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물보호법이 아니라 '맹견처벌법'?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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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2-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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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동물보호법이 한차례 개정된 것에 이어 다시 강화될 전망이다. 12월 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는 법안심사소위가 상정한 12건의 대안을 심의, 대안법을 마련하여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는 23건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논의, 12건 대안반영, 2건 계류, 9건 폐기한 바 있다.


농해수위의 대안법에는 △19세 미만 미성년자의 동물 해부실습 금지 조항 신설 △실험동물 입양 근거 마련 △기본적인 사육관리 의무 위반으로 동물에게 상해나 질병을 유발한 경우 동물학대로 처벌 등의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대표: 임순례, 이하: 카라)는 이같은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의 많은 부분이 법률상 '맹견' 정의를 신설, '맹견' 출입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등 동물보호보다는 개물림 사고 공포에 입각한 소위 '맹견' 규제에 초점을 뒀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맹견' 관리 미준수로 인한 인명사고에 대한 처벌이 기존 동물보호법 최고 형량을 경신할 정도로 대폭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단순한 기우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선 대안법의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의 금지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사체를 포함하여 동물 해부실습을 해서는 안되고 이를 어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 또는 동물실험시행기관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함으로써 사실상 해부실습 금지는 사설학원에만 해당, 학교에서 시행되는 해부실습은 금지를 피해갔다.


정신적 충격울 남기고 생명존중에 반하는 불필요한 미성년자 해부실습 금지 조항 신설은 반갑지만 해부실습 대다수가 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개정은 결과적으로 너무 소극적이었다. 카라는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금지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지난 3월 홍의락 의원이 학교까지 포함하는 해부실습 금지 법안을 대표발의한 뒤에도 국회에 해부실습 금지법 통과 촉구 서명 3천여 건을 제출하고 소관위에 중학생들의 손편지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기에 학교 해부실습이 금지되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쉽다.


한편 동물실험의 원칙 조항에서 실험동물에 대한 입양 근거가 마련된 것은 진작 진행되었어야 하는 일로서 실험이 끝난 후 검사 결과 정상적으로 회복된 동물에 대해서는 입양이 가능하게 됐다. 동물보호법 제 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제 2항에 해서는 안되는 학대행위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본적인 사육 관리의 의무를 위반하여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시키는 행위'가 들어가게 된 것도 ‘호딩’ 문제가 심각했던 가운데 긍정적 변화로 보인다.


대안법에 반영된 12건 가운데 무려 절반이 '맹견' 규제에 대한 내용이었다는 건 이번 개정에 최근 있었던 개물림 사고와 그에 대한 공포의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보호자의 관리부실 문제가 개에 대한 공격성 문제로 비화되며 '맹견' 규제에만 무게가 실린 것은 유감이다. 보호자 책임은 강화되는 게 맞지만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는 가장 기본적인 펫티켓 준수로 예방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며 성숙한 반려문화의 정착이 먼저다. 


기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별표에 소수 품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던 '맹견' 은 아예 동물보호법 제 2조에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개'로서 정의되었다. 소위 '맹견'의 구분이 모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모든 개가 잠재적 '맹견'이 된 것은 재고해 봐야할 일이다.


신설된 제13조의2 맹견의 관리 조항에서 소유자는 월령 3개월 이상의 '맹견' 동반 외출시에는 목줄과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반드시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소유자 책임이 대폭 강화됐다. 이같은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고 사람을 사망케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사람을 다치게 한 자 혹은 '맹견'을 유기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인명사고가 없어도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은 '맹견'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으며 이밖에도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도의 조례로 정하는 장소에는 '맹견'이 출입할 수 없다.   


홍의락 의원, 기동민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의 반영으로 실험동물 및 동물학대 금지 방면에서 일부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이번 법 개정은 미성년자 동물 해부실습 완전 금지, 학대자 소유권 제한 등은 이뤄지지 않고 공포심에 입각한 '맹견' 규제에 대한 부분이 매우 커 아쉽다. 기존 동물보호법의 최고 형량이 2년 이하의 징역,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동물보호법이 흡사 '맹견처벌법'으로 변모한 느낌마저 든다. 소위 ‘맹견’ 규제 부분은 향후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맞도록 되짚어봐야 하며 위임 내용들에 대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12월 2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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