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예고 없는 재난 속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국가 대응체계 마련되어야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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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4-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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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41

 <논 평>

 

예고 없는 재난 속에서 동물과 함께 살아남기 위한

국가 대응체계 마련되어야

 

지난 4일 강원도 고성군 야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1명의 사망자와 829명의 이재민을 낳으며 산림 530ha, 주택 478, 창고 195, 비닐하우스 21동 등 재산 피해를 발생시켰다. 초기 진압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풍으로 인해 불길이 확산되어 안타까운 소실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동물들을 위한 안전조치는 전무했으며 축사에 갇혀 있었던 농장동물, 보호자와 함께 대피하지 못한 반려동물, 그리고 야산에 서식하던 야생동물의 피해 규모는 최소 4만여 마리 이상이 될 것이며,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 1,400만 시대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 속에 동물은 여전히 배제되어 있다. 재난민들은 안내견 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소에 입소조차 할 수 없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을 잃어버리고, 죽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사람들은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준 채 떠나거나 그대로 목줄을 맨 채 반려견을 마당에 놔두고 대피했다. 반려동물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일부 주민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야외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 등 재난대피 안전에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농장동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가축 41520마리가 희생되었고, 이 중 닭, 오리와 같은 가금류가 4280수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좁은 케이지에 감금하고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이 태반인 상황에서 새들은 날개 한번 펼칠 수 없었던 케이지나 축사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고스란히 타죽었다. 이러한 희생은 예견될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재난 발생에 대한 동물 생명 피해 감소를 위한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러한 비극은 재난시마다 반복될 것이다.

 

이번 산불에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건 자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이다. 특히 재빠른 이동이 불가능한 소동물의 경우 그 피해가 심각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동물권행동 카라가 피해지역인 강원도 속초시 및 고성군과 강원도 야생동물구조센터 및 야생동물구조협회 고성지부 등에 확인한 결과 현재 접수된 피해 야생동물의 수는 많지 않다. 하지만, 매연을 들이마시거나 불에 그을려 부상을 당한 채로 급히 숨은 개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발견되어 치료되지 않는 이상 이들은 장기간 고통 받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산불 재해로 야생동물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게 됐다. 재해로 파괴된 자연은 10년이 지나면 옛 모습을 찾아가겠지만, 완전히 복원되어 야생동물이 서식하기까지는 30년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산불로 인한 피해재적은 매년 증감을 보이다가 20167에서 2017224으로 3100% 증가했다. 이렇게 급증한 피해재적은 서식하는 야생동물들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결국 종 다양성을 파괴하기에 이른다.

 

매번 일어나는 대형재난 때마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그리고 야생동물들 모두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여전히 인간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다. 국가 차원의 동물을 위한 위기대응 안내는 국민재난포털에 고작 애완동물 대처방법을 기술한 게 전부다. 그러나 이 역시 동물이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는 조건 하에서 필요한 물품 준비나 사전에 반려동물이 대피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 확인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하원은 ‘PETS Acts’(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각 주에 재난에 대해 동물을 포함하는 비상대비 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미국본토국방부(DHS) 및 미 연방비상재난처(FEMA)는 법적 근거에 따라 각 주가 비상대응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지를 관리감독하고, 이 계획에는 재난 시 동물 구조 및 대피소 설치, 대피 교육 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형 산불뿐만 아니라 홍수, 지진 등 재난은 언제든 우리에게 닥칠 수 있다. 2017년 포항 대지진 때에도 대피소에 반려동물이 함께 들어갈 수 없는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어서 재난 시 동물보호에 대한 법적 틀을 마련하고, 재난을 당하더라도 동물의 생명 피해를 최소화 하며 함께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응체계를 조속히 꾸리는 한편 평상시 동물을 위한 안전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반려동물, 농장동물, 야생동물 등 분류에 따른 피난 장소와 방법 및 피해 시 대응방법을 사전에 매뉴얼화하고, 이를 각 지자체가 주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한다. 이번 대형 산불로 강원대 야생동물구조센터, 동물위생시험소 등이 화상 입은 동물들을 치료하고 있으나, 이를 알고 있는 주민이 많지 않아 혼란을 야기한 바 있었다.

 

대피장소에 반려동물이 들어갈 수 없다면 함께 입소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고, 농장동물인 경우 안전한 농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공간의 사전 확보 및 운송수단 지원 계획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재난에 대비한 위기상황 시뮬레이션 이행도 필요하다. 반려동물 가구 전반을 대상으로 위기대응 교육 및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참여토록 하는 것이 정보를 안내받는 것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과 동물 모두의 생명을 소홀히 하지 않는 우리사회가 되기에 가야할 길이 멀지만, 희망이 없지 않다. 이번 고성 산불로 피해 입은 동물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늘었으며 봉사와 후원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글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동물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물을 위한 재난대응 매뉴얼을 조속히 마련하고, 주민들은 동물들을 재난에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함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돌봄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임 있게 행동해 주길 바란다. 동물권행동 카라 또한 이러한 노력에 최대한 지원하고 협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948

동물권행동 카라 


댓글 2

서유정 2019-04-10 05:13

좋은 내용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미희 2019-04-09 20:37

화재로 버려진 반려동물들 구호를 위해 카라에서 봉사를 하지는 않나요? 봉사지원을 하고 싶어서 사이트에 들어왔는데...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