점 말고도, 지자체가 민간 업체를 행정 절차까지 어겨가며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창군은 오산시와 빼닮았다.

 

5.

동물 보호복지는 산업 홍보의 수단이 아닌 목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를 보노라면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201912월 정부는 [5차 혁신성장전략회의 겸 제28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5대 유망식품 집중 육성을 통한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을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하면서 펫푸드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안도 포함시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개식용이 용인되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어떠한 해법도 내놓고 있지 못한 채 동물학대를 무려 40년 넘게 방치중이다. 이와중에 개농장 개들은 음식쓰레기 처리기로 취급된다.

 

야생동물도 다르지 않다.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발병으로 멧돼지들은 아무 문제의식 없이 사냥·도살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멸종위기종 산양의 서식지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세력과 온몸을 다해 싸워야 했다.

 

많은 반려동물들과 야생동물들이 그간 인간의 일방적 이용과 산업의 도구로서 희생되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조류독감, 구제역에 이어 ASF까지, 인간과 동물의 올바른 관계 설정과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며 천지개벽 수준의 변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평창이나 오산 나아가 중앙 정부에서는 명실공히 동물의 보호복지 혹은 자연생태 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산업 육성과 동물의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노골적으로 산업을 홍보하는 것보다 거짓 위장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동물보호 단체와 의식 있는 시민들의 갖은 노력 끝에 일궈놓은 동물 보호복지에 대한 관심을 국가가 산업 육성과 소비 진작이라는 다른 목적달성에 이용하려 해서야 되겠는가.

 

지금도 많은 반려동물들이 무차별 번식·매매되어 장난감처럼 버려져 지자체 시보호소에 수용되어 죽어가고 있으며, 인수공통전염병 전파 우려에도 불구하고 체험 동물원의 부적절한 동물체험이 성행중이다. 심지어 시보호소에서 보호되어야 할 동물들이 개농장으로 빼돌려져 불법 도살되거나, 동료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독극물 주사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실태가 발각되고 있으며, 제주마린파크나 거제씨월드에서는 멸종위기 근접종 돌고래를 무분별하게 만지고 써핑보드처럼 타고 놀게 하여 수익을 올리는 형편이다.

 

이러한 때에 평창군의 브리딩 센터나 오산시의 버드파크 추진은 동물보호 활동에 매진해 온 시민사회에 큰 좌절감을 안긴다. 그동안 동물에 대한 몰이해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애써 진작시켜온 동물 보호와 복지의 개념까지 돈이 목적인 세력에 차용당하는 느낌이다.

 

동물 보호복지는 다른 목적를 위해 차용되어서는 안되는 목표가 되는 게 맞다. 단기적인 산업의 육성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열매의 달콤함은 한시적이며 부질 없다. 동물을 보호하면서 역시 동물일 뿐인 인간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고 이를 위해 사람들이 연대하는 것, 그 과정에서 쓰여지는 모든 의미 있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지금 필요한 테마이다. ()

 

2020106

동물권행동 카라

 

 

 

<삼양꼼빠농 홈페이지 브리딩 사업 소개>

<삼양꼼빠농 홈페이지 추진 경과>


< 국내 번식장(강아지 공장)의 모습_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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