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케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구조 동물 몰래 안락사 사태가 불거지며 사회적으로 안락사(적용기준에 따라 ‘살처분’이 되기도 함) 문제가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지자체 시보호소에서는 안락사에 대한 대략의 기준을 두고 이를 허용하고 있지만 민간 사설보호소의 경우 안락사뿐만 아니라 사설보호소 자체에 대한 뚜렷한 기준조차 없습니다. 정부의 동물보호 정책과 현장의 동물보호 정책 수요는 크게 괴리된 채 보호를 필요로 하는 동물들이 이미 많고 또 계속 양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생명윤리 문제를 논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지난 3월 5일 국회에서는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아시아투데이에서 주관하는 <동물복지를 論하다 – 반려동물 생명윤리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개최되었으며, 카라는 본 토론회의 발제자로 참가, 그 후기를 전합니다.
토론회에 앞서 동물복지국회포럼 박홍근 공동대표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급속한 핵가족화와 함께 매년 성장세인 반면 관련 법체계와 시민의식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동물 관련 영업은 허가의 대상이 돼야 하고, 동물생산·판매업 제도가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동물권행동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가 ‘한국 반려동물 보호의 당면과제와 생명윤리’, 잘키움 행동치료 동물병원 이혜원 박사가 ‘국내 사설동물보호소 여건’에 대한 주제발표를 진행하였고, 서울특별시 동물복지지원센터 노창식 팀장,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사무국장,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수의사회 명보영 수의사, 농림축산식품부 김동현 동물복지정책팀장이 패널토론으로 참석해 반려동물 정책 및 유기동물 관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펼쳤습니다.
첫번째 발표에서는 한국 동물보호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와 현황을 구조적 맥락에서 짚어본 뒤 인간중심적 관리 정책에서 나아가고 있지 못한 국내 동물보호 정책의 한계와 (개식용과 같은) 대형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외면 속에 이뤄지고 있는 안락사는 많은 경우 살처분과 다르지 않으며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시민들이 생명 폐기처분을 안타까워하며 보다 근본적인 판매업과 생산업의 규제를 이야기하는 반면 정부는 건전한 산업육성을 하겠다고 하는 것에서도 괴리는 드러납니다. 이에 대해 전진경 상임이사는 “산업 내 숱한 문제, 특히 개농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산업 육성을 말하는 것은 정부가 위기 동물을 방치하고 눈을 가리겠다는 것이다. 인간 중심적인 유기동물 관리 정책과 현실에 대해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고 지적하였습니다.
민간에서는 정부가 회피하는 개식용 문제나 대량 번식장, 개를 임의로 도살하는 동물학대 문제, 농장동물 공장식 사육이나 대량 살처분 문제 등 가장 주요한 대규모 구조적 동물학대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개입하고 있는 실정인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일부 가정 반려견의 보호와 연관 서비스 산업의 육성에 한정되어 있는 정부 정책들은 터무니없이 작고 부족합니다. 이에 전진경 상임이사는 1) 헌법에 동물보호를 국가 의무로 명시, 2) 국가 동물복지위원회 설립과 동물보호 로드맵 제시, 3) 동물학대자 소유권 제한과 강력 처벌, 4) 개식용 철폐, 5) 재개발 지역 등에서의 길고양이 보호, 6) 반려동물 산업 육성이 아닌 규제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두번째 주제발표에서는 민간이 감당하고 있는 동물보호의 보다 세부적인 상황, 그중에서도 동물의 보호 관리로 보호동물의 복지와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설보호소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이혜원 박사는 우선 사설동물 보호소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지적하며 이를 애니멀 호더와 구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설보호소의 운영 실태 파악을 목적으로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일부 혼재된) 애니멀 호더와 사설보호소 소장의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애니멀 호더의 경우 폐쇄적인 성향이 강하여 자원봉사자와 같은 외부인이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며 보호하는 개들을 가족이라고 표현하고 입양을 거부합니다. 애니멀 호더가 보호소 안에서 개체들이 증가하는 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만족해한다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냉난방기 설치, 방범시설 설치, 개체관리카드 작성 등 사설보호소의 기준이 마련되어 애니멀 호더와 분명한 구분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이혜원 박사에 따르면 사설보호소에는 진료실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안락사는 동물이 외상/질병으로 매우 고통스러워 하는 경우에만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사설보호소 입소 과정은 보호소 앞에 버려진 동물, 공공장소에 유기된 동물, 시보호소에서 구조한 동물, 개농장, 기타 번식업장이나 피학대 상황에서 구조된 동물 등이었습니다.
이후 진행된 토론에서는 동물보호 정책 개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센터 노창식 팀장은 비반려인이 반려견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이 낮아 반려인과 의견차이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이에 따라 반려견 놀이터 사업도 진행하는 데 있어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다들 피하려 하는 동물보호 업무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인식 개선을 위해 영유아 시절부터 반려동물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고 제도적으로는 동물에게 물건이 아닌 생명체 지위를 부여했으면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임성규 사무국장은 동물구조와 관리의 질을 개선하려면 동물보호센터의 여건이 개선되는 것이 방법이라는 의견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지자체에서는 입찰을 통해 사람들을 선택하는데, 이는 가격으로 경쟁을 시켜 사람을 뽑기 때문에 그가 생명감수성이 있는지 혹은 동물을 잘 다루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직원의 수가 적은 작은 규모 운영이 너와 나만 알고 있자는 식으로 비리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습니다. 돈으로만 경쟁을 시킨다면 동물보호 수준을 높일 수 없으므로 입찰 방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고, 능력 평가가 가능한 적절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민관의 협력이 중시되어야 반려동물 복지가 개선되고 유기동물의 발생이 억제된다고 하였습니다. 민간과 공공은 각자 갖고 있는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 하며 서로 강점과 약점이 있는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쉽을 형성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나서주어야 합니다. 민관협력 활성화를 위한 지역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며, 의사소통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대표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구조 활동을 위하여 지자체 인력 및 예산이 보강되어야 하는 반면 사설보호소는 규제가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서 예산, 중성화, 동물등록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화재 등 사고 발생 시 대책이 필요하고 사설보호소의 갑작스런 폐쇄가 지역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지자체에 휴폐업을 등록하고 계획서를 제출하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반려동물 대량생산이 규제되어야 하며 중성화 수술 권장 정책이 필요하고 소위맹견, 유기동물, 보호동물 등에 대해서는 중성화 의무화가 제안되었습니다.
최근 케어가 안락사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을 붙이며 마치 한국에는 안락사 기준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2016년 동물보호센터(시보호소)의 운영지침과 안락사 지침이 만들어지는 등 최소수준의 지침이 있다는 점도 거론되었습니다. 버려진 동물들을 위한 수의사회의 명보영수의사는 시보호소는 아직까지 대부분 위탁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직영화가 바람직하고 지자체가 주도하고 민간이 보조하는 형태여야 한다는 의견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동현 동물복지정책팀장은 중앙정부에서는 동물학대와 동물유기는 같은 종류라며 유기를 학대로 보고, 과태료에서 벌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동물유기는 범죄라는 것이며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 등 선진화된 제도도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부족한 게 사실이고 인력기준 등 동물보호법에 따른 규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합니다.
개식용 동물학대 부분은 이미 제도가 갖춰져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제도만 강화하는 게 아니라 제도 강화에 따른 지도,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식약처와 환경부도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본 토론회는 한국의 동물보호 현실을 돌아보며 반려동물 보호의 현주소와 정책 개선 방향을 당장 보호를 필요로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동물들을 생각하며 의견 나눌 수 있었던 귀한 자리였습니다. 유기동물 및 구조 동물의 양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동물들이 좀더 나은 여건에서 체계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던 바, 생명 폐기처분 자체를 줄여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며 보호동물들에게 좀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과 자원을 분배해 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생명윤리가 작동하는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카라도 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