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동탄신도시의 5번째 ‘주렁주렁’ 입점을 철회하라!
5초 동안 구경하고 지나갈 관람객을 위해
동물들이 또 가둬져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동물복지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시점에서 대표적인 체험동물원인 ‘주렁주렁’이 또 개장하게 되었다. 지난 4일 동탄신도시에 위치한 대형 상업시설 내 입점 확정이 보도되었고, 경기 하남・일산, 경북 경주, 서울 영등포에 이어 5번째 지점이다. 지난 7월 28일 영등포 타임스퀘어점이 개장한 지 2개월 만이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주렁주렁’이 들어설 곳은 동탄호수공원의 대표적인 문화복합시설로 주변 소비자들은 약 2만여 명으로 추산되고, 수원, 용인, 오산, 평택 등 인근 지역까지 약 100만 배후수요로 기대하고 있단다.
주렁주렁은 인간의 일방적 동물체험을 장려하는 대표적인 체험동물원으로 동물복지 측면에서 오랫동안 문제적 시설로 지적 받아왔다. 주렁주렁 측은 이러한 지적을 인식한 듯 소위 ‘노 와일드(No Wild), 노 쇼(No Show), 노 포싱(No Forcing)’ 등 3가지 방침 하에 동물복지를 표방한다고 자의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체험시설에 전시되는 동물들은 야생동물을 번식시키는 업체를 통해 수입된다. 이런 업체들은 야생에서 동물을 불법으로 포획하거나, 포획한 동물들을 교배하여 어린 개체를 공급하며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포획・번식이 조장될 수밖에 없다.
또한 야생에 비할 수 없는 단조로운 공간과 사람이 주는 것이 무엇이든 받아먹을 수밖에 없는 인위적인 위험한 환경을 조성해 놓고 이를 ‘체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달과 악수하는 기회가 흔치 않다며 동물만지기를 권장하는 문구를 달아놓으면서 동물을 생명으로 인식하고 공존의 대상으로 느끼도록 한다는 모순적인 시설이 또 하나 세워진다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부끄러운 일이다.
동탄신도시의 주렁주렁 입점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동물을 생명이 아닌 이익창출을 위한 도구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휴일이면 어린이들을 이끌고 놀이터인 것 마냥 체험동물원을 찾곤 하는 부모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한편 주렁주렁의 확대를 받아준 화성시와 경기도의 행보도 못내 아쉽다. 동물체험을 근본적으로 제어하고 동물원이 쉽게 남발되지 않게 하려면 기준을 높인 동물원 허가제가 빨리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5초 동안 구경하고 지나갈 관람객을 위해 콘크리트 벽, 유리벽 안에 동물을 평생 가둬야 한다는 사실을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는가. 그리고 폐쇄 추세에 있는 오락 목적 체험동물원을 굳이 확대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체험하지 않아도 동물을 만나고 배우는 방법이 없지 않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가상현실(VR)을 통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직접 들어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살아있는 동물을 들여와 이익을 낼 생각 이전에 동물의 생명권을 먼저 그리고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이 마땅하다.
5번째 주렁주렁 입점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과 일부 시민들은 동물권행동 카라에 반대여론을 전하며 입점이 철회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우리사회는 동물을 만지고 먹이주는 체험 사업의 지속적인 확장이 동물의 생명경시를 부추기고, 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주고 있음을 인지해가고 있다. 주렁주렁 또한 이를 인지함으로써 시대적 요구를 진정성 있는 자세로 받아들여 동탄신도시 입점을 철회하고, 기 운영되고 있는 4개 지점들도 순차적으로 줄여가면서 살아있는 동물을 가두고 전시하는 근시대적 사업을 전면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9년 10월 10일
동물권행동 카라
※첨부자료_지난 7월에 개장한 주렁주렁 영등포타임스퀘어점 일부 동물 관리실태
1. 이물질을 물고 다니는 수달. 10분 넘게 방치되어 있었고, 관람객이 직원에게 일러주어야 비로소 조치가 이루어졌음
2. 허술한 전시실 상태. 빠져나가려는 라쿤을 직원이 맨손으로 잡고 있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