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목줄에 조여 죽어가던 개, 피칸이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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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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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

※ 주의, 잔인한 사진이 있습니다.



피칸이의 목이 조여야만 했던 이유


목줄은 피칸이가 성견이 아닌 강아지였던 시절에 채워졌습니다. 그 후에 짧은 줄에 매인 채 살다 목줄을 끊고 도망가 동네를 떠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후 피칸이가 사람 손에 잡히지 않은 것은 다행이면서 동시에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마을은 으레 개를 키워 잡아먹는 일이 종종 있는 곳이었으니, 피칸이가 사람 손에 붙잡혔다면 목숨이 어떻게 될지 몰랐을 것입니다. 


한 가지 불행은 사람 손을 피해 목숨을 부지한 대신에 피칸이는 작은 목줄에 목을 점점 죄여야 했다는 것입니다. 목줄에 죈 목에서 흘러내린 피고름은 피칸이의 가슴털을 흠뻑 적셨습니다.




최초의 제보사진.



조금씩 목이 조여 죽어가던 피칸이를 처음 목격한 것은 동네를 지나가던 시민이었습니다. 피칸이는 제보자를 보고 놀라서는 폐허같은 외양간으로 도망갔다고 했습니다. 제보자가 쫓아간 곳에는 어마어마한 소똥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 키만큼 쌓인 소똥 위에 개들이 있었습니다. 네 마리 개들은 저마다 짧은 줄에 매여 물 한 모금, 사료 한 톨 없는 빈 그릇을 앞에 두고 있었습니다. 개들은 몸 숨길 곳 하나 없이 겁에 질려 제보자를 향해 짖을 뿐이었습니다. 소똥 냄새가 코를 찔러 잠시도 있을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소똥 위 개들 구조 게시글 >  https://www.ekara.org/activity/mate/read/11163)


피칸이도 이 개들과 함께 살다 도망을 쳤다고 합니다. 피칸이와 소똥 위 개들을 기르는 이는 외양간 주인부부였습니다. 제보자가 개에 대해 묻지 주인부부는 개들을 식용으로 키우는 거라 말했다고 합니다.


“그 애미는 약을 해서 우리 엄마 해드렸지. 저 개들 언니도 해주고 오빠도 해주고 했어. 개가 더 많았는데 지금은 없는 거야, 저것들도 이제 없앨려구.”



널빤지 아래가 세상의 가장 안전한 자리였다


피칸이가 언제 쇼크로 사망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급히 구조를 결정하고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피칸이는 이 곳에서 묶여 지냈던 기억 때문인지 평소에는 동네를 떠돌다가도 저녁이 되면 외양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고 했습니다.


구조 당일에는 눈이 펄펄 내렸습니다. 피칸이는 저녁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이 추운 날, 목도 아픈데 어디 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외양간을 모두 점검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아마 우사(牛舍) 안에 있을 것 같아. 이런 날엔 안전한 데 있으려고 할 거야. 어쩌면 빈 밭 어디가 아니라 창고에 숨어 살다가 밥 먹을 때 밖에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제보자와 외양간 주인 아주머니는 피칸이가 ‘떠돌아다니다가 밥 때가 되면 나타난다’고 했지만, 피칸이의 생활패턴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외양간 창고 탐색이 결정됐습니다.


피칸이가 있을지도 모르는 외양간 창고의 입구 세 개 중 두 개는 문을 여닫을 수 있었습니다. 닫을 수 없는 입구에 활동가들이 바리케이트를 쳤습니다. 창고를 샅샅이 훑으며 탐색을 진행하자 어디선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창고 가장 구석진 곳이었습니다. 널빤지 밑에서 피칸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피칸이는 으렁거리면서도 사람을 공격하진 못하고 창고 가운데로 튀어나갔습니다. 사정거리에 들어온 이상 포획은 순식간이었습니다. 피칸이는 곧바로 이동장 안에 실렸습니다.








피칸이, 구조 그 이후


병원에서 확인한 피칸이의 목 상태는 너무나 심각했습니다. 너무 작은 목줄은 피칸이의 목을 파고들고 있었는데, 끔찍하게도 목줄 위로 살이 자라 붙고 있었습니다. 반대쪽을 보니 살을 파고들어간 버클이 살점을 뚫고 올라온 모양새였습니다. 목줄 위로 자란 살점 아래로 피와 고름과 염증, 목줄이 엉켜 붙어 있었습니다. 목덜미 쪽만 살이 짓이겨진 상태로 그나마 상태가 나았습니다. 피칸이는 목 둘레를 골고루 절개한 뒤 봉합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한 시간여가 넘게 걸린 긴 수술이었습니다.







병원에서는 목이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것 치고는 염증수치나 백혈구 수치가 낮아 다행이라고 합니다. 삶에 대한 집념과 강한 생명력이 피칸이를 우리 곁에 오게 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피칸이는 구조 후 꼬박 한 달을 카라 동물병원에서 지냈습니다. 다행히 수술한 목은 예쁘게 잘 아물었습니다. 피칸이는 얼마 전 위탁처로 이동했습니다. 목의 고통도 굶주림도, 추위도 외로움도 없이 지내고 있는 피칸이의 모습에 마음이 그저 찡하기만 합니다. 이제 심장사상충 치료도 무사히 끝내고 중성화 수술까지 끝내면 한시름 더 놓을 수 있겠지요.


피칸이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되도록 피하려고 하는데, 만지면 입질하거나 으르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사람과 가까이하는 것을 무척 어려워해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1-2살 정도밖에 안 된 어린 개이니 충분히 사회화 가능성은 있을 것입니다.






수술 후 한 달, 몸을 회복한 피칸이는 위탁처로 이동했다.



개식용이 빚는 수많은 비극들, 언제 끝이 날까


피칸이의 불행은 외양간 주인 부부가 개를 짧은 줄에 묶어놓고 키워놓고 잡아먹는 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법의 사각지대에 개식용 악습이 놓여있는 우리나라에서, ‘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회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피칸이에게는 큰 위협이었습니다.


다만 피칸이는 우리를 만나 안전한 삶을 보장받았습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많은 개들을 위해서는 ‘개식용’ 자체가 불가능의 영역에 있어야 합니다.


카라는 교육과 정책활동을 통해 개식용이 불가능하고, 비인간동물이 인간과 더불어 평등하게 공존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활동해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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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이소영 2019-04-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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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벌을 받을 xxxx 널 보고 후원을 잘했다는 생각이들어. 내가 데려오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럽다. 파칸앙 절대로 나쁜생각하면 안돼 !


구현지 2019-04-0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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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라도 나쁜 과거는 다 털어버리고 오래도록 행복한 길만 살도록 피칸이 앞날을 기도합니다.


김태리 2019-03-3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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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칸이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김민경 2019-03-28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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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쯤이면 모든 생명들이 동등하게 존중받으며 살아 갈 수 있을까요...피칸이의 따뜻한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