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5의 이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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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5는 아랫줄 다섯 번째 칸에 사는 수컷입니다. 아랫줄에는 여덞 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데, 덩치 큰 봄바나 덩치가 작은 칠롱이처럼 눈에 띄는 특징이 없어서 기억에 남기려면 한참을 바라봐야 하는 곰이기도 합니다. 유난히 까만 주둥이와 보일 듯 말 듯 하얀 턱의 무늬로 구분하는 것은 아는 곰이 된 후에야 가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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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발바닥 상처가 낫지 않아서 활동가들을 애먹였던 곰이기도 합니다. 발바닥 상처의 원인은 오래되어 거칠어진 콘크리트 바닥이거나 옆 칸 곰과 다투다가 철창에 찢기는 것이 아닌지 의심도 하고, 여름 내내 젖어 있는 바닥에 발바닥이 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곰들의 발바닥 상처는 예측하거나 예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L5는 발바닥이 다쳤나 싶더니 어느새 아픈 발바닥을 딛지 않으려 팔꿈치로 걸어 다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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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혹시 모를 위험을 막기 위해, 바닥에 깨진 콘크리트 조각을 치우고 타이어침대를 만들어 넣어줬습니다. 하나를 넣었다가 그것도 부족해보여 하나 더 넣어주기도 했습니다. L5는 푹신한 타이어침대를 넣자마자 무척 즐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철창 밖으로 앞발을 내미는 훈련에 성공해서 마취 없이 소독약을 발바닥에 뿌려주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상처가 심할 때는 항생제를 마쉬멜로에 넣어 먹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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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부터 여느 곰들은 식욕이 많아지는데요. L5의 식욕은 유독 강하게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심한 허기는 밥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정형행동을 심하게 만들었습니다. 다친 발바닥에 무리가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활동가들은 밥 먹기 전에 먼저 땅콩을 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땅콩을 주워 먹느라 정형행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이지요. L5의 정형행동을 막기 위해 나온 땅콩 뿌려주기 아이디어는 점점 발전해서 종이 봉투에 든 땅콩을 식전에 넣어주는 일과로 정착되었습니다. 다른 곰들이 L5에게 고마워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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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L5는 나쁘지 않습니다. 정형행동도 많이 줄었고, 발바닥 상처 문제도 거의 없습니다. 봄이 오고 물통에 얼음이 녹았으니, 물속에 얼굴을 넣고 어푸푸 노는 L5의 주특기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수컷 치고 3월의 몸무게가 65.8kg면 적은 편이긴 한데요. 조금씩 여러 번 먹이를 먹어야 하는 곰에게 하루 한번 왕창 주는 먹이로는 몸무게 늘리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상근활동가가 매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어서 개선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여력이 안됩니다. 부디 올 겨울을 맞기 전에는 식탐 좋은 L5가 안정적인 관리를 받고 뚱뚱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L5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비극적 탄생은 또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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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용인과 여주에서 사육곰을 기르던 김 모 씨가 구속된 후, 남은 곰들은 환경청의 용역으로 야생생물관리협회가 관리하고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종종 농장을 찾아 곰들이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상태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곰들은 농장주가 관리할 때 보다 먹을 것을 조금 더 풍족하게 먹고 있지만, 여전히 지옥 같은 사육장 안에서 삶을 연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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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여주 사육곰 농장에서 지난 1월에 세 마리의 새끼가 또 태어난 것입니다. 정확히는 여섯 마리가 태어났으나 어미와 같은 칸에서 살고 있던 수곰들이 새끼를 물어 죽였고, 어미 혼자 살던 두 칸에서는 세 마리의 새끼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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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가슴곰은 여름에 짝짓기를 하고 초겨울에 수정란이 자궁에 지연 착상하는 독특한 생태를 갖고 있습니다. 즉 새끼는 1월에 태어났지만 짝짓기는 지난여름에 이루어졌다는 결론을 낼 수 있습니다. 농장주가 구속되기 전 여러 마리의 암컷을 임신하게 해 놓았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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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가 태어났다는 소식에 활동가들은 즉시 농장을 찾아 새끼 곰들의 안위를 확인했습니다. 아직 색이 진한 배내털에 세상의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겨울잠에서 덜 깬 어미는 연신 새끼 곰을 지키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새끼 곰도 위험한 상황이었고 저희는 환경부와 야생생물관리협회에 서둘러 옆 칸 곰을 옮겨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어제 조치가 이루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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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 김씨는 4월 18일 출소 예정이고, 농장주가 나오면 환경부는 세 마리 새끼 곰들을 불법증식으로 압류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새끼 곰들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저희가 돌보는 화천 곰농장에서 새끼 곰을 돌보겠다는 결의를 하고 환경부에 뜻을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생츄어리를 만들어 새끼 곰들을 보호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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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2026년까지 곰 사육을 불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가운 선언이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마음을 놓을 수 없습니다. 곰들은 여전히 같은 곳에서 살고 있고, 평생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곰들이 또 태어나고 있습니다. 남은 곰들을 빨리 중성화해야 합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그 길에 동참해주시기를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봄맞이 대청소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봄맞이 대청소를 했습니다. 지난 겨울 곰들의 겨울나기를 위해 추수가 끝난 논에서 짚을 구해 곰의 잠자리인 내실에 깔아줬습니다. 곰들은 추위를 피해 평소보다 내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겨우내 내실에는 짚과 배설물이 한 데 뒤섞여 발효되고 있었습니다.
농장에서는 계곡물을 끌어다 쓰는데요. 화천 추위에 계곡이 얼어서 3월 말이 되어서야 물청소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콸콸 쏟아지는 봄 계곡물을 틀고는 2주에 걸친 대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카라와 곰보금자리 활동가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화천으로 달려갔고, 임순례 감독, 문소리 배우와 가족들, 개식용 종식을 염원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그만먹개’ 팀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빛이 들지 않는 내실에서 배설물 범벅이 된 짚더미를 꺼내는 일은 생각보다 대단한 작업이었습니다. 젖은 짚을 쇠똥구리처럼 내실 밖으로 둘둘 밀어내는 일이 힘들기도 했지만, 코로 들어가 머릿속까지 찌르는 암모니아에 숨을 몰아쉬러 밖으로 뛰쳐나오기도 했습니다. 방수진복을 껴입고 이마에 조명을 하나씩 달고 쇠스랑을 한 손에 쥐고 당당하게 내실로 들어갔던 활동가들은 짚 더미와 씨름하며 옷이 모두 더러워지고 땀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깨끗한 방을 즐길 곰들을 생각하며 활동가들과 봉사자들 모두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깨끗해진 내실 안에 새 짚단을 넣어주고 사육장 곳곳에 먹이를 넣어주는 것으로 대청소를 마쳤습니다. 겨울 동안 얼었던 시멘트가 깨진 곳도 발견되고 녹슬거나 용접부가 떨어져 망가진 곳도 발견됐습니다. 다음 주 일요일에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공구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생츄어리를 지어서 좋은 환경에서 지내게 해주고 싶지만 당장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곰이 사는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망가진 곳을 수리하는 것뿐입니다.
오늘 당장은 화천 사육곰 농장에서 곰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멀리는 하루라도 빨리 생츄어리가 지어지고 그곳에서 곰들이 곰 답게 지낼 수 있도록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사육곰은 봄나물을 좋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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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게 얼었던 땅이 녹는 봄, 산과 들은 초록빛으로 물듭니다. 달나라에 가는 세상이지만 소생처럼 보이는 봄은 여전히 가장 놀라운 순간입니다. 곰들도 겨울잠을 자다 깜짝 놀라는 걸까요? 야생의 반달가슴곰이 잠에서 깨는 계절에, 겨우내 비몽사몽 졸렸던 사육곰들도 정신이 말똥말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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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물은 봄에 피어나는 식물 중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종류를 말합니다. 건강에 좋다는 것을 강조하며 먹지만 사실 우리가 봄나물을 먹는 이유는 맛있어서! 입니다. 맛있다는 것은 몸에서 필요로 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지요. 물처럼 밍밍한 물질도 몸에서 즉각적으로 필요로 하는 물질도 탈수가 되어 갈증을 느끼는 동물에게는 무엇보다 맛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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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생의 반달가슴곰은 봄이 오면 사방에서 피어나기 시작하는 새순과 꽃을 먹습니다. 맛있으니까요! 지리산에서의 연구에 의하면, 취나물, 고사리처럼 인간이 즐겨먹는 나물을 비롯해 옛날 아이들의 간식이었던 진달래꽃도 즐겨 먹는다고 합니다. 찔레나무 꽃과 줄기, 조릿대 새순, 참나무 새순, 그리고 가끔은 작은 동물도 잡아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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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바닥에서는 식물이 자랄 수 없기 때문에 사육곰들은 봄나물을 즐기기 어렵습니다. 가끔 철창 밖에서 안으로 기울어진 풀을 소중하게 만져보고 먹기도 하지요. 그래서 지난 주 화천에서는 아직 철창에 갇혀 있는 곰들에게 봄나물과 봄꽃을 선물했습니다. 화천곰들은 봄의 기운을 신나게 먹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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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육곰은 야생곰이 좋아하는 먹이에 손을 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맛있다는 감각은 선천적인 동시에 후천적 학습으로 익히는 것이기도 해서요. 그래서 화천의 곰 열 세 마리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활동가들이 선물한 봄을 즐겼습니다. 냄새만 맡기도 하고, 맛있게 먹기도 했고요. 또 발로 밟기도 했습니다. 곰들이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봄을 느끼기를 의도한 선물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 봄을 맞이하든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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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년에 화천 곰농장에서 죽은 곰 ‘편안이’의 무덤에는 노오란 산괴불주머니가 해사하게 피었습니다.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 편안이 무덤에 핀 것은 어쩌면 생츄어리를 짓기로 했던 올 봄을 편안이가 조급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년 봄에는 남아있는 열 세 마리 곰이 무사히 생츄어리로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천에 널린 봄나물을 곰들이 직접 뜯어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응원합니다.
배우 문소리 씨가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내실 대청소가 있던 날 문소리 씨는 가족들과 함께 화천 농장을 찾아 활동가들과 함께 땀 흘리며 곰사를 청소하고 먹이도 주는 등 돌봄 활동을 했습니다. 문소리 씨는 평소에 동물권에 관심이 많았고, 특히 사육곰 문제에도 관심을 많이 보여왔습니다.
작년에는 본인의 반려견 이야기를 쓴 세 발로 하는 산책이라는 책의 인세 전액을 사육곰 해방 프로젝트에 기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문소리 씨와 함께 곰들이 곰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후원하기 ⠀
👉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후원하기
기업은행 203-147531-04-013 곰보금자리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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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권행동 카라 후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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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표 모금액: 1억 5천만 원
- 구조된 곰들에 대한 돌봄 활동
- 행동 풍부화 시설물 설치 및 활동
- 진료 및 치료비 등에 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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