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을 부르는 소리
곰을 어떻게 불러야 그 부름에 응답을 받을 수 있을까요? 새로 지은 방사장에 곰이 나갔을 때 곰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이려면, 그 부탁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곰이 계속 방사장에서 놀겠다고 떼를 쓰면 돌봄활동가는 방사장 청소도 못하고 풍부화물을 설치할 수도 없는 걸까요?
우리가 화천에 사는 곰 열 세 마리에게 이름을 열심히 붙여주고 있지만, 사람이 붙인 이름에 곰이 반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설령 자신의 이름을 어느 정도 인지한다 해도 개처럼 이름에 반응해서 반갑게 사람에게 달려오거나, 자신의 이름과 집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연관 짓기는 어려운 일이죠. 곰은 사람과 소통하거나 교류하도록 진화한 동물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화천에서는 방사장을 내보내기 전 리콜(recall) 훈련이 한창입니다. 리콜 훈련이란 놀러 나간 곰들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훈련인데요. 먼저, 일상적 소음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소리를 하나 정합니다. 저희는 종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를 정했어요. 산속 농장 환경에서는 정말 귀에 확 들어오는 소리죠. 그리고 그 소리를 들려주며 곰이 들어가야 하는 집 안에서 곰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먹입니다. 소리 신호와 좋은 경험을 곰의 머리 속에서 연결 짓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곰은 점차 그 소리를 좋아하게 됩니다. 곰의 일상에서 “좋은 소리”가 새로 생겨나는 것입니다. 반복 훈련으로 종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를 좋아하게 된 곰들은, 그 소리가 날 때면 얼른 집으로 뛰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랬을 때 하루 중 가장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거든요.
좋아하는 일과가 생긴다는 것. 반가운 시간이 돌아온다는 것. 그것이 야생동물을 가두어 기를 때 동물에게 반드시 주어야 하는 자극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돌보기 위해 필요한 신호로 쓸 수 있다면, 함께 지내야 하는 동물과 사람 사이에 훈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달뜬 마음에 집으로 총총 걸어들어가는 곰들을 보세요!
유일이를 소개합니다.
유일이를 소개합니다. U1이 '유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곰보금자리 프로젝트와 동물권 행동 카라는 여러분께 U1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많은 분이 U1을 위해 좋은 이름을 지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관심 가져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안해주신 아름다운 이름 중에 U1은 '유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lot****님은 "유일(U1)이요!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 늘 행복하길 바랍니다"라며 유일이라는 이름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 전에도 활동가들도 U1을 유원, 유일이라고 다양하게 불러왔고 정든 이름이라 다시 한 번 유일이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 유일이가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lot***님께는 토마토곰 키링을 선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곰이 숲을 거니는 공간, 다 지었습니다.
오래도 걸렸습니다. 끝날 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던 방사장 공사를 드디어 마무리 지었습니다. 없는 돈 쪼개서 코딱지만 한 방사장 하나 짓는 데에 이렇게 오래 걸렸습니다. 시간이 늘어지는 만큼 비용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고칠 것, 더할 것이 많겠지만, 일단 곰이 몇 마리 나가서 놀아도 될 정도의 방사장을 완성했습니다. 40년 동안 곰들이 철창 밖으로 구경만 했던 숲은, 흙도 밟을 수 있고 나무도 오를 수 있고 수영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공사 막바지에 활동가들이 직접 손 댈 것이 많았습니다. 산에서 흐르는 물길을 바꾸기 위해 땅을 파고 돌과 흙을 산비탈로 끌고 올라야 했습니다. 당최 끝이 보이지 않아서 곰에게 흙을 밟게 하는 일은 시지프스의 노동인가 싶었습니다. 안전장치가 아무래도 부족해보여 철문 손잡이와 잠금 장치를 이리 붙였다 저리 뗐다 했고요. 나무를 타고 울타리를 넘을까 봐 가지를 치다 보니 나무가 앙상해졌습니다. 그 중 곰과 사람의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울타리입니다. 우리 사이에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명확하게 그어 놓아야 서로를 지켜줄 수 있습니다. 그 선은 지상 5미터 높이에 전기도 흐르는 무시무시한 울타리입니다.
사람이 기르는 곰이 울타리를 넘는 순간, 곰과 사람은 서로를 해칠 수 있는 존재가 됩니다. 곰이라는 동물을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가두어진 곰에게 최선의 대우를 생각하자면 잘 가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곰은 유인원 수준으로 공간이용능력이 뛰어난 동물입니다. 전책에 흐르는 전기는 순간적으로 강한 충격을 주어서 울타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용도입니다. 곰에게 신체적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이고, 정신적으로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는 수많은 선례들을 믿고 만들었습니다.
동물원 수준으로 만들면 좋았겠으나, 한 푼이라도 아껴서 곰을 돌보는 데에 써야 했습니다. 제대로 된 생츄어리를 짓는 데에 써야 하는 돈도 모아야 하고요. 아직은 이 시설이 들어서는 땅도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서 철거할 가능성 때문에 좋은 시설을 실컷 지을 수도 없습니다. 흔쾌히 땅을 빌려주신 농장주께서도 곰이 더 잘 살게 된다는 계획에 동참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지만 당장 곰들의 삶을 살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만 확실합니다.
요즘 화천의 곰들은 어지러운 공사현장에서도 활동가들의 훈련 제안에 기꺼이 응답하는 중입니다. 방사장을 나가기 위한 입방사 훈련과 합사 훈련입니다. 곰을 부르는 소리에 응답할 때 우리는 곰을 놓아줄 수 있는 것이지요. 곰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야 함께 숲을 거닐 수 있고요.
곰들은 곧, 곰 숲을 거닐게 됩니다. 곰들이 하나 하나 숲으로 나가는 순간에는 우리 가슴이 더 떨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한 단계 작은 성취에 여러분들의 힘이 더 필요합니다. 공사가 끝난 마당인데 공사비 모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부디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L4의 이름을 찾습니다.
L4는 아랫줄 네 번째 칸에 살고 있는 수컷입니다. 우투리와 함께 비쩍 마른 몸으로 늘 더 먹고 싶어하던 곰인데요. 작년 가을, 주말마다 먹여도 먹여도 살이 찌지 않아서, 겨울잠을 재울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활동가들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했던 친구입니다. 키가 작지 않은 수곰인데도 몸무게가 50kg대를 넘지 못했고, 병이나 기생충이 있는 건 아닌지, 유전적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갖은 억측을 해보았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렇게 L4는 키만 껑충하고 털이 푸석한 채로 불안하게 겨울을 났고, 화천의 다른 곰들처럼 겨울잠은 자지 않았더랬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부터 화천에 상주하며 곰을 돌보는 활동가 두 명이 곰을 돌보기 시작하자 L4에게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돌봄이 시작한지 두 달 만에 거의 80kg가 되면서, 완전히 다른 모양새가 나타난 것입니다. 쏙 들어간 볼 때문이었는지 날카로웠던 인상도 이제는 제법 푸근한 곰처럼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뒤늦게 ‘동물을 돌보는 일은 동물과 일상을 함께 해야 하는 일이구나’하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는 사람이 L4에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L4는 비쩍 마른 곰에서 든든한 곰이 되었습니다. 3개월마다 체중측정을 하고 있으니 11월이 되면 다시 몸무게를 재 볼 텐데요. 과연 얼마나 또 (옆으로) 자랐을지 기대가 됩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새로 지은 방사장에서 실컷 돌아다닐 모습도 기다려집니다. 그 기대를 잔뜩 담아 L4의 이름을 함께 지어주세요. 이미 활동가들은 엘사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나 더 좋은 이름을 기다려봅니다.
어느새 이름 공모전을 시작한 지도 일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름 지을 곰이 이렇게 많네요. 화천의 열세 마리 곰을 다 짓고 나면, 아직 웅담채취 곰농장에 남아 있는 300여마리 곰들도 이름을 짓고 부를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 댓글로 L4에게 어울리는 이름과 그 이유를 남겨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토마토곰 키링을 선물로 드려요!
☑후원하기 ⠀
🔹 목표 모금액: 1억 5천만 원
- 임시방사장(약 100평) 조성 비용: 1억 1천만원(전기철책, 방사장 유도로, 사육장 개조 등)
- 방사장 풍부화 시설 비용: 2천 5백만원(물웅덩이, 입체 놀이터, 나무 등 식재, 조경 등)
- 돌봄활동가 컨테이너 사무실 설치 비용: 1천 5백만원(컨테이너 구입, 사무집기 구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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