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구조] 벽과 벽사이 컴컴한 어둠속에 갇혀있는 아기고양이 구조이야기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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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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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76
안양의 어느 수퍼마켓에서 2주가 다 되도록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산더미 같은 물건 넘어 소리는 들리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제는 많이 지쳤는지 울음소리가 처음보다는 작아졌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가끔 온 힘을 다해 우는 아가 냥이 울음소리는 
손님들의 귓가를  맴돌게해 집에 가서도 들리는 것 같아 잠을 이루지 못하게 했습니다.
 
 
어디일까요, 도대체 어디서 혼자 두려움에 떨며 울고 있을까요. ㅠㅠ
애가 타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있을만한 곳을 찾아봅니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건물 뒤편으로 가보았습니다.
분명 건물 뒤에서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선명하게 들렸고 우리는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건물 뒤편의 상황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어른 한 명 제대로 다니기 힘든 곳이었습니다.
 
 
건물 뒤편 제대로 서 있기도 불편한 좁은 통로 사이에 조그마한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이 작은 창문 넘어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고, 
활동가들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좁은 공간을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데..
조카를 데려와야 하나...--;;
 
아마도 어미, 형제들과 이곳을 지나가다 창문 틈으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어미는 구해달라는 자식의 울음소리에 이곳을 떠날 수가 없어 남은 새끼들과 이곳을 항상 배회하는 상황이고
새끼들도 사람 손에 잡히는 정도로 그대로 데려가 입양을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태어난지 3주차 정도로 엄마 젖을 더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 엄마 품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건물 안에서 울고 있는 새끼냥이도 
이렇게 어릴 텐데요...저체온이 오래 진행되지 않게 구조가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좁은 구멍으로 몸을 구겨 넣어 보지만 들어갈 수는 없었습니다.
활동가들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 플래시를 터트리며 안으로 손을 뻗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창문 바로 앞으로 벽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문과 벽 사이로 6~7cm 정도의 공간이 보였습니다.
설마 이곳에 고양이들이 빠졌을까요..??
1달 미만의 작은 고양이라면 가능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급한 대로 오랜 시간 못먹었을 고양이를 위해 물에 불린 사료를 넣어 주고 철수하기로 했습니다.
 
수퍼마켓 사장님의 양해를 구하고 영업에 방해되지 않는 시간에 시공업체를 불러 
약속을 잡고 다음날 자정, 본격적인 구조에 들어갔습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제일 많이 울렸던 곳에서부터 작업은 시작되었고,
작업하는 중에도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들렸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우리가 얼른 꺼내줄께..ㅠㅠ
 

 

벽 사이가 가까워 톱날이 날아갈 수 있어요~~
아저씨께 당부드리며 문이 뚫리기만을 
기다리는데......
 

 

벽 안의 광경은 처참 그 자체였습니다.
작년 겨울에도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었다는데 운명을 달리한 한 녀석은 자욱만 남았고
죽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3개월 정도 된 새끼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어쩌다 이곳으로 들어오게 됐을까요....
경로를 살피려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는데요.
 
 
헛.....이아인 또 어디서 온 거죠...!!
5개월 정도로 추정되는 청소년 냥이가 뼈만 앙상한 체 
우릴 쳐다보았습니다. 넌 도대체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왔니~~ㅠㅠ
한 마리만 벽 사이에 갇혔던 게 아니었나 봅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요.
저렇게 살이 빠질 정도로 있었다면 20일은 넘게 갇혀 있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빛 한점 없는 깜깜한 공간에서 아무리 울어도, 아무리 점프를 해도 나갈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곳에서
청소년 냥이는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요.
 
작년 겨울 이 벽에서 울고있었던 냥이를 구조했더라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을 텐데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힘없는 청소년 냥이를 우린 그리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청소년 냥이 구조 후 새끼 냥이가 울어주기만을 기다리며 어디를 뚫어야 할지 물색하던 중
새끼 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렸고 벽을 뚫어 안을 보니 아주 작은 새끼냥이 사체가
한 구 더 있었습니다. 새끼 냥이의 사체 또한 수습해 주고 싶었지만 너무 깊이 있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도대체 새끼 냥이는 어디 있는 걸까요...??
옆벽을 뚫어야 하나 고민 하던 중 다시 울음소리가 들렸고......
소리를 향해 플래시를 켜고 벽을 살피는데
좀 전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새끼 냥이가 엎어져 머리는 쳐박힌 체 울 때마다
가슴에 힘이 가해져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머리를 들 힘조차 없이 그렇게 바닥에서 울고 있었던 걸까요..눈물이 났습니다.ㅠㅠ
손이 닿기엔 먼 거리에 있어 긴 막대에 고리를 연결해 냥이를 꺼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새끼 고양이는 있는 힘을 쥐어 짜 몸을 돌려 뚫린 벽의 빛을 향해 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감동적이고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는지.
그래~이제 너는 살았어~고생 많았다... 아가야~ㅠㅠ

 
아가냥이는 바닥에서 잘 걷지도 못했고 급한데로 캔을 줬더니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3주차 정도의 사이즈로 아직 시력이 다 돌아 오지도 않은 엄마 젖을 더 먹어야 하는 아가였지만..
저체온 증상과 탈수 그리고 건강 체크를 위해 병원으로 이송이 시급한 상황이였습니다.
 
 
 오랜 기간 먹지못해 밖에 있던 형제들보다 작고 많이 말랐습니다.
 
 
벽 사이에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해 많이 야위었던 두 아이는 병원으로 이동해
건강 체크를 받았고 청소년 냥이는 탈수 외에는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새끼 냥이는 저체온 증상으로 바로 처치에 들어갔고, 그밖에 약간의 탈수는 있었지만 
두 녀석 다 큰 부상은 없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누구 일까요~~??ㅋ 벽도령 인사 올립니다~^^
 

너부대대 늠름한 청소년 냥이 입니다~
 
 
운명을 달리 할 뻔 했던 냥이들이 극적으로 구조되어 행복한 삶을 살게 됐습니다. 
구조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최초 제보해주신 분과 119 구조대원 및 수퍼마켓 사장님, 직접 벽을 뚫는 공사를 해주신 기사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수고해주신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양이들이 빠졌던 천장은 구조 후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봉쇄했습니다.^^
 
 
지하 창고, 배수관, 천장 등 몇일동안 갇혀 고양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제보가 많이 있습니다.
 
동물단체이기때문에 이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이 소중한 생명을 직접 구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에 갇혀 울고있는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으셨다면, 그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건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비슷한 상황에서 구조가 필요할 경우 아래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1. 고양이 울음소리가 이틀 이상 같은 장소에서 들린다면
꼭 그 장소에 나가서 찾아보셔야 합니다. 
배수구 또는 벽 사이에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로 갇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2. 건물주 혹은 관리인을 설득해주세요. 
고양이를 구조하지 않을 경우, 사체가 부패해 악취가 발생하고 벌레들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한 민원이 발생되지 않도록 구조에 협조 요청을 해주세요.
배수관, 혹은 벽을 뚫고 구조한 후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을 꼭 잊지마세요.
 
3. 근처 설비 시공업체, 배수관 공사 업체에 연락해주세요.
검색으로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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