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환영한다
법무부는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하여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제98조의2를 신설, 제1항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했으며 제2항에서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동물은 지각력 있는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물건과 동일하게 취급되어 왔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있고, 동물은 이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본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동물은 물건이 아닌 동물 그 자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전진경, 이하 카라)는 법무부의 이번 민법 개정을 열렬히 환영하는 바이며 국회에서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 동물은 물건이 아닌 것은 당위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권리의 주체 여부에 대한 논의까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동물은 국내 법체계에서 물건으로 축소돼 너무 소극적으로 다뤄져 왔다.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지나고 동물권 인식이 확산되는 사회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행 중인 동물 잔혹사의 기저에는 ‘동물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 구태의연한 인식이 깔려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는 동물학대에 대한 미약한 처벌과 동물 피해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배상 등의 한계를 어찌할 수 없는 안타까움으로 목도해올 수밖에 없었다.
이미 오스트리아에서는 1988년 세계 최초로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규정을 민법전에 신설하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들에 의해 보호된다. 물건에 관한 규정들은 유사한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 한하여 동물에 대해 적용된다.’고 한 데 이어 독일에서도 1990년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내용의 민법 개정을 단행한 바 있다. 아직 동물이 권리의 주체는 아니나, 일반 물건과는 다른 생명으로서 보호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물보호가 머나 먼 현실 속에서 동물복지의 향상을 전방위적으로 피력하고 동물권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해온 카라도 이미 수년 전부터 동물의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써왔으나 발의된 민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등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민법 개정이 이뤄지면 2021년 대한민국에서도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다만, 이번 민법 개정은 해외 입법례와 같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으며 동물에 대한 실질적 처우 개선은 쟁점별 타법 개정 속에 비로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은 최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데 따라 1차적으로는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금지 대상, 손해배상액 조정 등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규정한 본 민법 개정의 영향은 중장기적으로는 비단 반려동물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며 동물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불러올 전망이다.
동물은 개체마다 하나의 생명권을 가진 보호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서 존중 받아야 마땅하다. 카라는 생명이 보다 존중받는 사회를 견인하려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본 개정안 통과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늦었지만 우리 사회가 진정한 생명존중 사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2021년 7월 20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