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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탄에 이른 공장식 축산, 정부정책이 조장하는 동물학대의 실태 공개
2013년 5월30일 녹색당,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이하 카라) 그리고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이라는 이름으로 1천1백29명의 시민 청구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장식 축산'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2014년 3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사건 청구의 각하 또는 기각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과연 공장식 축산이 국민의 생명권과 환경권을 침해하고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소송단의 주장은 기각되어도 좋은가?
오늘 우리는 헌법재판소에 소송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추가 의견을 제출하는 한편 더욱 확대되고 있는 대한민국 공장식 축산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존엄한 생명인 동물을 기계처럼 착취하여 수익을 높여 온 공장식 축산의 동물학대 현장을 공개하고, 농산물 시장 개방 이후에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 축산의 규모화, 축산전업농 육성, 축산계열화 지원 등의 정책과 그런 정책이 불러온 파국적 결과를 살펴보고자한다.
정부는 축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으로 ‘대규모화’와 ‘계열화’를 추진함으로써 공장식 축산을 지향, 지원했다.
농림수산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1994년 내 놓은 'WTO 체제 출범에 대응-축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에 따라 부업으로 축산을 운영하는 영세 농가를 축산업의 주요한 문제로 지목하고 한 축종을 대량으로 키우는 농가에 자동화 설비를 위한 예산을 지원하였다.
또한 농림수산부는 한 경영주체가 종축, 사료, 도축, 가공,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통합 운영하는 경영을 이상적 형태로 보고 예산을 배정했다. 계열화는 자본을 몇 개의 대기업에 집중하여 입식부터 도축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게 함으로써 소농의 자립 기반을 흔드는 대표적인 자본 지배적 생산 방식이다. 때문에 양계의 계열화율은 2010년 85%, 2011년 94%까지 끌어올려졌다. 정부가 일정사육두수 이상, 대량으로 동물을 키워야만 지원했기 때문에 농가들은 대량생산과 축산업의 포기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되었다.
전업농위주로 막대한 자금이 지원된 축산지원금과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의 초라한 성적표를 살펴본다.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은 축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많은 예산을 배정해 온 정부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에 투입된 예산의 규모는 총 1조1천971억3백만 원에 달한다. 축사시설 현대화 자금은 원래 전업농 중심으로 지원되어 오다가 2012년에서야 비로소 지원 대상 범위를 전업농 미만까지 확대했다. 정부의 지원방식은 자연스럽게 농민들이 대규모화를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김정훈의원은 2010년~2014년 7월 현재까지 발생한 조류인플레인자 피해(발생) 농가의 약7%는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을 받은 축산농가이며, 동 기간 발생한 구제역 피해(발생) 농가의 10.2%도 역시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을 받은 농가임을 밝히고 있다(2014.10.7). 이 사실은 축사시설현대화 사업이 동물공장의 규모만 키웠을 뿐 대규모 전염병 발병을 막아내거나 선진적인 축산을 지향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동물을 무한 착취함으로써 생산성 높이려 하는 공장식 축산은 가공할 규모의 동물학대에 다름 아니다.
규모화를 지향해 온 한국 정부의 공장식 축산 정책의 참담한 동물착취는 구체적으로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의 성과지표에서 확인된다. 그럼 축사시설 현대화 사업의 성과지표를 보자. 돼지는 한 마리의 어미돼지가 더 많은 새끼를 낳아 더 많이 도축해야 높은 성과지표를 얻을 수 있다. 즉, 한 마리의 어미 돼지를 더 많이 착취하여 더 많이 도축해야 축사시설현대화사업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다. 닭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하루에 닭의 체중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측정하여 성적을 매긴다. 30일만에 닭을 출하해야 하기 때문에 급속히 체중을 불려야 하기 때문이다. 너무 빨리 크는 닭은 고통스러운 골절, 심장마비로 인한 급사가 빈번히 일어나지만 동물의 고통은 전혀 관심사가 아니다. 이렇듯 공장식 축산정책은 아예 대 놓고 정책적으로 동물을 가학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현재 유통되는 달걀의 95~99%, 돼지고기의 99% 가 가장 잔인한 형태의 동물착취 생산 방식인 뱃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결국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행복추구를 저해하며,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의 당위성을 더욱 강력히 제공한다.
2011년 구제역 사태로 돼지 350만 마리가 대부분 생매장 살처분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장식축산 위헌 소송을 기각하라는 의견서를 낸 2014년 초 이후 현재까지 짧은 기간 동안에만도 총 87건의 고병원성 AI가 108개 농가에서 발생해 30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되었고 총 104건의 구제역 발생으로 약 10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되었다. 그 결과 2011년~ 2014년 사이 무려 1조 8천418억 원의 살처분 보상금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출되었다. 매몰지 주변의 상수도를 정비하는데 투입된 예산만 하더라도 2010년-2011년에만 6천411억 원에 달한다. 한국환경공단이 3000개소를 선정하여 환경영향조사(2011년 3월 - 12월)를 실시했을 때에도, 71개소(23.7%)가 침출수 유출가능성이 높고, 58개소(19.3%)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 지출만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환경에 키치는 악영향은 비용 산출이 불가능하다. 동물을 착취하며 달려온 공장식 축산이 환경과 국민에게 부과하는 위해는 이뿐 아니다. 지난 40여년간 단지 여덟 배 더 많은 ‘고기’를 먹기 위해 공장식 축산이 국민과 미래세대에 부과하는 측정 불가능한 위해는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도 남는다.
정부가 단편적으로 ‘수치에 매달린 규모화’와 동물학대를 용인한 생산비 절감에 매달린다면 한국의 축산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우선 시급히 공장식 축산에 제동을 걸어야만 한다. 하루속히 사육현장에서는 밀집식 대량생산, 일부 대기업에 몰아주기식 계열화 지원부터 멈추고 지원 대상 농가 선정을 위한 성과지표부터 원점에서 검토하여 재 설정해야한다. 현재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은 산란계 58곳, 돼지는 겨우 2곳에 불과하다. 이런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공장식 축산이 초래하는 위중하고 긴급한 위해를 막을 방도가 없다. 동물을 무한 착취 학대하는 방식의 공장식 축산에 대한 대안으로 소극적인 복지축산 지원 정책은 효과가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뱃터리 케이지, 돼지 스톨 등 감금틀을 이용한 사육 방식을 동물학대로 규정, 폐기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축산농가들이 친환경적이고 동물복지적인 축산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오늘 기자회견과 헌법소원 추가의견 제출을 시작으로 우리 3개 조직은 배터리 케이지와 돼지 스톨이 동물학대적 사육방식으로 규정 폐기 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운동을 벌여나갈 것임을 선포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동물을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수익증대를 위한 농장동물의 학대를 즉각 중단하라.
2015년 4월30일
녹색당,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