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의 야생멧돼지 무차별 사살 계획, 과학적 근거와 동물복지 원칙을 기반으로 이행하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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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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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야생멧돼지 무차별 사살 계획,

과학적 근거와 동물복지 원칙을 기반으로 이행하라!

 

 

지난 917, 파주시에 위치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최초 검출되었지만 여전히 감염경로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1011~12일 이틀 연달아 야생멧돼지 1마리와 사체 3마리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이보다 일주일 앞서 지난 3일 연천군 DMZ 지역에서 폐사한 멧돼지로부터 ASF가 최초 확인되었지만 방역당국은 이제야 대응을 서두르며 이른바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13일 배포된 환경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야생멧돼지 ASF 발생에 따라 방역 강화에 방점을 두고 경기강원의 4개 중점 관리지역을 지정하여 ASF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는 멧돼지를 모조리 죽여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4개의 지역은 야생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위험지역, 발생완충지역, 경계지역, 차단지역으로 구분하고, 각 지역에 따라 철책, 포획틀 및 포획트랩, 총기이용 등 구체적인 방안을 담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야생멧돼지의 ASF 감염이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야생멧돼지의 서식지 파괴로 인한 민가 및 도심에서의 출몰과 농작물 피해와 같은 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 방역 대책이 야생멧돼지 문제를 더욱 확산케 하지 않는지 전방위적으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긴급 방역의 상황이라 하더라도 야생멧돼지 본연의 습성을 고려한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검토하고 동물복지 원칙을 필히 준수해야 하며 이는 성공적인 방역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당국이 제시한 <야생멧돼지 긴급 방역대책 추진방안>에 대해서 다음 사항을 요청한다.

 

하나. 야생멧돼지의 총기 사살은 멧돼지의 장거리 이동을 촉발할 수 있고, 총기로 인한 출혈과 감염 확산의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최소화할 것

 

정부는 현재 민간에 보상금까지 내걸고 대규모 야생멧돼지 총기사살을 허용했다. 전염병 전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생의 살아있는 멧돼지를 모두 죽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 현실적인지도 의문이고 외려 이 방식과 과정이 방역에 해로울까 우려된다. 엽사 및 일반 사람들의 이동으로 인한 감염 확산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데다 오인사격으로 인한 피해, 출혈로 인한 감염의 확산, 그리고 총탄 소리로 인해 야생멧돼지가 더 멀리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보라.

 

이러한 위험보다는 오히려 철책을 완벽하게 함으로써 농가나 민가로의 멧돼지 접촉과 이동만을 제한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합리적이다. 다시 말해 철책 내 엽사나 일반인들의 이동과 접근을 제한하고 과학자들의 철책 내 예찰과 사체 수거 검사, 철책 내 포획틀 설치를 통한 포획이 무차별 사살보다 훨씬 합리적인 방역이다.

 

지능이 높고 힘이 좋은 야생멧돼지는 순간 도약 높이가 2.5m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철책의 높이는 최소 3m 이상이 되어야 하며, 멧돼지는 땅을 잘 파는 동물이기에 지면에서 최소 1m 아래까지 철책을 설치하지 않으면 철책을 통한 이동제한의 의미가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야생멧돼지 총기 사냥은 일반적으로 수 마리의 사냥개를 이용한 몰이빵 사냥’ -개들이 야생멧돼지를 물어 출혈로 힘을 잃게 한 후 엽사가 총을 쏘는 방식-인 바, 이런 방식은 전염병을 대규모로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총기 사냥은 일부 허용하더라도 사냥개 이용은 절대 금지해야 한다.

 

하나. 야생멧돼지 포획 방법 및 포획 이후 살처분에 대한 인도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것

 

포획틀을 이용한 포획과 철책의 설치를 통한 이동제한에 집중하되, 정부는 포획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포획트랩의 경우 트랩에서 벗어나려고 사투하는 과정에서 멧돼지의 심각한 출혈이 야기되고, 이는 인근에 서식하는 다른 야생동물을 접근하게 만들어 질병의 전파를 가속화할 수 있다.

 

포획된 야생멧돼지에 대한 인도적 살처분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이번 ASF 바이러스 확진이 나오면서 방역의 긴급성을 앞세워 농장의 돼지들을 의식의 소실없이 생매장 하는 현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이드라인이 있어도 SOP를 준수하지 않고 있는 심각한 상황인 만큼 야생멧돼지 포획 이후 동물복지를 고려한 당국의 인도적 계획이 무엇인지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당국은 현재 농장돼지, 반려돼지, 야생돼지 등을 가리지 않고 모조리 죽이는 살처분 일변도 정책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급할수록 그리고 위기일수록 보다 차분하고 치밀하며 정확한 진짜 방역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모든 것은 ASF 바이러스로부터 고기 산업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합리적 근거 없이 무차별 살처분이 난무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방역의 허점이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살처분 확대로 일관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방역상 허점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역 대책을 신중하게 수립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억하라. ‘방역자체가 만능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사회에 만연한 육식주의를 견고하게 지탱하고 있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의 재편은 이번 ASF 사태를 기화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죽고, 또 죽어가는 돼지들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돼지고기를 꼭 먹어야 겠는가. 농장당 평균 2,000 ~ 3,000여 마리 대규모 공장식 축산 방식을 지속가능한 동물복지 축산으로 대폭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당연한듯 간주되는 육식주의의 타파 없이는 묘연한 일이며 동물권행동 카라는 대한민국 육류 소비량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감축하기 위한 축산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정책적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91014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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