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시민이 이뤄낸 정읍시의회의 소싸움 추경예산 전액삭감을 환영한다
작년 정읍시의회는 소싸움 도박장 건립에 반대하는 여론을 수렴하여 소싸움 시행 11개 지자체 가운데서는 최초로 2019년 소싸움 예산(3억 9천여만원)의 절반가량인 1억 7,560만원을 삭감한 진보적인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에 열린 정읍시의회 임시회에서 정읍시가 1차 추경예산안에 삭감된 소싸움 관련 예산을 다시 편성해 논란을 일으켰다.
부활한 소싸움 추경예산 1억 1,360억원의 내역을 보면 지난해 정례회에서 삭감된 ‘소싸움 대회 4강-8강-16강 탈락보상금’이 ‘출전수당’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올리는 꼼수를 부리기까지 했다. 이에 동물학대 소싸움 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는 3월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싸움 도박장 건립에 반대하고 소싸움이 폐지되길 바라는 시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한 정읍시를 규탄하고, 정읍시의회의 합리적 판단을 촉구했다.
18일부터 28일까지 정읍시의회가 열리고 있던 10일 간, 정읍시민행동을 비롯하여 동물권행동 카라 등은 정읍시청 앞에서 동물학대 소싸움 추경예산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를 염원하는 전국 시민들도 정읍시의회와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정읍시가 부활시킨 소싸움 추경예산의 통과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오늘(29일) 정읍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소싸움 추경예산 전액이 삭감되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물학대 소싸움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이룬 성과이다.
이번 정읍시의회의 결정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본 결정은 지역 전통문화라는 미명하에 소싸움을 지원하고 있는 전국 11개 지자체의 동물학대 관행을 끊을 수 있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싸움소 몸집을 키우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 육류를 먹이고, 무거운 타이어를 매일 끌게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시키며, 피를 흘릴 정도로 서로를 찌르고 공격하게 만드는 소싸움 자체는 이제는 폐지를 고려해야 하는 동물학대임이 분명하다.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에 따라 ‘도박・광고・오락・유흥을 위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소싸움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바, 폐지를 준비하고 논의해야 마땅하다. 소싸움을 시행하고 있는 몇몇 지자체도 자발적으로 소싸움의 동물학대 측면을 재고하고 변화를 생각해야 옳다.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이미 삭감된 예산을 슬그머니 부활시키려 한 정읍시는 통렬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국내 처음으로 소싸움 예산의 반을 삭감하고, 추경예산 꼼수부활에서도 최종 반려한 정읍시의회의 결정은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사행성을 조장하며 연명해온 소싸움을 근절함에 있어 초석을 마련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읍시의회의 소싸움 추경예산 전액 삭감을 다시 한 번 환영하며, 정읍시는 소싸움 중단 지자체로서의 행보를 이어가기를 바란다. 또한 소싸움을 지원하는 10개 지자체들 또한 동물을 이용한 폭력 행위에 반대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지 말고 소싸움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2019년 3월 29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