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소실 막을 수 있는 소방안전 대책 필요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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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0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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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명 피해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소실 막을 수 있는 소방안전 대책 필요해

 

최근 동물들이 피해를 입은 안타까운 화재 소식이 안팎으로 들려오고 있다. 장장 5개월간 이어지는 호주의 초대형 산불은 수억 마리 동물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도 지난해 1221일 천안의 한 대학의 실험동물센터에서 화재가 나 약 2500마리의 실험을 위해 사육되던 토끼가 소사되었고, 지난 14일 전주동물원 내 수족관 화재로 12종의 63마리 전시어류들이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지난해 9월 이래 현재까지 미디어에 보도된 돼지농장 화재건수만 30건이 넘으며 25천 마리 이상의 돼지들이 축사 안에 감금된 채 타죽었다.

 

전시동물, 실험동물 그리고 농장동물들처럼 밀집감금되는 환경에서 불길이 벌어진다면 그 안의 동물들은 대피할 수 없기 때문에 그대로 피해를 입는다. 그렇기 때문에 화재를 진압할 소방시설은 화재 속에서 동물의 생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동물이 거주하는 시설에 생명을 위한 화재 안전조치가 있기는 하며 그것은 동물에게유의미한 안전조치일까.

 

관련법은 소화설비를 건축물의 층수나 면적 혹은 수용인구에 따라 규정한다. 소방설비의 설치가 화재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화재시 적절한 대처를 통해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므로 엄격한 화재예방 설비 규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전제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 , 화재예방 및 대처에 대한 시설 법령 대부분은 동물의 상황에 적용하기에 구체적이지 않으며 미흡하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은 소방시설을 설치하여야 하는 소방대상물을 특정소방대상물이라고 지칭하는데 이 가운데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가축시설, 동물검역소, 실험동물 사육시설 등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 문화 및 집회시설 중 극히 일부(동물원, 식물원, 수족관,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것)가 동물의 거주시설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매우 단순한데다 형식적인 구분만 두었을 뿐 동물 거주공간에 실제 소방시설 설치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소방시설인 스프링클러 설치나 소화전 설비만 하더라도 동물원이나 축사는 오히려 예외가 되고 있다. 화재설비 자체가 인명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동물들은 열외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은 감금되거나 전시되어 있는 동물을 위하여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소방시설 설치 측면에서 볼 때 동물 관련 시설은 사실상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되어 있는 의미가 전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경보설비에 속하는 자동화재탐지설비 설치 기준 또한 동물 관련 시설의 경우 2000이상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정신의료기관 또는 의료재활시설과 같이 탈출을 막기 위한 창살이 설치된 시설 또는 바닥 연면적 300이상인 경우 자동화재탐지설비를 설치하도록 하는 것과 대조된다. 두 경우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나 두 상황에서 화재 발생 시 환자와 마찬가지로 동물도 통제된 상황에 놓여있으므로 적극적 대처가 어렵다. 동물은 화재 대처에 취약한 생명임에도 동물의 거주시설에 대해서는 적절한 소방시설 설치 의무도 없고 경보설비 설치 기준도 상대적으로 많이 약하여 동물의 생명은 대피가 필요한 생명이라기보다 재화정도로 여겨지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축사의 경우 불연 재료가 아니거나 내화구조가 아닌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 무창 축사라 하더라도 축사이기에 소방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양면이 열린 축사로 공기가 통하는 지붕과 기둥만 있는 경우에는 경보설비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공장식으로 좁은 공간에 다두 사육하는 축사가 많아 겨울철에 부주의와 누전 등으로 일어나는 화재에서 많은 수의 농장동물이 끊임없이 사망하고 있는데도 축사 화재설비에 대한 적시와 대처가 없는 것은 큰 문제로 보인다. 빈번히 일어나는 농장동물의 소방안전을 위한 축사 내 필수 소방시설 설비기준 및 농장동물 생명소실 최소화 지침을 필히 마련해야 한다.

 

한편 화재 대응에 대한 실효성을 높이려면 동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동물 거주공간별 대처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지난 14일에 발생한 수족관 화재 사건 관계자는 분진 때문에 산소 공급이 어려워져 동물들이 폐사되었다고 전했다. 수족관이라는 공간과 사육되는 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화재 상황을 대비할 소화설비가 설치되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를 예방할 만큼의 규정이나 화재 대처 지침은 심히 미흡한 현실이다. 이제라도 동물 기준의 소방안전 및 재난 기준들을 고안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물 거주공간에 대한 현황파악이 우선이다. 2018년에 발간된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특정소방대상물 중 동물 및 식물 관련 시설은 101,594개로 근린생활시설, 공장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소방대상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동물의 거주시설은 현황 파악조차도 세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분화되지 않은 시설현황은 동물들이 어떠한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거주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가축시설과 실험동물 사육시설, 동물 검역소 등은 각기 다른 종의 동물들과 다른 방식의 사육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도 그저 동물 관련 시설로 뭉뚱그려져 있을 뿐이다. 소방의 소명이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면 동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적절한 지침을 두고 최소한 거주환경을 반영한 대책을 세워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동물 거주공간의 특성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동물에 대한 화재 안전 체계는 매우 미흡하기에 동물의 거주 공간 및 동물 특성에 따른 화재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화재나 재난에서 동물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이 필요하다. 특정 공간이나 시설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대부분 인재(人災). 인간이 동물들의 사육환경과 거주환경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재가 일어난다면 동물은 속수무책으로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예민하게 바라보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동물이 화재와 재난에 취약한 생명체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소방시설 규제 등의 대책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우리사회의 소방체계가 동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길 바라며, 공존의 사회안전망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자.

 


1. 동물 거주공간별 현황을 세밀히 파악하여특정소방대상물에서의 동물 거주시설별 세분화된 조사 및 설비 기준 매뉴얼이 필요하다.

 

○ 현재 동물원이라고 하더라도 흔히 이해되는 야외 노천 시설로서 동물원만 있지 않다특히나 근래에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주렁주렁과 같이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 실내체험동물원의 경우 분명 동물원과 다른 소방시설의 규정이 필요하다그리고 이외에도 다양한 규모와 형태로 이루어진 동물카페와 같은 동물원으로 신고 되지 않은 소동물을 실내공간에 다두사육하며 전시하는 업소의 현황 파악이 절실하다달라지고 있는 동물 거주 시설의 현황과 시설 이용 인구 등에 근거한 소방시설의 필요성을 조사해야할 것 이다.

 

○ 동물 거주시설의 현황과 소방시설 필요성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설비 기준 매뉴얼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미국 방화 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는 NFPA 150 : 동물 거주 시설들에서의 소방안전 코드(Fire and Life Safety in Animal Housing Facilities Code)를 발행하면서 동물들의 거주 상황에 따른 다양한 소방 시설 기준들을 제시하고 있다동물병원동물 전시 공간가축사육 공간실험동물 사육시설 등 다양하게 공간에 따른 소방안전 기준을 제안하며 고려할 지점들을 제시한다이와 유사하게 한국에서도 세분화된 현황 조사를 기반으로 한국적 상황에 맞는 동물 거주 공간 및 시설별 소방안전 설비 기준 매뉴얼을 만들어야한다.

 

2. 법적으로도 동물 생명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소방안전 관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 「동물보호법」 에 동물 특성 및 거주 시설에 따른 화재 및 재난 안전 대책을 포괄적으로 강구할 것을 명시하여 국가나 정부 부처의 책임을 법제화 하거나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및 동물원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등 각기 다른 거주 공간의 동물에 대한 재난관리 조항에 화재 등 재난에서 동물의 안전 관리 규정을 구체화해야 한다화재예방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에서도 동물 거주 공간에 대한 특정소방대상물에 기준을 세분화하고 그에 따른 동물의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소방시설 설치 방안을 담아 개정해야한다.

 

 

20200203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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