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해방 프로젝트] 8월 돌봄 소식

  •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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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9-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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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선언하는 프로젝트 발대식




무더운 여름날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의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육곰 15마리의 구조와 이들을 위한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을 선언하는 프로젝트 발대식을 위해서였습니다.

함께 모여 사육곰 구조를 축하하고 생츄어리 건립의 의지를 단단히 다졌습니다. 카라의 전 대표이자 현 이사이신 임순례 영화감독님께서 통큰 후원금 약정으로 첫 고액 후원자가 되어주시며 사육곰 생츄어리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임순례 감독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발대식을 마치고 다 함께 곰사를 청소하고 과일과 사료를 급여했습니다. 곰들은 사람이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는지 철창 앞으로 나와 사람들을 관찰하곤 합니다. 기다리는 곰들을 위해 서둘러 하지만 깨끗이 청소를 하고 얼른 과일과 사료를 곰사 곳곳에 놓아줍니다. 사람이 많이 모인 김에 미뤄두었던 곰사의 오래된 폐기물들도 정리했습니다. 더운 날씨에 모두가 힘들었지만 곰들이 지낼 생츄어리가 생길 거라는 희망에 모두 웃는 얼굴이었습니다.

15마리 곰들이 모두 건강하게 생츄어리를 기다려주길 바랐지만 발대식이 있기 전 편안이와 보금이가 먼저 하늘로 떠났습니다. 보금이의 자세한 소식은 추후 게시글로 다시 전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름을 가진 사육곰, 보금이


보금이는 가장 먼저 이름을 가진 사육곰이었습니다.

다시 화천 사육곰 농장을 찾았을 때부터 생각했던 일입니다. 화천의 사육곰 중에는 반달가슴곰의 자연수명인 스물다섯살을 넘긴 개체들이 여럿이었습니다.남은 시간이 길지 않을 것 같은 곰들이었습니다. 그 중 윗 사육장 다섯 번째 칸에 있어서 U5였던 보금이는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엉덩이를 끌고 다녀서 털이 다 빠져 있었고, 기어코 주는 밥은 싹싹 비우는 늙은 곰이었습니다.



수의사들이 포함된 활동가들은 머리를 싸맸습니다. 뒷다리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척추, 엉덩이관절, 무릎관절의 총체적인 문제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나이를 감안하면 이 근골격계 문제는 자연스러운 퇴행성 질병일 수 있었고, 치료를 시도한다면 그것은 증상 관리이지 온전한 상태로 회복시킬 가능성이 높은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한 수의사 활동가는 바로 안락사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수 활동가들의 의견에 따라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CT와 MRI를 찍고 보금이가 아픈 곳이 어디인지 알아내는 것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그러려면 곰을 옮길 수 있는 튼튼한 이동장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4백만원짜리 이동장 제작은 금액보다 소요 시간과 설계가 더 문제였습니다. 이동장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동안 우리는 관절 문제에 사용하는 강한 진통소염제와 2차로 생긴 외부 염증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조제해 먹였습니다. 개와는 달리 모든 음식을 꼼꼼하게 씹어 먹는 곰에게 약을 먹이는 일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꿀, 땅콩잼, 연유, 과일 시럽, 빵 등 곰이 좋아하는 모든 음식을 동원해서 겨우 약을 먹였습니다. 보금이와 함께 살며 돌보시는 할머님께서는 보금이가 약을 뱉어내지 않도록 약을 빵에 넣고 꼭꼭 쥐다가 손목에 멍이 들 정도로 열심히 아픈 곰을 돌보셨습니다.


약을 먹고 2주 후 보금이는 기적처럼 뒷다리를 세워 걸었습니다. 신난 활동가들은 보금이가 콘크리트 바닥에서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타이어와 소방호스를 이용해 침대를 만들어줬습니다. 보금이는 천국에라도 온 듯 침대 위에서 행복해했습니다. 그러나 보금이의 상태는 안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25일, 엉덩이를 심하게 끌고 다니던 보금이의 엉덩이 상처가 갑자기 심해진 것을 관찰했고, 수의사 활동가들은 급히 수술을 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7월 30일 화천을 다시 찾아 보금이를 마취했을 때, 보금이의 외상은 너무 심해졌습니다. 스스로 꼬리를 자를 정도로 심한 통증이 있었고 항문이 소실된 상태였습니다. 외상을 치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고, 카라와 곰보금자리는 보금이의 안락사를 치열하게 의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수의사 활동가들의 의견에 따라 보금이를 안락사하기로 했습니다. 정성껏 돌보던 동물을 보내는 것은 몹시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것은 안락사에 대한 세간의 불편함도, 활동가들의 아쉬움도 아닌, 보금이의 삶의 질이었습니다. 살아서 밥을 먹는 동물을 죽이는 일은 우리를 극단적인 감정까지 몰고 가는 일이지만, 그 부담 때문에 억지로 살려 두는 것은 보금이에게 고통의 시간을 연장하는 의미 밖에 없었습니다. 보금이는 조용히 잠든 채 고통스럽지 않게 철창 안에서 삶을 마감했습니다. 보금이를 데리고 밤 늦게 화장장으로 모였습니다. 하얗게 유골만 남긴 까맣던 보금이를 어루만지며 지금도 슬퍼하고 있습니다. 보금이는 가장 먼저 이름을 가진 사육곰이었습니다.
























생츄어리를 만들 때까지 1년만 버텨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남은 열 세 마리 곰들에게 그 아쉬움까지 더 해서 정성을 들이고 있습니다. 바람과는 달리, 아마 남은 곰들도 이 기나긴 1년을 버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철창에서 나와 단 며칠이라도 드넓은 풀밭을 뒹굴 수 있도록 생츄어리를 빨리 만들고 싶습니다.







40년 된 사육곰 농장을 고칩니다.

















40년 된 사육곰 농장을 고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가 준비 중인 생츄어리가 완공되어 곰들이 철창을 벗어나기까지 최소한 1년은 이 농장을 사용해야 합니다. 활동가들이 곰 농장에서 사육곰들을 돌보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안전이었습니다. 적어도 곰과 사람의 공간이 콘크리트 벽이나 철문으로 분리되어야 하는데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사육곰을 돌보는 화천의 곰농장은 1982년에 지어졌습니다. 긴 세월 동안 콘크리트 벽이 갈라지고 무너져 곰들이 그 틈으로 옆 칸 곰과 싸우고, 철창 용접이 떨어져 철사로 얼기설기 묶여 있었습니다. 내실 문과 손잡이를 잇는 와이어가 끊어지거나 철문이 내려앉아 곰이 탈출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처럼 사육곰으로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전국의 사육곰 시설은 점점 심하게 노후하고 있습니다.

곰의 안전을 위해서도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도 안전 점검 및 보수가 최우선이였습니다. 곰들의 구조 후 돌봄이 시작되면서 제일 먼저 안전시설부터 꼼꼼하게 살피고 직접 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빠듯한 살림으로 매번 기술자를 부를 수 없기에, 활동가들은 스스로 기술자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수십 년간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콘크리트 벽에 시멘트 땜질을 하고떨어진 철문을 자르고 용접해, 쓸 수 있는 문으로 만들었습니다. 다 깨져서 물이 줄줄 새는 기존의 콘크리트 물통 대신 곰이 들어가 앉을 만큼 큰 스테인리스 물통을 제작해서 모두 달아주었습니다. 중고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곰들이 먹을 과일을 넣기 위해 대형 냉장고를 사다 넣었습니다. 트랙터용 타이어를 얻어다 침대를 만들어주고 해먹을 달아줍니다.

활동가들이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땀 흘린 만큼 사육곰들은 조금씩 삶의 질이 나아집니다. 사육곰들의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을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사육곰들의 여름나기








무더운 여름 사육곰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야생곰이라면 그늘이나 고사목에 들어가기도 하고 물을 찾아 몸을 적시기도 하면서 더위를 피하겠지만 좁은 우리 안에 있는 곰들은 더위가 더 힘듭니다. 생츄어리가 완공되기 전까지 곰들이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활동가들은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1. 물통에 들어가기 🛀

물을 좋아하는 곰들이 마시기도 하고 물장난도 치라고 크고 튼튼하게 물통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곰들은 활동가들의 의도한 것 이상으로 물통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통에 들어가서 더위를 식히며 목욕을 즐기고 있네요.

2. 등목하기 🌊

활동가들이 옆 칸을 청소하고 있으면 원하는 것이 있다는 듯이 간절히 쳐다보는 곰들이 있습니다. 활동가들은 물줄기를 기다리는 곰들에게 청소하는 틈틈이 물을 뿌려줍니다. 우리 안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에 이리저리 몸을 갖다 대며 샤워를 즐깁니다.

3. 얼음토마토 먹기 🍅

모든 활동이 끝나면 활동가들은 다음 주에 곰들에게 줄 얼음토마토를 만듭니다. 용기에 물을 채우고 토마토를 하나씩 넣고 차곡차곡 냉동실에 넣으면 완성! 곰들은 얼음을 툭 건드리기도 하고 한입에 왕 깨물기도 하고 취향에 따라 얼음토마토를 즐깁니다.

4. 수박 먹기 🍉

여름이면 수박이죠! 곰들은 도터스팜에서 후원해주시는 다양한 과일을 먹고 있는데요. 곰들이 한걸음에 달려가 가장 먼저 먹는 과일은 바로 수박입니다. 맛있게 수박을 먹는 모습을 보면 활동가들의 더위도 싹 달아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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