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상생복지 위하는 반려동물 중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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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2-2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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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중성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 서울시 돌봄 취약층 대상 중성화 지원사업 성과보고 심포지엄 후기 -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평생 반려의 길은 여전히 너무 멀고 국내 유기동물 문제는 심각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같은 현실에서 돌봄 취약층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올해 카라는 서울시 동물의료서비스의 일환으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수행하며 돌봄 취약층을 경제적 요인, 인적/심리적 요인, 환경적 요인으로 나누어 접근해 보았으며, 그 결과 취약가구(저소득층/애니멀 호더)와 취약지구(재개발) 동물 돌봄에 대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8개월 간 진행된 본 사업의 성과를 보고하는 자리가 열렸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이미 동물복지 문제가 사회적 주요 의제로 자리 잡혀 있는 과정에서 사회적 취약계층이나 재개발 지역 등 어려운 상황 하에서 벌어지는 동물 문제가 종종 노출됨에 따라 적합한 보호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시의 돌봄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중성화, 동물등록 등 지원사업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예방적 활동을 이행했다는 것은 우리나라 동물보호사에 큰 발전을 이끈 활동”으로 평가했습니다. 



본 사업의 협력기관으로 함께 한 마들종합사회복지관의 차현미 관장은 동물복지가 곧 사람복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물과 사람이 함께 잘 사는 것을 꿈꿨다고 운을 떼며, “반려동물가정과 비반려동물 가정과의 갈등을 풀고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예측하여 방법론을 마련함으로써 사람과 동물의 공존사회로 한 단계 들어설 것”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동물과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 모두를 아우르는 정책으로 나아가는 데 본 사업의 역할이 중요함을 언급했습니다.  

 

반려동물 중성화는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서울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이끈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발제를 통해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했습니다. 먼저 돌봄 취약층에 대한 기준을 △경제적 요인에 따른 저소득층, △인적/심리적 요인에 따른 애니멀 호더, △환경적 요인에 따른 재개발/재건축 지역으로 구분하여 대상을 명확히 했습니다. 저소득층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중위소득 30% 이하)를 포함하여 최저생계비의 200% 미만(중위소득 60% 이내)의 반려인 가정으로 제한하되, 일부 동물등록의 경우에 한하여 세 가지 조건중 어떤 것도 충족하지 않는 일반 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갔습니다. 


정량적 성과로서 11월 12일 기준으로 363마리의 중성화 수술, 322마리의 건강검진, 383마리의 동물등록을 진행하여 총 1,068건의 동물 의료서비스가 이행되었고, 사업이 종료되는 시점에는 지원대상 건수가 좀더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약가구에 대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공유되었습니다. 설문조사 결과는 취약가구의 삶과 이미 밀접한 반려동물의 존재를 드러내는 한편 취약가구가 적정한 동물 돌봄에 있어 어떤 애러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게 했습니다. 또한 취약가구 신청자 198명 가운데에는  애니멀 호더가 존재했으며 이러한 애니멀 호더의 특징을 중심으로 애니멀 호더 위험군을 추려낼 수 있었습니다. 접근을 달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도 애니멀 호더 위험군은 본 사업의 저소득 기준을 거의 대부분 충족하였습니다. 


※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란, 키울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게 많은 동물들을 키우는 사육자를 의미하며, 애니멀 호딩은 또 다른 동물학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가구당 적게는 3마리에서 많게는 25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애니멀호더 위험군 가구 중에는 의도적으로 양육 마리수를 숨기는 경우, 동물이 보호자 손을 타지 않아 포획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 중성화가 되지 않아 자체번식이 되풀이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너무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동물들을 사육하는 환경은 동물뿐만 아니라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 모두에게 해로운 위생문제가 관찰되었고, 이웃과의 갈등도 고조되어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 적지 않았습니다.


본 사업을 통한 중성화 등 의료적 지원이 없었다면 사업단이 만난 취약가구와 취약지구는 벌써 돌이킬 수 없는 유기문제와 동물 방치, 갈등을 양산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는 반려동물 중성화가 우리사회에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임을 시사합니다. 김현지 팀장은 돌봄 취약가구에 대한 중성화 비용 지원 및 의료와 돌봄 교육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의료기관/전문가의 도움이 뒷받침된 행정기관의 돌봄 취약층 대상 정책 수립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돌봄 취약가구의 반려동물이 믹스보다 품종 비중이 높은 측면을 볼 때 펫샵 또는 브리딩이 돌봄 취약층의 문제심화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바, 이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진 발제에서 한국성서대학교 김성호 교수는 사회복지학 전문가로서 취약계층을 ‘잠재적 위험에 대한 예상, 대처, 저항 및 복구할 수 없는 개인이나 집단’으로 정의하고, 이들은 위험이나 피해에 훨씬 더 노출된 ‘위험집단(at-risk population)’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면 재해/재난 피해자, 갑작스럽게 수감되는 사람, 요양원 입소 및 장기입원 앞둔 독거노인 등 반려동물 돌봄과 관련하여 응급한 위기상황을 겪는 모든 보호자는 위험집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취약계층 개념의 근거는 바로 인간과 동물의 유대라는 의미의 ‘HAB(Human-Animal Bond)’이라는 개념입니다. 미국 수의사협회(AVMA)에 따르면,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는 인간과 동물 모두 건강과 복지에 영향을 받으므로 유대(bond)를 통해 상호 유익하고 역동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HAB 기반의 바람직한 관계는 △인간과 동물간의 상호인식이 있어야 하고, △이 관계는 상호간에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하며, △결국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이익이 되고 행복이 추구되는 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김성호 교수는 해외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취약계층이 처한 위협의 수준에 맞는 단계적 대응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에게 시기적절하게 예방접종을 실시하여 질병 발생 위험을 줄이고(예방전략/ preventive strategies), 이후 반려동물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건강함을 유지하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받도록 하며(완화전략/ mitigation strategies), 반려동물이 큰 사고 내지 심각한 질병에 걸릴 경우 신속하고 충분한 치료와 회복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제공(대처 전략/ coping strategies)하는 일련의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반려동물을 키우는 취약계층이 좀더 윤택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이러한 정책의 현실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역할 이행이 필요합니다. 



서울시 중성화 지원 사업의 지정 협력병원인 허브가 되었던 카라동물병원의 유화욱 원장은 중성화가 반려인과 반려동물 양측 모두에 필요한 의료적 처치임을 두서에 밝혔습니다. 중성화 자체가 질병 및 발정기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 예방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 유화욱 원장은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중성화 경우, 개체가 지속적으로 건강하려면 케어테이커와의 협력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애니멀 호더의 경우 의료 처치 이전에 보호자가 지닌 정신적 치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호자의 여러 상황에 맞는 중성화 지원 프로그램 마련과 함께 수술 이후의 관리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주도는 연간 유기동물 발생이 7천 마리가 넘고 지난해 전국에서 경기도, 경남, 서울에 이어 네번째로 시보호소 입소 동물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제주시 축산과 장채연 주무관은 마당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유기견들과 의도치 않는 임신과 출산이 늘어나고 결국 유기동물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본다며 올해 제주도의 중성화 지원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제주도는 기초생활 수급자, 차상위계층, 고령자 우선순위로 대상을 선정하여 마당에 키우는 암컷 반려견을 중심으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진행하여 올해 277명이 선정, 237마리가 수술지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보호자 대상으로 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여전히 중성화 필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지자체 동물보호 담당자의 재량과 역량이 큰 업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 사업이 좋은 사례로 각 지자체에도 알려졌으면 한다”고 희망을 밝혔습니다. 


1마리의 중성화는 10마리의 동물 구조, 20마리의 동물 입양과 맞먹는 효과


‘동물 공존도시 서울’을 천명한 서울시에 동물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일은 주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윤민 주무관은 여전히 지원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반려동물들이 많고, 애니멀호더 및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하면서 본 사업을 통해 향후 서울시가 마련해야 할 정책과 인프라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 문제들의 해법은 ‘중성화’이며, 함부로 반려동물을 구매하거나 분양받을 수 있는 현 시스템의 타파도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1마리의 중성화는 10마리의 동물을 구조하고, 20마리의 동물을 입양하는 것과 맞먹는 효과”임을 강조한 서울시의 향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데일리벳 윤상준 공동대표는 본 사업을 통해 필요한 곳에 반려동물 의료서비스를 지원한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하며, 서울시가 나서서 취약계층의 중성화 수술을 지원한 사업은 대상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게도 중성화 수술을 홍보하는 효과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지정병원과 소통하며 동물병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협력관계 속에 일을 풀어가면서도 일관된 비용을 적용시킨 부분이 의미 있다고 보았습니다. 덧붙여 중성화 수술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으로 인한 동물 진료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사업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마지막 토론자인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팀의 김철기 사무관은 정부 차원에서 중성화 사업의 확장 필요성에 공감하나 편익적인 면에서 사업의 당락이 결정되는 한계를 토로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약 25%가 반려동물 가정이고, 동물학대 부작용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동물보호복지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지하므로 6개 분야 테스크포스를 꾸려 5개년 계획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동물보호법상 동물인수제를 고려하고 있다. 필요시 포획이나 치료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과 애니멀 호더 및 동물 생산업과 사설보호소를 확실히 구분하여 관리하는 제도 또한 살펴보고 있다”며 사각지대 없는 정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 그리고..


본 사업은 지자체의 역량이 중요한 디딤돌이 되지만 ‘의지’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부산에 거주하는 청중은 부산시도 서울시처럼 동물 전담의 부서가 세워져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전국 지자체의 담당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동물보호가 매우 필요한 업무라는 것을 인지한다면 전담조직이 세워지고 관련 사업들을 확장할 것”이라 전하면서 지자체들의 ‘의지’가 중요함을 강조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동물들을 돌보는 케어테이커분들의 고충도 토로되었습니다. 특히 재개발 지역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상충하면서 길고양이를 원활하게 보호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 없이는 절대 원만히 해결될 수 없습니다. 현장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길 위의 동물들의 복지를 높일 수 있도록 더불어 노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합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 8개월 동안 돌봄 취약층에 대한 중성화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예기치 못한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지원활동을 통해 보호자와 반려동물 모두의 만족과 평생 반려로의 힘찬 한걸음을 지켜보면서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돌봄 취약층에 대한 파악과 대책, 그리고 지원은 적정한 돌봄을 추동함으로써 평생 반려 문화를 정착하고 우리 사회에 안그래도 심각한 유기동물 문제나 방치, 번식 문제를 미연에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지자체를 넘어 정부가 이런 사업의 필요성을 받아들여 원만한 사업 이행을 위해 정책과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고, 각 지자체는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최대한 지원받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과 열악한 환경의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케어테이커들도 중성화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여 동물들의 복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 속에 함께 행동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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