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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이는 3-4개월령의 어린 강아지입니다. 사람과 눈을 맞추며 의사표현을 할 만큼 똑똑한 아이고요. 모낭충으로 온 몸의 털이 다 빠지고 피부가 갈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과 함께 할 때는 간지러워 긁는 것보다 사람에게 손길을 요청하기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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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이는 더봄센터가 위치한 파주에서 버려진 개입니다. 보호자가 직접 개울가로 던져 유기한 개이기도 합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일하던 중 '턱' 하는 소리와 함께 강아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고, 밖에 나갔을 때는 서울 넘버를 단 차량이 떠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왕발이는 개울에서 땅 위로 기어 올라오려 발버둥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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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발이가 그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발이 지나치게 큰 것은 홍역의 후유증일 수 있다고 하고, 발바닥이 아니라 발목으로 땅을 짚고 있는 것은 영양 부족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왕발이의 짧은 삶은 온통 배고픔과 가려움으로만 가득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결국 개울가로 내던져져 버려진 삶. 그래도 우리가 왕발이를 구조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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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왕발이는 더봄센터 2층 견사에 한 방을 배정받고 지내고 있습니다. 왕발이는 현재 일 주일에 한 번씩 약욕을 하고, 상태에 따라 먹는 약도 처방받으며 모낭충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왕발이는사람함께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것이 참 행복해 보입니다. 산책도 잘 하고, 목줄이 바닥에 끌리니까 줄을 물고 있기도 하고요. 이제 왕발이는 잘 치료받고, 좋은 가족을 만나기만 하면 됩니다.
| 더봄센터 견사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는 왕발이. 일 주일에 한 번 카라 동물병원으로 내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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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중 줄을 물고 있는 똑똑하고 귀여운 모습
왕발이가 이 동네에 버려진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 동네에는 종종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개들을 종종 버리고 간다고 합니다. 왕발이를 잠시 돌봐주신 마을 이장님도 타지 사람들이 버리고 간 유기견 일곱 마리를 기르고 계시고요. 한 생명을 버리는 것은 자신의 손에 피만 묻히지 않고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벌금은 고작 최대 300만원이고 그마저도 범인을 잡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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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없는 마을은 쓰레기통처럼 유기견들을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누군가 반려견으로 삼지만, 아니면 지자체에서 공고 후 살처분되는 개들. 무책임한 반려, 방치학대, 동물유기 등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지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는 우리 왕발이. 이 사회는 우리 왕발이를 비롯한 동물들이 살기에 무척이나 각박하고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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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국회의 임기는 다음 달부터 시작됩니다.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춰 동물보호법이 좀 더 강화되고, 유기동물 방지를 위한 여러 제도가 보다 실효성을 갖춰가길 희망합니다. 카라의 활동가들도 계속 사회를 바꿔나가기 위한 여러 활동을 해가며 왕발이를 살뜰히 보호하겠습니다. 뽀송뽀송 털이 날 왕발이의 소식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