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국가 동물복지 5개년(`20~`24) 종합계획, 개선의지 엿보이나 공장식축산 폐기와 개식용 문제 해결에 여전히 소극적
○ 2012년 동물보호법 개정을 시작으로 정부는 5년마다 동물복지종합계획을 의무적으로 수립해야 한다. 이는 2000년에 들어서 동물권 이슈가 부상함에 따라 동물복지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적절한 보호와 관리 체계의 필요성이라는 우리사회 요구가 정부정책에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1차(`15~`19) 동물복지 종합계획은 반려동물산업에 대한 육성, 동물복지형 축산기준 마련,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 동물등록제 개선방안 등을 토대로 한 정책방향 제시 수준이라면 올해 발표된 2차 종합계획은 지난 5년 동안 정책기반의 행정적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미비점 및 한계점을 개선하려는 방향으로 수립되었다.
○ 2차 종합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6대 분야 26대 과제를 살펴보면 1차 계획에서 한 층 보완된 계획을 담고 있지만 한계는 여전히 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동물 돌봄기준에 대한 법적 의무화 및 펫숍에서의 동물 구매자 사전 의무교육 이행 ▲ 피학대 동물에 대한 적극적인 구조・격리 및 동물학대자에 대한 소유권 제한 ▲ 국가 R&D 위원회 연구 영역에서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장치 마련 및 동물복지위원회 위상 강화 ▲ 사설보호소 신고제 도입 및 차등지원 ▲ [한계] 농장동물에 대한 학대적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형태 폐기 및 개식용 이슈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 |
◇ 먼저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반려동물에 대한 의무교육이 확대되었다. 반려동물 입양 전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만 생산・판매업자를 통한 입양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펫숍 구매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면서 동물단체에서의 동물 입양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펫숍’에서 동물을 ‘구매’하는 용어를 정책 내용에 담고 있어 동물의 ‘상품화’에 대한 근본적인 고려는 보이지 않는다. 펫숍에 강아지를 공급하는 소위 강아지공장의 열악한 환경과 인위적 교배라는 학대 문제에 대해서도 필히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잔인해지고 빈번해지는 동물학대 문제에 있어서 정부도 개선책을 내놓았다. 학대 유형별 처벌을 차등화하여 처별 수준을 상향하고, 동물학대 유죄 판결 시 소유권을 제한하며 현행법 제8조제2항(상해, 신체적 고통) 해당여부에서 동물학대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경우’로 지자체 재량권을 확대하여 피학대 동물을 적극적으로 구조・격리하도록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정책개선안이 수립된다 해도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이 발맞춰 따라오지 않는다면 실효성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법령에 열거되지 않은 ‘재량권’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 강화와 지자체 공무원의 적극적인 동물학대 해결의지가 불가피하게 요구될 것이다. 더불어 수사기관 역시 사람이 아닌 ‘동물’이란 이유로 학대사건을 방조하지 않고 철저히 조사해야 하며, 사법기관도 엄중히 처벌하여 생명경시 풍조를 근절하도록 그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정부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동물실험시행기관에 대한 심의와 감독 기능을 강화하여 효율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단 계획을 제시했다. 지난 수년 간 농촌진흥청 R&D 연구사업의 비윤리적, 불필요성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억이 넘는 국비가 낭비된 바 있다. 충분하지 못한 타당성 검토 및 제기된 문제에 대한 정부의 숙고 미흡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선 안 되며, 정책의 실질적인 이행이 이루어지도록 엄격한 심의・감독을 이행해야 할 것이다.
◇ 사설보호소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학대 수준의 방치 문제가 계속 수면 위로 드러남에 따라 대대적인 개선의 필요성이 자명한 바, 정부는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사설보호소에 대한 신고제를 도입하고, 지자체는 보호소 개체에 대한 관리의무 부여하는 등 제도개선을 제시했다. 더불어 신고된 사설보호소에 대한 환경 개선 사업 추진 시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수립될 것이다. 사설보호소 외에도 지자체 직영 시보호소도 열악한 환경과 부실한 관리로 문제인 곳이 많다. 특히 제주도 시보호소의 경우 유기동물 사체를 렌더링업체로 위탁 처리한 사안이 적발된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지자체 동물보호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유기동물 보호소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과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 이와 함께 유의미한 세부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동물등록 대상을 모든 개로 확대 및 서울과 경기도가 시범적으로 고양이 등록제 추진 예정, ▲17개소 경매장 전수조사 및 반려동물 유통 이력제 도입, ▲개에 대한 ‘기질평가’를 의무화하여 개로 인한 사고 예방체계 구축, ▲경주마・싸움소와 같은 오락용으로 이용되는 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 구축 계획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기질평가는 보호자 부실의 개물림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사고견에 대한 무조건 안락사 대신 위험예방과 이에 따른 최소한의 안락사가 진행되도록 신뢰도 높은 객관적 평가 체계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다.
○ 우리사회 내 동물의 생명 존엄성에 대한 몰인지를 지적하고, 동물복지를 증진하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을 엿볼 수 있으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은 아쉽다. 무엇보다 ‘개식용’ 문제는 조속히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지만 5개년 계획 어디에도 제시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가 1년 간 가장 많이 접수한 민원은 ‘반려동물 식용 반대’였다. 지난 2018년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는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 또한 종합계획에 반영되지 않았다.
○ 농장동물에 대한 학대적 사육방식인 ‘공장식 축산의 폐기’도 여전히 요원하다.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사육방식을 전환하겠다는 로드맵 마련과 축사시설의 현대화 및 동물복지기준에 따른 사양방식 등을 제시할 뿐, 돼지 스톨과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 전면금지로 나아가는 정부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AI, 구제역, ASF등 전염성 바이러스 발생 시 밀집사육 형태의 공장식 축산형태가 이를 폭발적으로 확산시켜 농장동물들이 대거 폐사되거나 과학에 근거한 예방적 조치 및 위험도 평가대신 대학살 수준의 비인도적 살처분이 집행된 현실을 우리사회는 매해 목도해 왔다. 이제는 농장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도록 정부의 결단이 서야하고, 이를 정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 동물권행동 카라는 종합계획 수립 이전부터 여러 정부회의를 통해 동물복지 개선을 위한 의견들을 제시해 왔다. 이번 2차 종합계획에서 동물복지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의 강화와 국가 R&D 동물보호 사업의 타당성 검토 체계마련은 카라가 그동안 촉구해 온 방안이며, 이를 5개년 종합계획에 반영한 것은 환영할 부분이다. 그러나 ‘개식용 문제’와 ‘공장식 축산 폐지’라는 사회적 요구는 본 종합계획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는 이를 함구와 외면이 아닌 숙고의 자세로 받아들여 반드시 정책으로 수립해야 한다. 2차 종합계획의 개선된 정책들이 실효성있게 이행되고 사각지대 없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2020년 1월 17일
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