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라
  • 2017-09-28 10:22
  • 899

    [기자회견] 동물은 시위용품이 아니며, 집회시위에 동물 동원은 명백한 동물 학대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복판인 광화문과 청와대 앞에서 믿기지 않는 광경이 연출됐습니다. 대한육견협회를 위시한 개 농장주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이기에, 우리와 반대의 입장을 펼치는 이들 역시 그 자유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다만, 인간의 집회에 동물이 동원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해당 집회에 동물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던 종로경찰서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점 역시 큰 문제입니다. 오늘,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는 동물이 동원된 집회를 용인한 종로경찰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지점 중 하나는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스스로 조절·통제할 수 있는 힘·능력, 다시 말해 자유의지일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집회나 시위 등의 행동을 기획하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뜻을 함께할 수 있는 동지를 모으기 위해 설득하거나 권유할 수도 있습니다. 역시 이 과정에서도 자유의지가 작동합니다. 이렇게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의해 집결한 군중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는 존중합니다. 그것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집회에 본인의 의사를 피력할 수 없는 이들이 동원됐다면, 그 집회를 우리는 온전히 존중할 수 없습니다.

    기온이 24도를 웃돌던 지난 22일, 대한육견협회와 일부 개 사육 농장주들은 개고기 합법화를 요구하며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집회에 살아있는 개들을 동원했다는 것입니다. 개를 먹겠다는 이들이 언젠가 먹힐 농장의 개들을 데리고 나와 전시하며 ‘합법적으로 이 개들을 먹게 해달라’는 취지의 집회라니, 이보다 더 야만적인 집회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들이 농장 밖을 벗어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뿐입니다. 구조되거나, 살해되는 것. 개들은 이른바 ‘뜬장’이라 불리는 철창에서 평생을 살아가다 생사의 갈림길에 가서야 벗어나는 겁니다. 철창 안의 개들은 그야말로 겨우 존재하는 존재, 간신히 연명이나 하는 존재입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평상시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며 일상적으로 개를 도살, 학대하는 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개를 직접 동원하여 문재인 정부의 동물복지 공약을 비난하는 한편 동물복지를 높이겠다는 국회의원을 조롱하고, 동물단체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통으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집회 방송 차량 스피커 바로 옆에 개들을 실은 차량이 있었고, 현장 소음 측정 결과 무려 94데시벨을 넘나들었습니다. 90데시벨은 산업현장 중에서도 아주 시끄러운 공장 내부의 소음과 같습니다.




    개들은 집회가 시작된 오후 1시경부터 집회가 끝난 오후 7시까지 스피커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인간의 증폭된 고성과 음악 소리, 꽹과리 소리와 징 소리에 노출되었습니다. 인간도 견디기 힘들었을 상황에 인간보다 청각이 몇 배나 민감한 개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동물 학대였습니다. 사실 동물 학대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고발할 만한 것은 더 있습니다. 전라남도 무안에서부터 수백 킬로를 왕복하며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마실 물과 햇빛을 피할 그늘은 제공했는지 여부 말입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집회 당일 경찰 측에 동물 학대 소지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수차례 물었으나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합니다. 집회에 동물을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동물 학대입니다.

    지난 2007년, 경기도 이천의 군부대 이전 문제를 두고 정부와 갈등하던 주민들이 어린 돼지 한 마리를 집회에 동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군부대 이전을 요구하며 군부대 문제와 전혀 관계없는 그 돼지를 산 채로 살해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일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났습니다. 오롯이 인간의 문제 사이에서, 영문도 모른 채 갈등의 현장에 호출된 돼지가, 개가, 닭이 마치 원시시대의 재물처럼 취급당하고 도륙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집회의 목적과 주최 측이 누구였습니까? 개를 도살하고 개고기로 만드는 일을 일상으로 삼아온 이들입니다. 그들이 개고기 합법화를 외치며 집회를 여는데 개를 동원했을 때, 경찰은 동물이 집회에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명확하게 표명했어야 마땅합니다.

    동물은 집회의 도구가 아닙니다. 인간의 갈등에 이용해선 안 됩니다. 그래도 되는 동물은 없습니다.