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량권 남용하여 무분별한 생명 살처분을 강요한 익산시와
이를 묵인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근거 없이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대량 살처분 남발은 언제까지 우리를 괴롭힐 것인가. 잘못된 살처분 명령으로부터 살아남아 여전히 건강한 5천 마리 닭들 앞에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오늘 사법부는 무고한 생명에 대한 국가의 폭력 앞에 무릎 꿇었으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을 두 번 죽였다. 역학조사 자료 한 장 없이 발병 반경 3km 선긋기로 그 어떤 요인도 고려하지 않고 탁상행정식으로 이뤄지는 생명 살처분, 그리고 과학적 판단이 아니었음을 알고도 이것이 지자체의 재량권 남용이 아니라며 묵인하고 있는 사법부는 바닥부터 각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비통한 마음으로 방역의 탈을 쓰고 반성은커녕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이 방향을 잃은 채 모로 가고 있는 생명학살 대한민국을 고발한다.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전국에 140여 곳 밖에 존재하지 않고 지역에서도 유일한 산란계 동물복지인증농장으로, 익산시의 살처분 명령 전후 및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 도과 후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받았으며 닭들 또한 어떠한 조류독감 징후도 보인 바 없다. 그러나 익산시는 발병 반경 3km 이내에 농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2017년 3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5천 마리 닭들에 대해 무조건적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에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익산시에 대해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을 가리고자 살처분 명령취소 소송을 제기하였고, 참사랑농장은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닭들을 지키며 여기까지 왔다.
해당 조류독감이 종식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익산시는 지금 이 순간까지 살처분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있으며 사법부조차 이를 외면했다. 잘못된 살처분 명령을 제발 취소해 달라는 원고의 소를 기각한 이번 결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고자 기대했던 국민들에 대한 기만이자 익산시의 직권 남용에 대한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다.
살처분 명령을 내리거나 취소하는 부분에 있어서 익산시는 ‘익산시에 권한은 있으되 익산시 스스로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책임을 회피하기 급급했으며 법정에서도 기계적 살처분 명령을 마치 당연한 것처럼 간주했다. 하지만 익산시는 참사랑농장이 단지 발병농가 반경 3km안 보호구역이라는 사실 말고는 살처분을 결정하게 된 역학조사 근거 하나 내놓지 못하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익산시 축산과 담당자들 역시 익산시가 내린 살처분 명령에 대해 역학조사 등은 자체적으로 진행한 적이 없으며, 자신은 행정적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는 답변만 반복하였다. 즉, 어떠한 과학적 조사 및 근거도 없이 탁상행정 살처분 명령을 반복해 오고 있음을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익산시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는 익산시에 재량권 남용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탁상행정 살처분을 묵인하고 말았다. 법은 살처분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며 지형적 여건, 역학적 특성, 가금산업의 밀집도, 해당 농장의 특성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했지만 익산시는 이미 스스로 종합적인 판단의 주체임을 부인하는 상태였으며 역설적으로 그만큼 3km라는 기준 하나만 믿고 기계적 살처분을 남발해 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사법부가 익산시의 손을 들어준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며 이번 선고는 익산시의 생명경시 탁상행정과 함께 두고두고 부끄럽게 기억될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얼마나 더 근거 없는 대량 살처분을 지켜봐야만 하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과 같은 양심적 농가는 얼마나 더 많은 피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과학적 판단의 근거 없이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소위 '예방적' 살처분은 방역이라기보다 무분별한 대량 동물학살에 가깝다. 그리고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이 같은 무차별 학살에 항거하다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이러면서 국가가 방역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할 수 있으며, 공장식 관행 축산의 전환이라는 근본적 대안을 논할 자격이나 있는 것인가.
위중한 살처분 결정에 있어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단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동물희생만 가중하는 허술한 방역 시스템과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우리 사회는 계속하여 기계적으로 생명들을 죽이고만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 어려움에 처한 양심적 농가를 보호하기는커녕 농가를 죽이고 있는 익산시와 이를 묵인한 사법부여,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가.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생명경시 대량 살처분의 오명과 악순환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
2019년 12월 11일
동물권행동 카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동물보호단체 행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