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매번 발생하는 재난재해에 동물은 여전히 배제 반려・농장동물 등 촘촘한 동물보호 대응체계 시급하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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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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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평]

매번 발생하는 재난재해에 동물은 여전히 배제

반려・농장동물 등 촘촘한 동물보호 대응체계 시급하다!



울진 산불이 발생한 지 엿새째로 동해안까지 불길이 번지면서 축구장 1만 9000천개에 달하는 면적의 산림이 소실되었다. 초기 진압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풍에 불길이 거세지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고, 생명을 잃은 사육 동물들만 해도 어림잡아 수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난 시 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데다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입소할 수 없어 동물피해가 더욱 커졌다. 지난 7일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는 울진군 대피소에 방문하여 피해가정 대상으로 동물구호 접수를 진행해 20가구의 요청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사육 동물들을 그대로 둔 채 대피했기에 화염으로 생명을 잃거나 상처입은 개, 닭, 소들의 피해를 호소하고, 풀어준 개의 생사 확인을 부탁했으며, 불길 속에 먹이가 타버려 사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이재민은 주불 진화가 안 된 시점에서도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은 동물들의 안위를 걱정하면서 대피소와 불탄 집을 오가며 이웃의 동물을 돌보기도 했다.


매번 발생하는 대형 재난재해 속에서 동물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지난 2019년에 발생한 고성산불 재난에서 심각한 동물피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나마 있는 재난재해 동물대피 매뉴얼은 행정안전부의 ‘애완동물 재난대처법’에 그치고, 이 마저도 안내견 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으니 지인 내지 친척 등 동물이 대피할 곳을 자체 확보하여 이동시키라는 지침뿐으로 재난 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아니다.


울진군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곧 불을 피해 대피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90마리에 육박하는 보호 동물의 긴급 대피소조차 지정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피소를 찾기 위해 촌각을 다투던 때에도 ‘대피소에는 동물이 들어갈 수 없다’는 지자체 관계자의 공허한 메아리가 반복되어 하마터면 모두가 화마를 피하지 못할 뻔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제야 부랴부랴 재난 시 동물보호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하며 마련하겠다 밝혔다. 대피소 반려동물 동반 입소는 물론 적극적인 동물 구호 조치 등으로 과거의 이분법적 행태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의 대책이 ‘반려동물'에 국한된 정책으로 귀결될까 우려스럽다. 마당에 묶인 채 도망가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타죽은 반려동물의 피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피할 공간조차 없어 축사에 그대로 갇힌 채 희생당하는 농장동물은 살아남아도 재난으로 부상당하면 그 어떤 고통 경감 조치 없이 도축장으로 끌려간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은 야생동물과 길고양이도 있다. 이들은 몸을 피할 수 있어도 물과 먹이를 구할 수 없어 생존에 위협을 겪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즉, 반려동물만이 아닌 ‘모든 동물’의 안전을 위한 재난 시 동물 보호 정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카라는 행안부가 추진하려는 정부 가이드라인이 반려동물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이길 바라는 한편 농장동물, 야생동물 등 분류에 따른 행동요령, 피난 장소 및 구호 방법을 담아 매뉴얼화 하길 바란다. 더불어 다음의 사항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보호자와 (실내・외 사육동물 모두 포함한) 반려동물 동반 대피 및 대피소 의무 확보, ▲재난 시 사육동물 목줄 풀어주기, 축사 열어두기 의무화 및 미 이행시 차등 보상, ▲재난 시 사육동물을 위한 일반 행동 요령 수립, ▲재난 시 농장동물을 위한 세부지침 마련 및 상해 시 고통 경감을 위한 약물 허용 등 인도적 조치, ▲야생동물 및 길고양이에 대한 물과 먹이 공급 지원, ▲유기동물보호센터 대피소 사전 확보 및 안전 훈련 등 동물 생명 피해를 최소화 하고 실질적인 구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대응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산불, 홍수, 지진 등 재난 재해는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바, 동물 사육 가구를 대상으로 위기대응 교육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전 실시하여 주민들이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또한 효과적인 동물 구호활동을 목표로 사전에 전문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유사 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인간과 동물 모두의 안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가 필요하지만 여전히 인간 중심의 종차별적 매뉴얼과 인프라만 존재한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을 겪으며 재난 시 동물보호 방안 마련에 돌입하겠다 밝힌 정부는 늦은 만큼 좀 더 촘촘하게 ‘동물의 생명’을 헤아리고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라. 동물권행동 카라는 산불의 조속한 진화를 기원하며 정부의 노력에 최대한 협력하고 피해 지역의 동물 구호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2022년 3월 10일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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