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재개발지역에 버려진 번식장의 푸들들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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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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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66




몸집 작은 푸들 녀석의, 몇 번째 출산이었는지 모를 출산이었습니다. 잉태 중이던 일곱 마리 새끼 중 여섯 마리가 죽은 채 세상에 나왔습니다. 어미는 살아남은 한 마리에게 젖을 물리지 못했습니다. 새끼는 얼마 전 출산한 다른 푸들의 젖을 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새끼 한 마리는 형제들의 곁으로 떠났습니다.

 

 

 


일곱 마리 새끼를 차례로 떠나보낸 푸들, 한라는 황량한 재개발지역 허허벌판에서 왔습니다. 중장비가 위험하게 오가던 땅이었습니다. 한라는 그 곳에서 다른 푸들들과 함께 버려져 있었습니다. 최초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버려진 푸들들은 20여 마리에 달했습니다. 개들을 본 주민들은 근처 사설보호소 소장님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소장님이 갔을 때는 여덟 마리의 푸들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진 모양이었습니다. 소장님은 버려진 푸들들을 데리고 와, 카라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오셨습니다.

 

개들의 첫인상은 끔찍했습니다. 개들은 앞다퉈 온 몸을 긁고 있었습니다. 소양감에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고통이 짐작도 되지 않았습니다. 가장 상태가 심한 녀석, 후에 소리라 이름 붙인 개는 푸들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습니다. 푸들의 상징 중 하나인 곱슬 털은 벗겨지거나 뭉치거나, 각질이 끼어있었습니다. 피부병과 함께 눈이 가는 것은 개들의 늘어진 뱃가죽이었습니다. 퉁퉁 불어 뒤틀린 젖꼭지와 함께 개들의 거듭된 출산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여덟 마리 푸들 중 두 마리의 배는 빵빵하게 불러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개들의 피부를 엉망으로 만든 원인으로 옴 진드기를 진단했습니다. 치료하기 힘든 진드기라고 합니다. 배가 부른 두 푸들은 임신 중이었습니다. 여덟 마리 중 일곱 마리는 암컷이고 한 마리는 수컷인데, 모두 중성화 수술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이런 단서들은 개들이 재개발지역에 버려지기 전에 어디서 왔는지 알려줍니다. 바로 번식장입니다. 다만 뜬장에서 번식을 하는 개들은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기 마련인데 우리가 구조한 개들의 발바닥에는 흙먼지만 좀 묻었을 뿐 다른 상처는 없었습니다. 번식장에 왔되, 그래도 평지에서 살았을 것이 그나마의 위안입니다.

 

푸들들은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산과 강에서 딴 이름도 붙여졌습니다. 영산이, 소백이, 한라, 가야, 마니, 오서, 소리, 사라… 우리는 여덟 마리의 푸들이 항상 굳건하게 자리한 산처럼 상처받지 않는 삶을 살길, 멈추지 않고 흐르는 강처럼 힘차고 아름다운 삶을 살길 희망합니다. 개들은 치료가 완료 되는대로 평생 가족을 찾아 입양을 갈 것입니다. 임신 중이었던 소백이는 출산한 아기들이 충분히 클 때까지 카라가 보호하고 있을 예정이지만 말이죠.

 





네 마리를 임신한 소백이의 출산은 카라 활동가들의 축복 속에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한라의 조산과 일곱 마리 새끼의 죽음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한라가 번식장이 아닌 좋은 가정에서 임신해 제대로 된 돌봄을 받았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요? 한라는 이것으로 몇 마리째 되는 새끼들을 보낸 걸까요.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속에 떴지만, 우리가 아는 것은 새끼들은 떠났고 한라는 또 다시 남았다는 사실 뿐입니다.

 

우리는 번식장을 압니다. 소수의 수컷과 다수의 암컷으로 구성된 번식장에서 개들은 타의에 의해 교미를 하게 됩니다. 그 행위는 인간에 의한 강간에 가깝습니다. 암컷들은 예쁜 품종견을 생산하는 번식기계로만 존재할 뿐입니다. 새끼들은 어미 아래 제대로 된 영양 공급도 못 받고, 사회화 시기도 놓친 채 펫샵에 진열되어 인형처럼 팔립니다. 출산능력이 저하된, 혹은 옴 진드기 등으로 인해 피부병을 겪는 번식장의 푸들들은 유기되거나 폐기됩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번식장의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그들의 염원을 담아 동물생산에 대한 규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업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고요.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인식도 더 넓게 퍼졌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과제를 맞이했습니다. 체계의 변화로 인해 번식업자가 더 감당 못하고 떼로 버릴 번식장의 개들을 마주하는 것이죠. 개들이 생명으로서의 권리를 오롯이 누리도록 연대하는 것입니다. 그 어려운 여정 너머에서는 상품처럼 취급되거나 버려지는 생명이 없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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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펀딩에서 연재되는 <재개발지역에 버려진 푸들들의 비밀> 보러 가기




댓글 1

이도규 2018-07-12 11:38

드디어 찾았네요제가 이근처 번식장 운적직을 일을했어요 다른대도 알고있는데 어떻게 핳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